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미국 우선(America First)' 기조를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을 향한 각국의 외교·통상적 선회가 빨라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8일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Keir Starmer) 영국 총리는 28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최근 냉각됐던 양국 간 경제·무역 관계의 재가동을 모색한다. 이는 2018년 이후 영국 총리의 첫 중국 방문이다.

키어 스타머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X)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월 재집권한 이후, 전통적 동맹국들과의 관계가 흔들리면서 중국은 캐나다와 인도 등 주요 교역 파트너들과의 관계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결과 중국은 2025년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흑자를 기록하며 대외 영향력을 확대했다.

중국, 기록적 무역흑자와 위안화 영향력 확대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2025년 무역흑자는 1조2천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해 월간 외환 유입액은 최대 1천억 달러에 달했고, 중국 통화인 위안화(元)의 글로벌 사용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중국은 약 20조 달러 규모의 경제와 45조 달러에 달하는 주식·채권시장을 바탕으로 다수 국가에 '안정적인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스턴칼리지(Boston College)의 경제학자 알렉산다르 토믹(Aleksandar Tomic)은 "미국이 예측 불가능해질수록, 다른 국가들은 중국으로 기울고 있다"며 "이는 중국에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츠(Allspring Global Investments)의 데릭 어윈(Derrick Irwin) 역시 "중국은 스스로를 신뢰 가능하고 안정적인 교역 상대국으로 포지셔닝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영국·캐나다 이어 주요국 잇단 중국 접근

스타머 총리의 4일간 중국 방문은 이달 초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의 방중에 이은 것이다. 카니 총리는 2017년 이후 처음으로 베이징을 찾은 캐나다 총리로, 방문 당시 양국은 무역 장벽을 낮추고 새로운 전략적 관계를 구축하는 경제 협정을 체결했다. 카니 총리는 중국을 "더 예측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표현했다.

중국만이 새로운 교역 파트너를 모색하는 것은 아니다. 인도와 유럽연합(EU)은 최근 장기간 지연됐던 자유무역협정을 타결해 관세를 대폭 인하하기로 했으며, 이에 따라 2032년까지 유럽의 대(對)인도 수출이 두 배로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중 갈등 속 중국 경제 '회복력' 과시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은 수년간 이어져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 이후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 미국은 2025년 4월 중국산 제품에 100%를 넘는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가 일부를 되돌리며 임시 휴전에 들어갔다. 이에 맞서 중국은 비(非)미국 시장으로 수출을 전환하고 민간 기업과 금융시장을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그 결과 2025년 중국의 대미 수출은 20% 감소했지만, 아프리카로의 수출은 25.8%, 라틴아메리카 7.4%, 동남아 13.4%, 유럽연합(EU) 8.4% 각각 증가했다. 내수 부진과 부동산 침체로 디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함에도, 중국 경제는 정부 목표였던 5% 성장률을 달성했다.

중국은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서 통신·의료·교육 분야의 시장 접근을 확대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나서고 있다. 12월 외환 유입액은 1천1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외환보유액은 10년 만의 최고치인 3조3천6백억 달러에 달했다.

위안화 국제화 가속...경계의 목소리도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통상·외교 정책으로 달러의 매력이 약화되자,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국경 간 거래 절반 이상이 위안화로 결제되고 있으며, 해외 대출의 약 절반도 위안화 표시다. 중국 인민은행(PBOC)과 국가외환관리국(SAFE) 자료에 따르면, 이는 15년 전과 비교해 극적인 변화다.

다만 경계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의 외교정책 연구원 패트리샤 김(Patricia Kim)은 "미국에 대한 불신이 곧바로 중국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제적 강압과 해양·역사 분쟁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현재는 보다 실용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 행보가 안심을 주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스타머 총리의 방중을 계기로 중국을 둘러싼 국제 외교·통상 지형이 어디까지 재편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