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시장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한 채 구조적인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높은 차량 가격과 금리, 유가 상승,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부담이 겹치면서 약 100만 명의 잠재 구매자들이 신차 시장에서 이탈했다는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미국 신차 시장에서 사라진 100만 명의 구매자들은 당분간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자동차 업계가 이제는 코로나 이전 연간 1,700만 대 판매 시대로 복귀하지 못할 가능성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General Motors, Ford Motor Company, Toyota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올해 미국 신차 판매가 정체되거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평균 약 5만 달러까지 치솟은 차량 가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분석가들은 미국 자동차 시장 규모가 올해 연간 약 1,600만 대 이하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연평균 판매량인 1,700만 대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특히 최근 이란 갈등 여파로 유가가 다시 상승하면서 전망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Volvo Cars의 에릭 세베린슨(Erik Severinson) 최고상업책임자(CCO)는 "사람들이 신차를 살 수 없는 상황 자체가 경제 전반에 뭔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싼 차는 안 만든다"...수익성 택한 완성차 업체들
문제는 자동차 업체들 역시 예전처럼 가격 인하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판매 둔화 시 제조사들이 할인과 인센티브를 대거 제공하며 점유율 경쟁에 나섰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대형 SUV와 픽업트럭 판매만으로도 높은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에드먼즈(Edmunds)의 이반 드루리(Ivan Drury) 애널리스트는 "완성차 업체들은 지금 판매 수준에 사실상 만족하고 있다"며 "예전처럼 판매 확대를 위해 가격을 공격적으로 깎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시장에서는 5만5천 달러를 넘는 고가 차량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반면 2만5천~3만5천 달러 수준의 보급형 차량 비중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Ford Motor Company는 최근 몇 년간 세단과 저가 SUV 대부분을 단종시켰고, General Motors 역시 신규 저가 모델 출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대신 픽업트럭과 대형 SUV 공장 투자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일부 업체들은 중저가 모델 확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Stellantis는 향후 4만 달러 이하 차량 7종, 이 중 3만 달러 이하 차량 2종을 미국 시장에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차를 오래 탄다"...미국 차량 평균 연식 사상 최고
신차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미국 소비자들은 기존 차량을 더 오래 유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S&P 글로벌 자료에 따르면 현재 미국 도로 위 차량 평균 연식은 약 13년으로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중고차 가격 역시 크게 오른 상태라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제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로스앤젤레스 인근에 거주하는 연방 공무원 살 아레발로(Sal Arevalo)는 WSJ 인터뷰에서 "몇 년 만에 새 차 가격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결국 모두가 하는 것처럼 기존 차량을 최대한 오래 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자동차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전기차 투자 축소 부담도 동시에 안고 있다. 포드는 지난해 관세 비용으로만 약 20억 달러를 부담했으며, 여러 업체들이 전기차 투자 축소 과정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 손실을 반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