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스핀오프 연기·마케팅 업체 해고...멈춘 규제·계약에 전방위 타격

미 연방정부 셧다운이 일주일을 넘기자, 미국 전역의 기업들이 현금흐름 차질과 사업 지연을 호소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앨라미다의 한 의료기기 업체는 규제 승인 절차를 진행할 수 없어 계획했던 분사를 연기했다. 플로리다의 한 마케팅 회사는 연방 계약에 '작업중지(stop-work) 명령'이 내려지자 직원 5명을 해고했다. 미네소타의 한 하도급업체는 정부 계약이 멈춘 사이 전기기술자 6명을 유지만 하려 애쓰고 있다.

셧다운은 소상공인 대출(정부 보증) 중단, 신규 계약 체결·지급 불능, 산업안전 점검과 각종 심사 보류 등으로 '연방 관료제'에 의존하는 민간 부문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플로리다 루츠의 비스트라 커뮤니케이션즈(Vistra Communications)를 운영하는 브라이언 버틀러는 "언제 대금을 받을지 모르는 상황이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직원 80명 중 5명을 지난주 감원했고, 일주일치 급여와 이달 건강보험 본인부담분을 회사가 대신 댔다. 그는 "작업중지 명령이 1~3건 더 오면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했다.

증권거래위원회(SEC) 업무 축소로 기업 의사결정도 지연되고 있다. 약물 임플란트 개발사 비바니 메디컬(Vivani Medical, 시가총액 약 8천만 달러)은 뇌 임플란트 자회사 코티전트(Cortigent) 분사와 신주 등록을 진행할 수 없어, 주주 기준일(수요일 예정)이 임시 중단됐다고 밝혔다. SEC가 재개되면 새 일정을 공지할 계획이다.

컨설팅사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셧다운이 길어질 경우 "매주 연간 성장률을 최대 0.2%포인트씩 잠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정부가 체불 대금과 임금을 나중에 지급하면 상당 부분 회복되겠지만, 낙관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미네소타 포리스트레이크의 통신·전기 하도급사 빈코(Vinco)는 한 달여 전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 공군예비군 건물 개보수 프로젝트의 낙찰 소식을 받았지만, 계약 서류 처리가 셧다운으로 묶였다. 9개월간 전기기술자 6~8명이 일할 예정이던 일감이다. 스티브 앤더슨 대표는 "기술자들을 잃지 않으려 다른 현장에 임시 배치하겠지만, 과투입으로 수익성이 악화된다"며 "셧다운이 길면 감원이나 수익성 낮은 일감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VINCO
(VINCO.VINCDO)

현장 서비스 업종의 판관비 관리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배관·전기 등 일정·청구 솔루션을 제공하는 워키즈(Workiz) CEO 디디 아자리아는 "고객사(12만7천 곳) 매출의 약 40%가 상업·정부 물량인데, 지연과 지급 지체가 급증해 장비 구매와 인건비 지급에 '현금 갈증'을 만든다"고 했다.

연방 계약 비중이 통상 50%인 캘리포니아 샌타클라리타의 비디오 제작사 파이어 스타터 스튜디오(Fire Starter Studios)는 셧다운 직전 2년에 걸친 GSA(연방 조달) 등록을 마쳤지만, "지금은 열매가 없다"(대표 레이철 클라인)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 신규 수주 공백은 2~4개월 뒤 '현금 절벽'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인력 1,664명 중 약 460명이 무급으로 핵심 업무만 유지 중이다. 전(前) 청장 더그 파커는 "현재 인력으로는 모든 민원을 다룰 수 없다. 고위험 산업 위주로 급박한 생명위해만 대응한다"고 말했다.

연방과 직접 거래하지 않는 기업들도 소비 위축에 대비 중이다. 오리건 포틀랜드에서 여성의류점 팔로마 클로싱을 운영하는 마이크 로치는 "과거 경험상 셧다운이 지속되는 한 매출이 줄어든다. 소비자 신뢰가 낮아지면 지갑이 닫힌다"고 했다. 특히 4분기 성수기에 겹쳐 소매업계 부담이 크다는 하소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