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비축(labor hoarding)' - 나중에 다시 채용하기 어려울까봐 직원을 유지하던 관행 - 이 끝났다

팬데믹 이후 '해고 동결'이 끝나다

미국 기업들이 마침내 해고의 문을 다시 열었다. 팬데믹 이후 몇 년간 기업들은 인력을 다시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일단 직원이 있으면 놓치지 마라. 한 번 떠나면 다시 구하기 어렵다."는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고용 시장이 다소 약화되면서, 기업들이 인력을 정리하기에 좀 더 '안전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그 결과, 아마존(Amazon), UPS(유나이티드파셀서비스), 타깃(Target), 메타 플랫폼스(Meta Platforms) 등은 최근 몇 주 사이 수만 명의 해고를 발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노동 비축'의 종말

WSJ에 따르면, 이 변화는 미국 노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2년 동안 기업들은 특히 관세 방향의 불확실성 때문에 신규 채용을 꺼려왔지만, 기존 직원을 해고하는 데에도 주저했다.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이 같은 현상을 '노동 비축(labor hoarding)'이라 한다.

그 결과, 신규 채용과 해고가 모두 저조한 '저고용·저해고'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로 인해 신입 구직자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은 반면, 이미 일자리를 가진 근로자들은 비교적 보호받을 수 있었다.

이제 상황은 1990년대처럼 바뀌고 있다. 당시 대기업들은 "불필요한 인력"을 줄이는 데 집중했고, 시장은 그런 기업에 보상을 주었다. RSM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셉 브루수엘라스(Joseph Brusuelas)는 "그때는 해고를 잘하는 기업이 오히려 칭찬받았다"고 회상한다.

해고 재개 이유: 인건비와 AI, 관세 압박

기업들이 해고에 점점 익숙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핵심은 결국 수익성이다. 노동은 주요 비용 항목이며, 이를 줄이면 이익률이 개선된다.

미국 주간 실업률 증가
(기업들의 고용 해고가 늘어나고 있다. 자료화면)

최근 관세 인상으로 인해 기업들이 제품 가격 인상 여부를 고민하는 상황도, 인력 감축 압박을 키우고 있다.

팬데믹 당시 폭증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과도하게 인력을 확대한 기업들도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2019년 말 80만 명이던 직원 수가 지난해 말에는 150만 명에 달했다.

타깃의 차기 CEO 마이클 피델케(Michael Fiddelke)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조직 내 계층이 너무 많고 업무가 중복돼 의사결정이 느려졌다"고 해고 배경을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해고를 반기다

흥미롭게도, 투자자들은 이런 해고 소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타깃 주가는 해고 발표 당일 소폭 상승했고, 아마존이 1만4천 명 감축 계획을 발표했을 때 주가는 1% 올랐다. UPS가 4만8천 명의 관리자 및 운영직을 줄였다고 발표했을 때는 실적 호조와 함께 주가가 8% 급등했다.

인력 재채용의 부담이 줄어든 시장

현재는 팬데믹 직후처럼 인력을 다시 뽑는 데 어려움을 겪을 환경이 아니다. 그 당시에는 근로자들이 여러 기업의 제안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근로자 우위' 시장이었다.

하지만 실업률은 2023년 4월 3.4%로 수십 년 만의 최저치를 찍은 뒤, 2025년 8월 기준 4.3%로 상승했다. 미시간대의 10월 설문조사에서 64%의 소비자들은 "앞으로 1년간 실업률이 오를 것"이라고 답했는데, 이는 2024년 10월의 32%에서 두 배로 늘어난 수치다.

경기 위험: 저고용 상황에서의 해고 확산

경제 전반에는 위험 신호도 있다. 고용 증가가 이미 둔화된 상황에서 해고가 늘면, 전체 일자리가 줄어드는 고용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 폐쇄 전 마지막 공개된 8월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신규 일자리는 단 2만2천 개 증가에 그쳤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제드 콜코(Jed Kolko) 연구원은 "최근 해고 소식들이 눈에 띄지만, 1억7천만 명이 넘는 노동시장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는다"며, "정부 통계가 중단된 상황에서는 전체 흐름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I 투자와 자동화가 만든 '해고의 자신감'

연방준비제도의 최근 경기 동향 보고서(Beige Book)는 "수요 약화, 경제 불확실성, 인공지능(AI) 투자 증가"를 이유로 해고나 자연감소를 통해 인력을 줄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콜코는 "AI가 소프트웨어 개발 등 일부 직종의 수요를 줄이고 있다는 증거는 있지만, 광범위한 자동화 효과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아직 AI를 완전히 도입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이 해고에 대한 심리적 저항을 낮추고 있다.
월마트, 포드, JP모건체이스, 아마존 등은 모두 "AI를 통해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고 이미 밝혀왔다.

 '노동 비축' 시대의 끝

"노동 비축은 특히 인재 확보가 어렵고 인건비가 높은 직종에서 두드러졌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산업들이 AI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가능성이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 제드 콜코,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팬데믹 이후 이어졌던 '직원 붙잡기' 전략은 이제 막을 내리고 있다. 기업들은 더 이상 인력 감축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인공지능과 효율성을 내세워 새로운 시대의 인사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