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025년 사이, 캘리포니아 교사 초봉은 24% 상승했으나, 주택 가격은 47% 상승했으며, 평균 임대료는 51% 상승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 보도했다. 

새벽 5시 35분, 캘리포니아 홀리스터의 한 주택에서 교사 안드레아 곤잘레스는 학생에게 선물받은 사과 그림 머그컵에 담긴 차를 한 모금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부엌만 불이 켜진 채, 네 명의 룸메이트와 함께 사는 집은 아직 어둑하다. 첫 수업은 7시 55분이지만, 그는 어둠 속에서 6시에 Toyota Prius를 몰고 출근한다. 몬터레이 반도까지 한 시간 이상 걸리는 이 출퇴근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직장 근처에 살 만한 주거지를 아무리 찾아도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가 없기 때문이다.

30세의 첫 학년(1st grade) 교사 곤잘레스는 "솔직히 가족들끼리 캘리포니아를 떠나야 하나 고민한 적도 있어요. 너무 비싸거든요." 라고 말한다.

학교가 '집주인'이 된 이유

곤잘레스가 근무하는 몬터레이 페닌슐라 통합 교육구(MPUSD)는 최근 교사들에게 새로운 lifeline을 던졌다. 바로 주거 지원을 위해 직접 아파트를 구매한 것이다.

CA teacher village
(CA 교육구가 구매한 Teacher Village. WSJ)

교육구는 3,500만 달러를 들여 64개 아파트를 매입했고, 이를 직원들에게 시세보다 30% 이상 저렴한 가격에 임대한다. 예를 들어 큰 원베드룸은 월 1,500달러 수준이다. Zillow 기준 지역 시세보다 훨씬 낮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약 200명의 직원이 이 아파트를 신청했다. 왕복 두 시간 이상 출퇴근하는 직원도 있었다.

캘리포니아 전역으로 퍼지는 '교사 마을(Teacher Village)' 현상

높은 주거비 때문에 교사·경찰·소방관 등 공공직군이 도시를 떠나고 있는 가운데, 교육구들의 '교사 주거단지' 모델은 캘리포니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2022년 이후 캘리포니아에서 약 1,000개 교직원용 주거 유닛이 이미 완공되었고,  추가로 1,800여 개 유닛이 샌디에이고부터 산호세까지 개발 중에 있다.

개발업체 Education Housing Partners의 브루스 도프만은 이를 "수영장과 스파가 없는 대신, 커뮤니티 룸과 피트니스 센터, 라운지 등 실용적 편의시설이 있는 중·고급형 주거 모델"이라고 설명한다.

왜 교육구는 집을 사는가? '이대로면 교사들이 사라진다'

MPUSD의 PK 디펜보 초등교육감은 매년 전체 교사의 20%에 달하는 약 100명이 떠나는 현실을 지적한다.

"캘리포니아는 정상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살 만한 주택 공급을 못 하고 있어요. 누군가 해결해주길 기다릴 수도 없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교사를 잡아둘 방법이 없어요."

주거 지원은 교사 이탈을 줄이고 신규 채용을 유도한다는 초기 연구나 경험적 증거도 있다. 또한 학교 근처에 살게 되면 교사들은 방과후 행사, 스포츠 코칭 등 지역사회와의 유대감을 더 쉽게 형성할 수 있다.

물론 임대 기간을 5년 또는 7년 등으로 제한하는 학교도 있다. 하지만 UCLA 도시연구소의 에마누엘 프루살로글루는 "이런 제도는 장기 해결책이 아니라 일종의 '밴드에이드(임시 처방)'"라고 평가한다.

교사 월급은 올랐지만, 집값은 더 빨리 올랐다

전국적으로 교사 주거 위기는 악화되고 있다.

2019~2025년 사이, 초봉은 24% 상승했으나, 주택 가격은 47% 상승했으며, 평균 임대료는 51% 상승했다.

학교가 안정적인 교육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교사 주거 문제 해결이 필수적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산호세 교육구는 288개 유닛을 새로 건설할 계획이며, 완공까지 3~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몬터레이 교육구는 '기존 건물 매입'이라는 빠른 방법을 선택

몬터레이는 캘리포니아에서 세 번째로 기존 건물을 통째로 구매해 교직원 주거로 활용한 교육구다. 64세대 아파트는 1982년에 보험회사 건물로 지어졌다가 최근 주거용으로 리모델링되었다.

구매 금액 3,500만 달러는 지난해 통과된 3억4,000만 달러 규모의 교육시설 채권 일부로 충당됐다. 교육구는 운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외부 관리회사를 통해 운영할 예정이다.

교사 노조는 이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64세대로는 턱없이 부족하며, 장기적으로 교사 임금 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주거 복권(lottery)의 날

11월 5일, 교육구는 온라인으로 주거 복권 추첨을 진행했다.
우선 순위는 소득과 직종(교사 등 전문직 70%, 나머지 30% 일반 직원)에 따라 정해졌다.

곤잘레스는 남자친구와 맥도날드 드라이브스루에서 추첨 방송을 지켜봤다. 자신이 번호를 배정받은 것을 확인한 그는 "우리 된 것 같아!"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제 그는 주당 10시간의 통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그 시간으로 스스로를 돌보거나, 학교 준비를 하거나, 혹은 그냥 쉬고 싶어요."

특수교사 부부인 빌라누에바 가족도 당첨되어 월 800달러 정도 집세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이는 두 자녀를 둔 이 가족에게 큰 경제적 여유가 된다.

반면, 모든 교사가 혜택을 누리지는 못한다. 모데스토에서 매일 왕복 4시간 가까이 통근하는 체육교사 앨버트 플랫은 높은 연봉 구간에 속해 추첨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이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떠날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