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연준)가 28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으로 금리 인하를 멈췄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연준은 향후 금리 인하 재개 시점에 대해서도 뚜렷한 신호를 주지 않으며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연준은 이날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3.5~3.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10대 2의 표결로 통과됐으며, 반대 의견을 낸 두 명의 이사는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회의마다 판단...다음 인하 시점에 대한 시험 기준은 없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다음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지, 혹은 언제 인하할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회의마다 상황을 보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기존 문구를 대체로 유지하며, 추가 정책 조정 가능성은 열어두되 서두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는 추가 인하 여지를 완전히 닫지는 않았지만, 당장 행동에 나설 긴급성도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인플레이션과 고용 사이의 긴장, 다소 완화
연준은 최근 수개월간 인플레이션과 고용이라는 상충하는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왔다. 2023~2024년 동안 인플레이션은 둔화됐지만, 지난 1년간 2% 목표를 웃도는 수준에서 정체되며 인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반면 노동시장이 식고 있다는 우려는 지난해 세 차례 금리 인하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됐다.
파월 의장은 "고용과 인플레이션 사이에 여전히 긴장이 존재하지만, 이전보다는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지명 이사 2명 반대...정치적 긴장 고조
이번 회의에서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지명한 두 명의 연준 이사가 반대표를 던졌다. 연준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대통령이 임명한 7명의 이사와 정치적 임명이 아닌 5명의 지역 연은 총재로 구성된다.
파월 의장을 둘러싼 정치적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법무부는 이달 파월 의장이 지난해 의회 증언에서 한 발언과 관련해 형사 수사를 개시했으며, 파월은 이를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과 연관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오는 5월 종료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진은 후임자 지명이 임박했다고 밝혔으며,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크리스토퍼 월러(Christopher Waller) 이사는 이번 결정에 반대했다. 시장에서는 반대표 행사가 그의 후보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스티븐 미런(Stephen Miran) 이사 역시 반대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해 여름 단기 공석을 채우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이후 참석한 네 차례 회의 모두에서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연준 합의 문화, 정치로 흔들릴 위험"
전 연준 고위 이코노미스트인 윌리엄 잉글리시(William English)는 현재의 정치적 상황이 연준 운영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연준은 전통적으로 합의에 기반해 움직이는 기관"이라며 "정치적 이해관계가 커지고 파월 의장의 임기가 끝나가면서, 과거보다 입장이 훨씬 더 굳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회의는 최근 수년간 가장 의견이 갈린 회의 중 하나였다. 당시 세 명이 반대 의견을 냈지만, 방향은 제각각이었다. 두 명은 인하 자체에 반대했고, 한 명은 더 큰 폭의 인하를 주장했다.
다음 금리 인하의 조건은 '고용 붕괴' 또는 '물가 확실한 둔화'
시장과 정책당국의 관심은 이제 언제, 어떤 조건에서 금리 인하가 재개될지에 쏠려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19명의 위원 중 12명은 올해 최소 한 차례의 추가 인하가 적절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관건은 어느 위험이 먼저 현실화되느냐다. 고용시장이 급격히 악화되거나, 인플레이션이 다시 2%를 향해 확실히 내려오는 경우다. 현재까지는 어느 쪽도 분명히 나타나지 않았다.
고용 증가 속도는 크게 둔화됐지만 실업률은 안정적이다. 파월 의장은 최근 지표들이 혼재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노동시장이 안정되는 조짐과 동시에 추가 둔화 가능성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 지표 역시 정부 셧다운으로 인한 통계 왜곡으로 해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관세발 물가 상승은 '일회성' 판단
파월 의장을 포함한 일부 위원들은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을 일회성 요인으로 보고 있다. 주거비와 인건비가 완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관세발 물가 상승은 장기적 인플레이션 압력과는 다르다는 판단이다.
파월 의장은 "최근 상품 가격 강세의 대부분은 관세에서 비롯됐다"며 "이는 수요 과열로 인한 인플레이션보다 대응하기 쉽다는 점에서 오히려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다만 물가가 5년째 2% 목표를 웃돌고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노동시장이 추가로 약화되지 않는 한, 다음 금리 인하는 파월 의장의 임기가 끝난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잉글리시는 "큰 깜짝 지표가 나오지 않는 한, 연준은 상당 기간 관망할 가능성이 크다"며 "설령 인하가 재개되더라도 매우 점진적인 속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