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걸프 국가들이 이란 정권을 완전히 무력화하지 않는 한 전쟁을 끝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미국에 보다 강력한 군사 행동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 보도했다.
WSJ 보도에 따르면, 그동안 이란과 외교적 관계 개선을 시도해왔던 걸프 국가들은 최근의 미사일·드론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를 계기로 이란을 "존재적 위협"으로 규정하고 입장을 급격히 선회했다.
이들 국가는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이란이 다시는 역내 안보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군사·핵·미사일 능력을 근본적으로 제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민간 인프라 겨냥 공격"...걸프 국가들 분노
UAE 정부에 따르면,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은 2,000기 이상의 미사일과 드론을 UAE에 발사했으며, 이 중 80% 이상이 정유시설, 공항, 항만, 호텔, 데이터센터 등 민간 인프라를 겨냥했다.
이 공격으로 최소 6명이 사망하고 157명이 부상했다.
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 술탄 알자베르는 "이것은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라 평화 국가에 대한 공격"이라며 "외교를 위해 노력해온 국가에 대한 명백한 침략"이라고 비판했다.
카타르 총리 고문 마제드 알 안사리 역시 "카타르를 포함한 모든 걸프 국가에서 민간 피해가 발생했다"며 이란의 주장과 달리 공격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핵·미사일·대리세력 모두 제거해야"
걸프 국가들은 단순한 휴전이 아닌 구조적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알자베르는 "장기적인 정치적 합의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뿐 아니라 탄도미사일 능력, 그리고 후티, 헤즈볼라 등 역내 대리세력 네트워크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쟁 이전 협상에서도 이란은 핵 문제에 대해서만 논의했을 뿐, 미사일과 대리세력 문제는 협상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봉쇄는 세계 경제 공격"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이 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약 35%, LNG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에너지 통로다.
알자베르는 "호르무즈를 인질로 잡는 것은 단순한 지역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경제 전쟁"이라며 "인플레이션 상승과 경기 둔화, 식료품 가격 상승 등 전 세계 민생에 직접적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쟁 지금 끝나면 이란 승리 선언할 것"
걸프 지역 안보 전문가들은 지금 시점에서 전쟁이 종료될 경우 더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카타르 도하연구소의 무하나드 셀룸 교수는 "이란은 이미 모든 금기를 깨고 걸프 국가들을 직접 공격했다"며 "지금 전쟁을 멈추면 이란은 승리를 선언하고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이 지역을 위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이 끝까지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것이 걸프 국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덧붙였다.
하르그 섬 점령론 부상
이란을 압박하기 위한 핵심 카드로는 '하르그 섬'이 주목받고 있다.
이 섬은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가 통과하는 전략적 거점으로, 일부 걸프 국가 관계자들은 미국이 해당 지역을 점령하거나 점령 위협을 가할 경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해병 원정대(Marine Expeditionary Unit)를 중동으로 이동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상륙 작전을 포함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전면 충돌 속에서도 보복 계속"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이란의 공군과 해군이 상당 부분 무력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여전히 역내 국가들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두바이 국제공항 연료 저장 시설이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하면서 항공편이 중단되는 등 경제적 타격도 현실화되고 있다.
또한 UAE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기 위해 푸자이라 항만을 활용하고 있으나, 이 지역 역시 반복적으로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쟁 이후 빠른 생산 회복 가능"
걸프 국가들은 현재 일부 석유 시설이 피해를 입었지만, 전쟁이 종료되면 빠르게 생산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알자베르는 "현재 상황에서도 책임 있는 에너지 공급자로서 역할을 유지하고 있다"며 "전쟁이 끝나면 신속하게 생산 능력을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란의 공격이 걸프 국가들을 무너뜨리지는 못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걸프 국가들의 대이란 전략은 외교적 관리에서 군사적 억지와 구조적 무력화 요구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으며, 향후 중동 질서 재편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