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구매자들, 차급 다운사이징·중고차 구매·장기 할부·할인 대기 선택

수년 동안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는 얼마나 비싸든 차는 팔리는 시대가 이어졌다. 올해 신차 평균 가격이 5만 달러에 가까워졌음에도, 딜러들은 고객 이탈보다 재고 부족을 더 걱정해 왔다. 그러나 그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딜러, 시장 분석가, 산업 데이터에 따르면, 재정적으로 압박받는 소비자들이 신차 가격에 선을 긋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차급을 낮추거나, 중고차를 구매하거나, 더 긴 대출을 받거나, 할인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등 전략을 바꾸고 있다.

텍사스 동부에서 자동차 딜러십을 운영하는 로버트 펠티어는 "사람들이 '이걸 어떻게 감당해야 하지?'라고 묻습니다.그는 딜러십 방문자는 여전히 안정적이지만 속도가 느려졌고, 더 많은 고객이 소형 SUV 쉐보레 트랙스처럼 가격이 저렴한 차량을 찾고 있다고 했다. 빚이 많고 월급으로 근근이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고 말했다.

■ 2025년, 기대와 달리 '성장 없는 해'로

미국 자동차 업계는 2025년을 감세·규제 완화에 힘입은 호황의 해로 기대했다.

팬데믹과 반도체 부족으로 타격을 입었던 자동차 업체들이 생산력을 회복했고, 분석가들은 3년 연속 판매 증가를 예상했다.

그러나 현재 전망은 정반대다. 전문가들은 2025년 판매 증가폭이 미미하거나 전혀 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2026년도 비슷할 것으로 예측한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현대차 딜러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현대 딜러샾. 자료화면)

코로나 이후 공급 부족으로 치솟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한동안 고가를 받아들였다. 가전제품부터 맥주까지 소비를 줄이면서도, 자동차에는 비용을 기꺼이 썼다.

■ 소비 심리 변화: 관세·인플레이션·고용 둔화

그러나 이제 자동차 관세, 지속되는 인플레이션, 더 빡빡해진 노동시장 등이 겹치면서 미국인들은 가장 큰 지출 항목인 자동차 구매를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미 정부가 9월에 전기차 보조금 7,500달러를 종료하면서 EV 시장이 급락했고, 그 영향으로 업계는 수십만 대 판매 기회를 잃었다.

보조금 종료 전 EV 수요가 폭발하며 올해 초까지는 판매가 견조했는데, GM(10.5% 증가)과 포드(7.3% 증가)는 북미 생산 여력을 활용하며 관세 부담을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10월 판매 속도는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이번 주 발표될 11월 판매도 감소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빠른 반등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 소비자 부담 신호: 체증된 재고·높아진 할인·대출 연체

시장의 부담은 여러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신차가 딜러 재고 창고에 더 오래 머물고,판매를 위해 딜러들은 추가 할인을 제공하며,저소득 차주들은 자동차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전체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자동차 지출이 전년 대비 감소하고 있다

에드먼즈(Edmunds.com) 분석가 이반 드루리는 "경제의 다른 요인들이 소비자를 당기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 "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 이유는 중고차도 너무 비싸기 때문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극적인 가격 폭락이나 판매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몇 가지다.

  1. 수년간 신차 공급이 부족했던 탓에 중고차 가격도 역사적 고점 수준

  2. 많은 차주들이 더 이상 차량 교체를 미룰 수 없는 시점

  3. 차량 유지비 상승-부품·정비 비용 증가로 오래된 차를 유지하는 것도 부담

드루리는 "해결책을 찾기가 정말 어렵습니다."고 전했다.

■ 현장의 분위기: 수익성 악화..."딜러가 양보해야 할인 나온다"

가장 큰 오토 리테일러들조차 신차 판매 마진과 수익이 감소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콕스 오토모티브의 애널리스트 에린 키팅은 뭔가 포기해야 하는데, 보통은 딜러가 더 많은 할인금을 얹게 된다며, 그녀는 미국의 차량 판매가 성장은 하겠지만 훨씬 더 느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 '상위 20%'가 지탱하는 시장

모든 소비자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미국 경제의 상위층은 여전히 부를 늘리고 있으며, 옵션이 가득한 고급 트럭과 SUV에 기꺼이 돈을 쓰며 업계 수익을 떠받치고 있다.

그러나 이들만으로는 시장을 유지하기 어렵다.

키팅은 "시장 유지가 상위 20% 가구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는 경고음이 점점 커질 것입니다." 고 했다.

■ "고객들이 더 이상 결정을 못 해"... 딜러 현장의 목소리

뉴욕 뉴로셸의 쉐보레 딜러십 매니저 마이클 사사노는 최근 웹사이트와 쇼룸 방문자 데이터를 확인했다.

결과는 동일했다: 온라인 방문·오프라인 방문 모두 감소.

그는 "덜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은 이미 차를 샀고, 이제는 몇 년을 기다린 사람들이 많습니다. 고객들이 '정말 결정을 못 내리겠다'고 말합니다. '지금 월 500달러 내는데 700달러는 못 내겠다'고 하죠."라고 했다.

대신 딜러십의 정비 부문은 호황이다. 사람들이 가진 차의 수명을 최대한 늘리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 "딜러들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연락했다"... 소비자가 체감한 변화

아이다호에 사는 35세 페트릿 지후도(Petrit Xhudo)는 사고로 오래된 아큐라가 폐차되면서 차를 새로 사야 했다.

아내는 의사이고 본인은 전업으로 집을 돌보고 있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그는 최근 신차 가격 상승에 대한 뉴스들을 보며 자동차 구매를 두려움 속에 준비했다고 한다.

초기에는 현대차를 알아봤지만 가격을 보고 깜작 놀랐으며 충격을 받았다.

부부는 일주일 동안 12곳 딜러를 비교, 여러 주에 걸쳐 협상했고, 시간이 갈수록 딜러들은 기존 제안을 뒤집고 더 나은 조건을 들고왔다.

지후도는 "딜러들이 '우리가 어떤 조건을 맞춰드려야 하나요?'라며 저희에게 계속 연락했어요."라며,  부부는 결국 현대 투싼 하이브리드 상위 모델을 구매했고, 딜러는 초기 가격에서 약 5,000달러를 할인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