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가 금융거래를 통해 성매매 범죄를 도운 혐의를 받았던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피해자들과 7,250만 달러(약 970억 원) 규모의 합의에 도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7일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합의는 뉴욕 연방법원에 제출된 자료를 통해 공개됐으며, 재판을 앞두고 사건을 종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성매매 방조" 주장 vs "단순 금융 서비스 제공"

원고 측은 은행이 제프리 엡스타인의 의심스러운 금융 거래를 인지하고도 이를 방치해 성매매 범죄를 사실상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다수의 거래 기록과 공개된 정보에도 불구하고 은행이 이익을 우선시해 피해자 보호를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뱅크 오브 어메리카
(뱅크 오브 어메리카. 자료화면)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당시 엡스타인과 연관성이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고객들에게 통상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했을 뿐"이라며, 범죄를 지원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해왔다.

법원 "책임 여부 다툴 가치 있다"...재판 대신 합의

이 사건을 담당한 제드 라코프 판사는 올해 초, 은행이 엡스타인의 성매매 행위로부터 이익을 얻었을 가능성에 대해 재판에서 다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재판이 예상됐으나, 양측은 최근 "원칙적 합의(settlement in principle)"에 도달하며 재판을 피하게 됐다.

이번 합의는 법원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효력이 발생하며, 관련 심리는 다음 주 진행될 예정이다.

변호사 비용 최대 30%...약 2,180만 달러

원고 측 변호인단은 합의금의 최대 30%에 해당하는 약 2,180만 달러를 법률 비용으로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측은 "오랜 시간이 지난 사건으로 피해자들이 지금 당장 금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선의 선택"이라고 밝혔다.

JP모건·도이체방크 이어 추가 합의

앞서 피해자 측은 2023년 JP모건 체이스와 2억 9,000만 달러, 도이체방크와 7,500만 달러 규모의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이번 뱅크오브아메리카 합의까지 포함하면, 주요 글로벌 은행들이 엡스타인 관련 소송에서 부담한 금액은 수억 달러 규모로 확대됐다.

엡스타인 사망 이후에도 이어지는 책임 공방

엡스타인은 2019년 뉴욕 구치소에서 성매매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던 중 사망했으며, 사인은 자살로 결론 내려졌다.

그러나 그의 범죄에 연루된 금융기관과 인물들에 대한 법적 책임 공방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합의는 금융기관의 고객 관리 및 자금세탁 방지 의무에 대한 기준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