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공화 모두 유리하다고 판단... 합의 어려워
공화·민주 양당은 정부 셧다운을 끝낼 수 있는 현실적 경로로, 강화된 오바마케어(ACA) 보조금을 1년 이상 연장하는 방안을 모두 유력하게 본다. 그러나 2,000만 명이 넘는 미국인의 비용이 급증할 상황임에도 아직 합의가 나오지 않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셧다운은 이제 세 번째 만 하루 단위 주에 접어들었지만, 진지한 협상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하원은 11월 21일까지 임시로 정부를 가동하는 단기 지출안을 통과시킨 뒤 회기를 중단했다. 상원은 공화당이 53대 47로 다수지만 해당 법안을 진전시키려면 60표가 필요해, 민주당이 반복해 이를 저지하고 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루이지애나)은 수요일 기자들에게 "오늘은 캐피털 힐에도, 미국 전역에도 좋은 날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아래는 셧다운 타결이 어려운 몇 가지 이유다.
양당 모두 우위를 점했다고 본다
민주·공화 모두 자신들이 논리적으로 우세하다고 보고 양보할 이유가 적다고 판단한다. 양측 모두 여론이 자신들에게 우호적이라는 여론조사를 근거로 든다.
민주당과 함께 행동하는 무소속 앵거스 킹 상원의원(메인)은 "지금 문제는 양쪽 모두 이기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은, 민주당이 수십 년 동안 해왔던 것처럼 더 큰 연간 지출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기존 수준의 자금을 계속하는 '깨끗한' 단기 지출안을 통과시키려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공화당은 상원 민주당이 그 법안을 막고 양보를 요구하는 것은 위선이라며, 좌파에 끌려다닌다고 비판한다. 공화당은 정부가 재개된 이후라면 협상을 시작할 의향이 있다고 말한다.
반면 민주당은 꿈쩍하지 않는다. 임박한 보건의료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공화당이 협상에 응하지 않는다는 메시지에 자신이 있다고 본다. 민주당의 핵심 요구는 현재의 ACA 체제하에 제공되는, 곧 만료될 세액공제(보조금) 연장이다. 이 보조금은 2021년 민주당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의 임시조치로 처음 통과시켰으며 올해 말 만료될 예정이다. 3월에 셧다운을 피했다가 당내 비판을 받았던 척 슈머 상원 소수당(민주) 대표는, 이번에는 시간이 지나며 공화당에 타결 압력이 커질 것이라 확신하며 민주당을 셧다운 국면으로 이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이 아직 깊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의회 지도부를 만났지만, 세부 논의에는 깊이 발을 담그지 않았다. 그는 보건의료 논의를 열어두는 신호를 보내긴 했으나, 파란 주(민주 우세 주)의 인프라·에너지 사업 동결과 공무원 해임 압박을 통해 민주당을 압박하는 데 더 집중해 왔다. 그는 또한 가자에서 억류된 인질 석방을 추진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며 최근 이스라엘과 이집트를 방문했다. 공화·민주 지도부는 공화당이 장악한 상·하원에서 어떤 합의안이든 통과되려면 트럼프의 관여와 지지가 결정적일 것이라고 보지만, 트럼프는 자신이 지지할 합의의 형태가 무엇인지-혹은 있는지-아직 밝히지 않았다.
ACA 보조금 연장은 공화당을 난처하게 만든다
민주당이 2021년에 강화한 보조금 이후 ACA 가입자는 올해 약 2,400만 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비영리 보건연구기관 KFF에 따르면 오바마케어 가입자의 4분의 3 이상이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주에 거주한다.
민주당은 2010년 당론으로 오바마케어 원법을 통과시켰다. 당시 상·하원 공화당 의원 중 찬성표를 던진 이는 한 명도 없었고, 공화당은 수년간 이 법 폐지를 공언했다. 2017년 공화당은 ACA 폐지를 시도했지만 이탈표로 무산됐고,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심야 '엄지 아래' 표결이 그 시도의 종지부를 찍었다.
공화당은 강화된 보조금에도 일관되게 반대해 왔다. 그러나 가입자 급증으로, 특히 KFF 자료에 비추어 보험료 인상이 소상공인·농촌 지역 주민·남부 공화당 강세 주 등 핵심 공화당 지지층에 불균형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어 정치적 계산이 복잡해졌다.
최악의 고통은 지연되고 있다
연방 공무원들은 현재 무급휴직이거나 급여 없이 근무 중이지만, 군 복무자들은 당장은 급여를 받고 있다. 행정부가 다른 계정에서 자금을 옮겨 충당했기 때문이다. 여성·영유아 영양보조(WIC) 프로그램도 비슷하게 유지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수백만 명에게 도움이 되었지만, 동시에 입법자들에게 합의 압력을 낮췄다. 더불어 존슨 의장은 상원을 압박하려 수 주간 하원 회기를 열지 않았고, 존 튠 상원 다수당(공화·사우스다코타) 원내대표는 주말마다 산회를 선언해, 의원들이 빨리 떠나기 위해 대치를 끝내려는 개인적 동기도 약화됐다.
첫 ACA 마감시한은 11월 1일
의회는 흔히 강력한 데드라인이 있어야 움직인다. 다음 중요 날짜는 11월 1일로, ACA 가입자들이 2026년 보장을 선택하기 시작하는 날이다. 만약 의회가 11월 1일 이후에 보조금을 손본다고 해도, 소비자가 보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의 정보는 업데이트될 수 있으며, 사람들은 12월 15일까지 2026년 플랜 선택을 변경할 수 있다.
신뢰 문제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 러셀 보트가 더 많은 공무원을 해임하고 파란 주를 표적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에 반감을 갖고 있다. 민주당은, 의회가 승인한 자금을 트럼프 행정부가 여러 차례 환수하거나 보류한 탓에 공화당의 합의 이행 능력을 신뢰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 결과, 민주당은 공화당의 '정부를 먼저 열고 그다음 ACA 보조금을 별도로 논의하자'는 제안을, 확실한 보장이 결여된 방안으로 보고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이에 공감한다.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공화·알래스카)은 기자들에게 "만약 당신이 민주당이라면, 'OMB의 보트 국장이 막판 꼼수를 부려 우리가 추진해 온 것을 철회해 버릴 텐데, 내가 왜 협조적이어야 하지?'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