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에서 현실로

75년 전만 해도 하늘의 힘을 활용한다는 발상은 아서 C. 클라크(Arthur C. Clarke),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 같은 미래학자들이 그린 상상에 가까웠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이번 주 자신의 회사인 xAI와 SpaceX를 합병하면서, 이 공상과학적 꿈은 한 걸음 현실에 다가섰다고 로이터 통신이 4일 보도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엔지니어들과 기술자들은 약 20년간 에너지 소모가 큰 컴퓨팅 인프라를 지구 밖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스페이스 X
(스페이스 X. 자료화면)

최근에는 Alphabet과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의 Blue Origin 등 빅테크 기업들까지 이 구상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태양에너지가 풍부하다는 물리적 조건은 매력적이었지만, 기술적 난관은 넘기 어려운 장벽으로 여겨져 왔다.

머스크의 계산

머스크는 터무니없어 보이는 이론에 과감히 베팅해 이를 현실로 만들어온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위성 발사 체계, AI 스타트업, 그리고 지구에서 진공 상태의 우주까지 아우르는 인프라에 대한 집념을 갖추고 있다.

머스크는 월요일 "장기적으로 보면 우주 기반 AI야말로 유일한 확장 경로"라며 "태양 에너지의 백만분의 일만 활용해도 인류 문명이 쓰는 에너지보다 백만 배 이상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자원 집약적 작업을 광대한 전력과 공간이 있는 곳으로 옮기는 것이 논리적 해법"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시선과 초대형 계획

이번 합병은 로켓, 위성, AI 시스템을 촘촘히 결합한 생태계를 통해 AI 인프라를 지구 밖으로 확장하려는 머스크의 구상을 더욱 부각시켰다. 이는 스페이스X가 최대 1조5,000억 달러 가치의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

스페이스X는 태양광으로 구동되는 최대 100만 기의 위성을 궤도 데이터센터로 띄우기 위한 허가를 요청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에 제출한 문서에서 회사는 광학 링크 기반의 '궤도 데이터센터 시스템(orbital data-center system)'을 설명했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운영 가능한 규모로 확장하는 데 필요한 스타십(Starship) 발사 횟수는 밝히지 않았다.

우주 정보 분석 기업 더 스페이스 에이전시(The Space Agency)의 창립자 데이비드 아리오스토(David Ariosto)는 "우주에서의 컴퓨팅은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다"라며 "머스크는 여러 영역에서 이를 실행할 능력을 이미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오래된 아이디어와 새로운 경제성

우주 기반 데이터센터 옹호론자들은 지속적인 태양에너지 활용과 우주 공간으로 직접 열을 방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상 데이터센터보다 비용 효율적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방사선, 우주 잔해, 열 관리, 지연(latency), 높은 유지 비용 등 난제가 산적해 있어 상업적 성과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서밋 릿지 그룹(Summit Ridge Group)의 창립자 아르망 뮤지(Armand Musey)는 "실질적인 도전이 많고, 이를 어떻게 비용 효율적으로 만들지가 문제"라며 기술적 불확실성 때문에 재무 모델링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머스크의 이력은 놀랍다"며 "결국 이는 일론 머스크에 대한 베팅"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우주 데이터센터가 현실화되기까지 최소 10년은 더 필요하다고 본다.

구조적 우위와 차별점

우주 태양광 인프라는 1970년대 미 에너지부와 NASA가 연구했던 냉전 시기의 개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발사 비용과 소재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비현실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머스크의 접근이 다른 점은 로켓 발사, 데이터 전송, 수요 창출에 이르는 핵심 요소를 자사들이 직접 통제한다는 데 있다. 조지타운대 연구원 캐슬린 컬리(Kathleen Curlee)는 "스페이스X는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발사 체계를 보유했고, 스타링크(Starlink)를 통해 대량 생산 능력을 입증했으며, 막대한 민간 자본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사선과 냉각이라는 벽

우주 데이터센터의 가장 큰 난제는 방사선과 냉각이다. 태양에서 오는 우주선(cosmic rays)은 데이터센터 하드웨어를 지속적으로 타격한다. 과거에는 방사선에 견디도록 특수 제작된 칩을 사용했지만, 이는 최신 AI 칩만큼 빠르지 않았다.

또 다른 문제는 냉각이다. 우주는 차갑지만 진공에 가까워 지구처럼 열을 쉽게 전달할 수 없다. 고성능 AI 칩은 발생한 열을 대형 방열판으로 옮겨 적외선 형태로 방출해야 하며, 이는 크기와 무게, 비용을 크게 늘린다.

스페이스X는 FCC 제출 문서에서 '우주 진공으로의 수동적 열 방출(passive heat dissipation)' 방식을 설명하고, 고장이 발생한 위성은 빠르게 궤도를 이탈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경쟁사들의 실험

최근 알파벳 산하 Google은 캘리포니아의 한 대학 연구소에서 AI 칩을 방사선에 노출시켜, 5~6년간의 우주 임무를 견딜 수 있는지 시험했다. 이는 태양광 위성을 연결해 궤도 AI 클라우드를 구축하려는 '프로젝트 선캐처(Project Suncatcher)' 연구의 일환이다.

프로젝트 책임자인 트래비스 빌스(Travis Beals)는 "생각보다 잘 버텼다"고 말하며, 2027년 시제품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주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머스크의 대담한 구상은 여전히 기술·경제·규제의 벽에 부딪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를 차세대 AI 인프라의 무대로 삼으려는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