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동안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 압박에 맞서 정면 충돌을 피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그러나 지난 주말, 그 기조는 완전히 바뀌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 금요일 밤 연방 대배심 소환장을 받은 파월은 주말 내내 법률 고문들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그리고 일요일 밤, 그는 침묵 대신 공개를 선택했다. 파월은 약 2분 분량의 영상 메시지를 통해, 행정부가 형사 기소 위협을 이용해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번 법무부 수사가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 자체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파월은 "형사 기소 위협은 연준이 대통령의 선호가 아니라 공공의 이익에 대한 판단에 따라 금리를 결정한 데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이는 그가 그동안 유지해 온 신중하고 중립적인 화법과는 확연히 다른, 이례적으로 직설적인 발언이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제롬 파월 연준의장. 영상캡쳐)

현직 연준 의장을 대상으로 한 형사 수사는 전례가 없다. 파월은 이번 사안을 공개함으로써, 사적으로 가해지는 압박이 은밀히 작동하는 것을 차단하려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준 의장을 향한 기소 위협은 금리 결정의 배경을 이해하려는 투자자와 시장 참가자들에게도 중대한 정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관련 질의를 법무부로 넘겼고, 팸 본디 법무장관 측은 "납세자 자금 남용 수사를 우선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NBC 인터뷰에서 소환장에 대해 알지 못했다며, 금리 정책을 둘러싼 백악관과 파월 간 갈등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일부 트럼프 측 인사들은 이번 압박으로 파월이 임기 종료 전 사임해 연준 이사회 공석이 추가로 생기길 기대해 왔다.

파월은 의장 임기가 끝나는 2026년 5월 이후에도 이사로 남을 수 있어, 조기 사임이 이뤄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 추가 인선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그러나 일요일 밤 파월의 메시지는 그러한 기대가 오판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파월은 이미 윌리엄스 & 코널리 로펌을 외부 법률 자문으로 선임하며, 행정부의 압박이 법적 국면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비해 왔다. 그는 "공직은 때로 위협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것을 요구한다"며 "상원이 부여한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기간 금리 인하를 요구해 왔고, 연준은 지난해 세 차례 금리를 인하했다. 파월은 이 결정들이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 경제 여건에 근거한 판단이었다고 거듭 주장해 왔다. 과거에도 대통령들이 연준의 금리 결정에 불만을 표한 사례는 있었지만, 연준의 독립성은 수십 년간 미국 경제 정책의 핵심 원칙으로 유지돼 왔다.

이번 수사의 초점은 지난해 6월 파월의 의회 증언과 관련된, 워싱턴 내셔널 몰 인근 연준 건물 리노베이션 사업(약 25억 달러 규모)이다. 백악관 측은 파월이 사업 비용과 인허가 문제를 둘러싸고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파월은 건물 공사가 명분일 뿐, 실제 표적은 연준의 금리 독립성이라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파월이 '방패' 역할을 해온 상황에서, 만약 그가 물러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다른 위원들에게 향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동시에 이번 사태는 차기 연준 의장의 정당성과 독립성에도 장기적인 그림자를 드리울 가능성이 크다.

이제 질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설지, 아니면 압박을 한층 더 강화할지다. 파월 해임 시도는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연준 인사 해임 권한을 둘러싼 사건은 연방대법원의 판단도 앞두고 있다.

분명한 것은 하나다. 수년간 갈등을 관리해 온 파월의 회피 전략은 끝났고, 연준의 독립성을 둘러싼 충돌은 공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