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공포지수' 4월 말 이후 최고치 기록
재점화된 무역전쟁, 지방은행의 대출 손실, 그리고 인공지능(AI) 관련 주가 급등에 대한 불안이 겹치면서 4월 이후 가장 불안정한 한 주를 보냈다. 변동성이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그동안 '핫한' 거래들이 흔들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단일 요인만으로는 시장 전체를 무너뜨리기에는 부족했다. 실제로 이번 주 S&P 500, 다우지수, 나스닥 등 주요 3대 지수는 모두 상승 마감했고, S&P 500은 1.8% 오르며 사상 최고치 부근으로 회복했다. 그러나 수년간 이어진 '고요한 장세'가 급작스레 깨지면서 투자자들은 이번 변동성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장 눈에 띈 상승세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였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는 S&P 500 옵션 가격을 바탕으로 향후 30일간 주식 변동성에 대한 기대치를 측정한다. 시장 불안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보호를 위해 옵션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기 때문에, VIX는 주가가 급락할 때 급등하는 경향이 있다.
금요일 VIX는 한때 28.99까지 치솟으며 4월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따르면 일부 투자자들은 VIX가 47.5나 50까지 오를 경우 수익을 내는 옵션으로 몰리고 있다.
감마로드캐피털파트너스의 조던 리주토 최고투자책임자는 "시장 불안 요인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더 높은 변동성이 나타나는 것이 당연합다."고 했다
이번 변동성 급등은 이미 불안에 빠진 투자자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방은행 주가 급락은 경제가 표면보다 더 약하다는 우려를 낳았고, 중국과의 무역 갈등 재점화는 경기 침체 가능성까지 불러왔다. 또한, AI 관련 주식의 급등세가 과도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그간 시장을 견인했던 'AI 랠리'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그러나 은행들은 최근 분기 실적에서 사상 최대 이익을 올렸고, 대출 부실은 일부 국지적 문제로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 조치 역시 기업 이익을 더욱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요일 "중국과의 새로운 합의를 자신한다"고 밝히며 시장의 긴장을 다소 완화시켰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에 대응해 "대규모" 관세를 예고하자, 주가는 4월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이로써 S&P 500이 하루 변동폭 1% 이상을 기록하지 않은 33일 연속 '고요한 기간'은 막을 내렸다. 이는 2020년 1월 이후 최장 기록이었다.
이후 한 주 동안 트럼프의 발언과 중국의 대응이 이어지며 증시는 급등락을 반복했다. JPMorgan 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요 은행이 견조한 실적을 내며 "경제는 여전히 탄탄하다"고 평가했지만, 자이언스 뱅코프가 대규모 대출 손실과 함께 일부 차입자들의 사기 혐의를 공개하면서 지역은행 주가는 급락했다. 이는 최근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브랜즈와 자동차 대출사 트리컬러의 파산 여파와 맞물려 불안을 키웠다.
다만 금요일에는 피프스서드뱅코프와 트루이스트파이낸셜의 호실적 발표,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는 잘 풀릴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금융주가 반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경기 둔화나 시장 혼란기에 안정성을 보이는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10월 들어 S&P 500 내에서 은행과 에너지주가 부진한 반면, 고배당주 중심의 유틸리티·헬스케어·필수소비재 업종이 선전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금요일 4.006%로 올해 최저 수준 근처에서 마감됐다. 금 선물은 온스당 4,189.90달러로 주간 5.4% 상승, 5월 이후 최고의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위험자산은 큰 타격을 입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번 주 약 8.7% 하락하며 2월 이후 최악의 주간 성적을 냈고, 올해 '밈 주식'으로 인기를 끈 오픈도어 테크놀로지스의 주가는 5.4% 급락했다.
물론 일부 분석가들은 이번 하락이 장기 조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과열된 시장에 '건강한 조정'이 필요했다는 평가도 있다.
올스프링글로벌인베스트먼츠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맷 위트머는 "이런 변동성은 시장이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긍정적인 신호"라며 "우리는 JPMorgan과 시티그룹 같은 금융주 비중을 높게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장기간 이어진 상승세로 인해 주가가 지나치게 비싸진 상황에서, 시장이 충격에 취약해졌다고 경고한다. 오랜 기간의 '평온기'가 끝나면서 감춰져 있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감마로드의 리주토는 "현재의 고평가와 대형 기술주 중심의 상승세는 1990년대 말 닷컴버블 시기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는 그대로 반복되지는 않지만, 확실히 '운율(rhyme)'은 맞습니다." 이렇게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