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축출 이후 베네수엘라의 향방은 여전히 두 명의 군·치안 수뇌부 인물에게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내무장관 디오스다도 카베요와 국방장관 블라디미르 파드리노는 각각 경찰과 군을 장악하고 있으며, 이 무장 권력이 향후 정권의 안정과 붕괴를 가를 결정적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마두로 체포 직후, 베네수엘라 부통령 델시 로드리게스가 미국의 작전을 규탄하는 연설을 했을 때 그의 곁에는 카베요와 파드리노가 나란히 섰다. 이들은 지난 10여 년간 강경 진압을 통해 마두로 정권을 떠받쳐 온 핵심 인물들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로드리게스를 사실상 베네수엘라의 '실권자'로 지목하며, 그녀가 반미 수사와 달리 사적으로는 워싱턴의 요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직 미 외교관 브라이언 나란호는 "카베요와 파드리노는 언제든 그녀를 배제할 수 있다"며 "지금 베네수엘라를 실제로 통제하는 사람들은 총을 쥔 이들"이라고 말했다.
군이 쥔 '최종 투표권'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남미 담당이었던 후안 크루스는 베네수엘라에서 군의 역할을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기도, 복원하기도 해온 결정적 주체"라고 평가했다. 그는 "베네수엘라 역사에서 군은 항상 최종적인 선택권을 쥐고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카베요와 파드리노는 로드리게스와의 단결을 과시하고 있으며, 마두로의 개인 경호 체계가 무력화된 이후에도 정권 핵심부는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들이 겉으로는 협조하는 듯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극도의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한다.
잃을 것이 너무 많은 두 사람
카베요와 파드리노는 우고 차베스 집권(1999~2013년) 이후 이어진 25년 넘는 차비스타 체제의 핵심 축이다. 이 체제가 붕괴할 경우 두 사람은 정치적 권력뿐 아니라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이들의 선택은 베네수엘라가 제한적 안정 상태를 유지할지, 아니면 혼란과 무장 충돌로 빠져들지를 가를 수 있다.
또한 이들은 미국이 요구하는 핵심 조건, 즉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 대한 접근 허용 여부 역시 결정하게 된다. 다만 미 특수부대가 마두로와 부인을 전격 체포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불복 시 더 큰 2차 공격"을 경고한 상황에서 이들의 선택지는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마두로가 사라져도 공포는 남아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베네수엘라 시민들은 마두로의 축출에도 불구하고 거리에서 축하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 기반 안보 컨설턴트 더글러스 파라는 "사람들이 여전히 두려워하는 이유는, 그들이 아직 권력을 쥐고 있기 때문"이라며 "니콜라스 마두로 한 사람을 제거했다고 해서 억압 구조 전체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약 카르텔 혐의...미국의 거액 현상금
카베요와 파드리노는 마두로와 함께 '태양의 카르텔(Cartel de los Soles)'로 불리는 군 고위층 마약 밀매 네트워크의 수장으로 미국에서 기소돼 있다. 미국은 카베요 체포 또는 유죄 판결로 이어질 정보에 2,500만 달러, 파드리노에 대해서는 1,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 이 조직은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됐다.
카베요는 마두로 체포 직후 방탄조끼와 헬멧을 착용한 채 무장 경호 속에서 카라카스 거리에 모습을 드러내며 "우리는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파드리노는 미국 작전으로 군인과 민간인, 마두로 경호팀 상당수가 사망했다고 비난했다.
서로 다른 길, 같은 권력의 중심
두 사람 모두 군 출신이지만 권력에 이르는 경로는 달랐다. 카베요는 극좌 단체 '반데라 로하(Bandera Roja)' 출신으로 차베스의 초기 동지였으며, 마두로 체제에서는 사실상 '2인자'로 군림했다. 그는 국영 TV 프로그램에서 정치적 적대자와 미국을 거칠게 공격하는 인물로 악명이 높다.
반면 파드리노는 차베스 집권 이후 군에 충성파가 자리 잡으면서 부상한 인물로, 쿠바·러시아와의 연계가 특히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 당국은 파드리노가 연료 밀수, 불법 금 채굴, 코카인 거래 등 불법 활동을 묵인·관리하며 군 내부 결속을 유지해 왔다고 보고 있다.
전직 미 외교관 나란호는 "불법 수익을 통해 군 내부의 안정을 사는 방식이었다"며 "그것이 마두로 체제를 지탱한 핵심 메커니즘"이라고 말했다.
마두로는 사라졌지만, 베네수엘라의 권력은 여전히 총을 든 남자들의 손에 남아 있다. 그리고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사후 베네수엘라 구상' 역시 성공과 실패가 갈릴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