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인공지능(AI) 투자 붐과 관세 불확실성 완화 덕분에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용은 둔화될 것으로 경제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달 초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올해 4분기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연율 기준 1%에서 1.7%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고용 증가율 전망은 하향 조정됐다.
이 같은 '이중적 흐름(split-screen economy)'의 배경에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비용 상승으로 인해 기업들이 신규 채용에 소극적인 반면, AI 투자를 중심으로 한 생산성 향상이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 있다.
■ 성장률은 상향, 고용은 둔화
경제학자들은 올해 4분기 GDP가 전년 대비 1.7% 증가하고, 2026년에는 1.9%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국과 합의를 이끌어내며 관세 리스크가 완화된 점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관세는 여전히 경제에 부담을 주지만,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적었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기준으로 올해 4분기 인플레이션에 0.5%포인트를 더할 것으로 전망돼, 4월 조사 당시 예상치(1%포인트)보다 낮았다.
하지만 고용은 여전히 약세다. 기업들이 정치적 불확실성과 비용 부담으로 신규 채용을 줄이면서, 이번 분기에는 월평균 1만5천 개 일자리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7월 조사(월 5만 개 이상)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다. 향후 1년간 월평균 4만9천 개의 일자리 증가가 예상되지만, 이전 조사(7만4천 개)보다 낮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 강화로 노동력 공급이 줄면서, 고용 둔화가 실업률 급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경제학자들은 실업률이 향후 1년간 4.5% 안팎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8월 실업률은 4.3%였다. 경기침체 확률은 33%로, 7월과 동일했다.
정부 폐쇄(셧다운)로 인해 9월 고용보고서 등 주요 통계 발표가 중단되면서 예측 근거가 제한된 상황이다.
■ 금리 인하 속도는 빨라질 듯
경제학자들은 연준(Fed)이 금리를 다소 빠른 속도로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4~4.25% 수준에서 두 차례의 추가 0.25%포인트 인하가 예상된다. 이는 연준 정책위원들의 최근 전망과 일치한다. 연준은 지난달 고용 둔화를 이유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응답자의 77%가 'A 또는 B' 등급을 줬으며, 이는 1년 전(80%)과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정책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연준의 독립성이 약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 파월 후임, 누가 될까
응답자들은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크리스토퍼 월러(현 연준 이사)를 가장 적합한 인물로 꼽았다. 2020년 트럼프가 임명한 월러는 일관된 정책 논리를 갖춘 '예측력 있는 경제학자'로 평가받았다. 2위는 제임스 불라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 3위는 로리 로건 댈러스 연준 총재였다.
하지만 실제로 트럼프가 지명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은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으로 꼽혔다. 그는 트럼프의 포퓰리즘적 무역·이민 정책을 전통적인 공화당식 세제 및 규제 완화 철학과 결합시킨 인물로 평가된다. 그 뒤를 월러와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이었다.
■ "연준 독립성 약화될 것"
응답자의 96%는 1993년부터 2024년까지 연준이 "대체로 또는 완전히 독립적"이었다고 답했으나, 현재 그렇게 보는 비율은 79%로 감소했다. 그리고 파월의 후임 시기에는 79%가 "독립적이지 않거나 부분적으로만 독립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리사 쿡 연준 이사를 해임할 수 있도록 대법원이 허용할 경우, 85%는 연준이 정부의 중대한 영향력 아래 놓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트럼프는 쿡 이사에 대해 '모기지 허위신고' 의혹을 이유로 해임을 추진했으나, 하급심 법원은 "정당한 사유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이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내년 1월 이 사건을 심리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모든 생존 전·현직 연준 의장들이 공동 서한을 보내 "소송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쿡 이사를 해임하는 것은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며 대법원에 만류를 요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