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가 최근 몇 년 사이 거대한 코카인 물량의 핵심 발송지로 부상했다. 이 코카인은 서아프리카로 운반된 뒤, 현지 알카에다 연계 지하디스트와 무장단체의 도움을 받아 유럽으로 향하고 있으며, 유럽 내 코카인 유통량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30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서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기니비사우는 이미 베네수엘라발 코카인 운송의 대표적 중간 기착지로 자리 잡았다. 베네수엘라 내 부패한 군 장교들과 범죄 조직은 경비행기, 어선, 준잠수정, 화물선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막대한 양의 마약을 아프리카로 보내고 있다고 국제 사법기관들은 말한다.
■ 마약·테러·부패의 결합... 새로운 글로벌 위협
최근 콜롬비아의 코카인 생산량이 역사적 최고치에 이르면서 기존의 밀수 루트가 감당할 수 없게 되었고, 그 결과 전략적 요충지이면서도 치안이 허술한 베네수엘라가 핵심 경유지로 부상했다.
예비역 미군 정보장교 헤수스 로메로(Jesus Romero)는 "1980년대의 코카인 상황과 지금은 완전히 다릅니다. 오늘날 마약 밀매는 테러 조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그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유럽에서의 코카인 압수량은 이제 북미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 아프리카 무장단체, 유럽 범죄조직이 결합한 이 현상을 민주주의와 글로벌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
■ 트럼프 행정부의 대베네수엘라 압박
미국은 마두로 정권이 마약 밀수에 깊숙이 연루돼 있다고 주장하며 베네수엘라발 마약 선박을 폭격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뿐 아니라 콜롬비아발 마약선에 대해서도 군사적 조치를 취했으며,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유럽을 향해 "유럽이 비난하기보다는 미국의 조치를 고마워해야 할 것입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에서 출발해 미국이 아닌 유럽으로 향하는 물량이 훨씬 더 많다고 지적한다.
■ 아프리카 지하디스트가 유럽행 코카인을 호위
서아프리카에 도착한 마약은 알카에다 연계 조직과 지역 무장단체에 의해 북쪽으로 운반된다.
말리 북부의 반군 지도자들에 따르면, 지하디스트들은 코카인 운송 차량을 호위하고 통행세를 받는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한다.
말리는 2012년 알카에다 세력이 지역을 장악한 후부터 마약 통로로 더욱 자리 잡았다. 알제리 출신의 유명 지하디스트 모크타르 벨모크타르(Mokhtar Belmokhtar)는 각종 무장 세력과 충돌하면서 코카인 루트를 장악하기 위해 싸웠다.
코카인은 이후 사하라 사막을 거쳐 알제리, 모로코, 리비아 등지로 이동하며, 리비아 내 친러시아 세력은 코카인 통과 수수료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고 유엔은 밝혔다.
■ 주 1회 이상, 베네수엘라에서 서아프리카로 비행
정보 요원들에 따르면, 마약 항공편은 최소 주 1회 베네수엘라에서 서아프리카로 떠난다.
밀수업자들은 항공기 트랜스폰더를 꺼서 위치 추적을 회피하고, 항공관제소를 매수해 레이더 기록을 지우는 방식으로 감시망을 뚫는다.
대표적 사례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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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베네수엘라 아푸레(Apure)주에서 출발한 걸프스트림(Gulfstream) 제트기 2대 중 1대가 기니비사우에 착륙해 코카인 2.6톤 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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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1대는 부르키나파소까지 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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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도착 후 코카인은 말리 북부로 이동, 이후 지하디스트의 자금줄로 전환
최근 스페인 경찰은 유명 베네수엘라 갱단 '트렌 데 아라고아(Tren de Aragua)' 조직원 13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이는 유럽 내 첫 사례다.
■ 해상 루트도 급증... 스페인·포르투갈·아일랜드에서 사상 최대 압수
베네수엘라를 출발해 유럽으로 향하는 해상 밀수도 급증하고 있다.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인근에서 베네수엘라 어선에서 3.3톤 압수, 아일랜드: 2023년 'MV 매튜(MV Matthew)'호 2.2톤 압수, 아일랜드 역사상 최대 규모, 포르투갈: 준잠수정에서 1.7톤 압수, 승무원은 모두 베네수엘라인 이었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공항의 부패 역시 여전하다.
2013년에는 영국 마약상이 수트케이스에 숨긴 1.4톤의 코카인을 파리로 보내다 발각된 사건이 있었다. 미국은 이후 마두로와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이 이 사건에 연루됐다고 주장했지만, 카베요는 이를 부인했다.
■ 유럽·아프리카 공조는 역부족... 사헬 지역 쿠데타가 악화
유럽 국가들은 아프리카 국가들과 마약 대응 공조를 강화하고 있으나, 폭증하는 물량과 사헬 지역의 정치적 혼란으로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헬 지역에서는 최근 잦은 군사 쿠데타로 치안 협력이 붕괴했고, 이는 마약 조직에게 더 큰 활동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고 제네바대 연구자 오렐리앵 요르카(Aurélien Llorca)는 분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