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에서 열린 미·우크라 대표단 회동... 트럼프안 수정한 '업데이트 평화 구상' 논의

백악관이 일요일 제네바에서 진행된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협상을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하며, 양측이 트럼프 행정부가 제안한 종전안의 일부를 수정해 '업데이트된 평화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 보도했다. 

그러나 WSJ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여전히 매우 민감한 사안들이 남아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백악관 "건설적 대화... 주권 보장하는 지속가능한 평화가 원칙"

백악관은 구체적인 조항은 공개하지 않은 채, 이번 회담이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완전히 보장하고 지속적이며 정의로운 평화를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진행됐다"고 밝혔다.
양측은 완전한 합의까지는 추가 조율이 필요하다며 "향후 며칠간 공동 제안에 대한 집중적 작업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자료화면)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월요일 성명을 통해 "미국과의 조율을 통해 매우 민감한 사안들을 협상 테이블에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트럼프안에 대한 유럽과 우크라이나의 우려

트럼프 행정부가 마련한 28개 항목의 초안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포기, 나토 가입 포기, 군사력 상한, EU 주도의 억제군( reassurance force ) 배치 금지 등을 담고 있어 유럽과 우크라이나 내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았다.

스웨덴 의회에 화상으로 출석한 젤렌스키는 "푸틴은 자신이 훔친 것을 법적으로 인정받길 원하고, 영토 보전의 원칙을 파기하려 한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측에 목요일까지 답변을 요구한 바 있다.

트럼프 "진전 있는 듯하다"... 하지만 양측 모두 신중

트럼프 대통령은 월요일 새벽 트루스소셜에 "진정한 진전이 이뤄지는 것인가? 믿기 전까지는 조심해야 하지만,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적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충돌을 피하면서도 초안의 구조적 문제를 대폭 수정하는 전략을 취해 왔다.
이번 초안은 러시아 투자기금 수장 키릴 드미트리예프와 트럼프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가 참여해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루비오 "상당한 진전"... 일부 조항은 비공개 조율 중

이번 제네바 회담에서 미국 대표단을 이끈 인물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다. 루비오는 협상 후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며 "양측이 남아 있는 이견을 좁히기 위해 조항 하나하나를 조정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표단에는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댄 드리스콜 육군장관,재러드 쿠슈너,NATO 최고 사령관인 알렉서스 그린케위치 미 공군 대장 등이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안드리 예르막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끌었다.

트럼프는 협상 비판을 이어가는 유럽과 우크라이나 측을 향해 "미국의 노력에 '감사'가 없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유럽, 자체 수정안 준비... 나토·EU 조항 분리 논의

루비오는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에서 "나토 및 EU 관련 논의는 별도 트랙으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G20 회의장에서 유럽이 요구하는 3대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1. 국경은 무력으로 변경될 수 없다.

  2. 우크라이나 군사력에 제한을 둘 수 없다.

  3. EU의 역할과 이해가 명확히 반영되어야 한다.

유럽은 또한, 러시아 중앙은행 동결 자산(약 3,000억 달러 상당)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해당 자산의 대부분은 유럽과 영국 내에 묶여 있다.

유럽판 '수정 트럼프안' 주요 내용

영국·프랑스·독일은 기존 트럼프안에 대한 자체 수정 초안을 만들어 미국에 제시한 상태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휴전선 기준의 정전 체제 이후 평화협상 시작

  • 우크라이나 군사력 상한을 60만 명 → 80만 명으로 확대

  • NATO 가입을 금지하는 대신 "회원국 만장일치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구로 변경

  • EU 또는 다국적 '억제군'(reassurance force) 배치 가능성 열어둠
    (단, 평시에는 나토 지휘하에 영구 배치는 하지 않는다는 조건)

루비오는 이에 대해 "어떤 역제안도 아직 검토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젤렌스키 "전쟁 재발 막기 위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젤렌스키는 트럼프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도 "최종 합의에는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며 "가장 중요한 목표는 러시아의 전쟁을 멈추고,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으로 기울어진 합의안은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크렘린은 제네바 회담에서 어떤 합의가 이뤄졌는지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초기 트럼프안을 "향후 협상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으나, 미국이 수정한 '업데이트안'에 대한 공식 반응은 아직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