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철강업계 "수십만 일자리 지킬 조치" 반면 영국 "무역 타격 우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유럽 철강산업의 생존을 위해 철강의 무관세 수입할당량을 거의 절반으로 줄이고, 할당 초과분에 대해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로이터통신이 7일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집행위는 7일(현지시간)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하며, 미국의 철강 관세와 수입 급증으로 인해 현재 EU 철강업체들의 가동률이 67%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생산설비 가동률을 보다 '지속 가능한 수준'인 8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수입쿼터 47% 축소, 초과분에는 50% 관세 부과

EU는 현재 26개 철강 품목에 대해 일정 물량까지만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초과하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보호조치)'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철강 수입량은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매년 증가해왔으며,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이 조치는 2026년 중반 만료될 예정이다.

트럼프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한국도 영향권
(미국에 이은 유럽의 철강관세로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철강업계)

새로운 제안에 따르면 EU의 무관세 철강 수입한도는 연간 1,830만 톤으로, 2024년 대비 47% 축소된다. 또한 쿼터를 초과한 물량에는 기존 25% 대신 50%의 관세가 부과된다. 이는 캐나다와 미국의 철강 수입 규제 수준과 유사하나, 미국의 경우 처음 1톤부터 즉시 관세가 적용된다.

EU는 이번 조치로 수입 규모를 2013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는 입장이다. 당시를 기준으로 과잉생산 문제가 시작됐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조치는 EU 회원국과 유럽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철강 수입업자들은 철강의 원산지를 증명해야 한다.

■ "철강시장 점유율 15%로 제한...수십만 일자리 보호 기대"

유럽철강협회(Eurofer)의 악셀 에거트 사무총장은 "이번 조치로 수입철강의 시장점유율을 15%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며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핵심 조치"라고 환영했다.

다만 이 조치는 WTO 회원국들과의 협상을 필요로 하며, 협상 결과에 따라 일부 국가에는 관세 면제가 부여될 수도 있다. 유럽경제지역(EEA) 소속국인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는 예외로 인정된다.

■ 영국 "EU와의 철강 무역 타격 불가피"...우려 표명

영국은 EU의 8번째 철강 수출국으로, 이번 조치가 양측 무역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즉각적인 해명을 요구했다.
영국 산업장관 크리스 맥도널드는 성명에서 "EU와 영국 간의 교역 흐름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글로벌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해야지, 서로의 산업에 상처를 입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영국철강협회(UK Steel)의 가레스 스테이스 회장은 타임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는 영국 철강업계에 '치명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 "중국 중심의 과잉공급 차단"...미국과의 협력 구상도

EU는 이번 개편안을 통해 미국과의 철강 무역 합의도 진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양측은 지난 7월 말, 미국의 50% 관세를 쿼터제 방식으로 대체하는 방안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또한 EU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철강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협력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공동 보호벽(ring-fencing)' 구축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2024년 기준 EU의 주요 철강 수입국은 터키, 인도, 한국, 베트남, 중국, 대만, 우크라이나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