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위한 20개 항 평화안을 공동 발표하며 하마스에 수용을 촉구했다. 두 정상은 하마스가 거부할 경우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AP등 주요매체들이 보도했다. 

백악관에서 발표된 '20개 항 평화안'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29일(월) 워싱턴 백악관 회동 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제안이 "역사적 돌파구이자 중동의 새로운 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발표 당시까지 해당 문건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으며, 이후 카타르와 이집트 중재자들이 하마스 측에 내용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가 이 제안을 거부한다면,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위협에서 제거하는 데 미국은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그러나 평화 협정이 성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도 "하마스가 거부하거나 형식적으로 수용한 뒤 방해한다면, 이스라엘은 끝까지 싸워 '임무를 완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평화안 주요 내용

백악관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평화안은 △즉각적인 휴전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과 이스라엘 수감 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 △단계적 이스라엘군 철수 △하마스 무장 해제 △국제 기구가 주도하는 과도정부 구성을 포함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가 합의하면 모든 인질이 72시간 이내에 석방된다"며 "이번 계획은 가자지구 재건을 위한 국제 경제개발 프로그램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라는 국제 관리기구를 신설해 과도기 행정을 감독하도록 했는데, 이 위원회 의장직은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맡도록 명시돼 논란이 일었다. 위원회에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도 포함된다.

세계 각국의 반응과 논란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이집트 외교장관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이번 제안을 환영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도 "전쟁 종식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람지하드는 이번 안을 "지역을 폭발 직전으로 몰아넣는 조리법"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가자지구 현지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일부 주민들은 하마스가 배제된 상태에서 마련된 협정이 실질적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국제적 맥락과 향후 과제

이번 제안은 지난주 유엔총회를 계기로 아랍·이슬람 국가들에 제시된 데 이어, 네타냐후 총리와의 조율을 거쳐 공식 발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정이 중동 전체의 안보·평화·번영을 위한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정치·군사적 기반을 해체하고, 가자가 다시는 이스라엘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의 목표 달성을 강조했다. 다만 하마스가 협상 과정에 배제된 점이 향후 성사 여부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날도 가자시티 중심부로 진격하며 대규모 공세를 이어갔다. 2023년 10월 7일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 사망자는 6만5천 명을 넘어섰고, 부상자는 16만 명 이상으로 집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