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흔히 거론되는 '110조 달러 규모의 부의 대이동(the great wealth transfer)'이 당장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 보도했다.
고령층이 막대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자산 이전 속도가 예상보다 크게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55세 이상이 110조 달러 보유..."상속까지 시간 걸린다"
WSJ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55세 이상 고령층이 보유한 자산은 약 110조 달러에 달한다. 이는 젊은 세대 전체 자산 규모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이 오랜 기간 생존하면서 자산이 즉각적으로 다음 세대로 이전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부의 대이동은 반드시 일어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급격한 '한 번의 이벤트'는 아닐 것"이라고 설명한다.
기대수명 증가·소비 확대...상속 지연 요인
부의 이전이 늦어지는 주요 이유로는 기대수명 증가, 고령층의 소비 확대, 장기요양 비용 증가 등이 꼽힌다.
특히 고소득층일수록 더 오래 사는 경향이 있으며, 은퇴 이후에도 여행·고급 커뮤니티 생활 등에 적극적으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는 자녀에게 한 번에 상속하기보다 주택 구입 지원, 학비, 여행 비용 등으로 나눠서 증여하는 방식도 늘고 있다.
자산은 여전히 증가 중...상위 10% 집중
고령층의 자산은 여전히 증가세다.
연준 데이터에 따르면 상속 가능한 순자산(연금 제외)은 GDP 대비 1997년 256%에서 2021년 424%까지 상승했다.
특히 증가분의 97%가 55세 이상 가구에서 발생하였고, 약 75%는 상위 10% 고령층에서 발생 한 것으로 나타나 자산 집중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배우자 우선 이전...실제 상속 더 늦어진다
또 하나의 변수는 자산이 먼저 배우자에게 이전된다는 점이다.
올해 약 1조3천억 달러가 배우자에게 이전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자녀 세대(Gen X 이하)로 넘어가는 자산은 약 2조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실제 젊은 세대가 상속을 받는 시점도 점점 늦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50대 후반이 주요 상속 시기였지만, 최근에는 60대 중반으로 늦춰진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10년은 'X세대 시대'
전문가들은 향후 약 10~12년 동안은 밀레니얼 세대가 아닌 X세대가 가장 많은 상속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결국 '부의 대이동'은 불가피하지만, 그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느리고 단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자산 시장과 소비 구조, 세대 간 경제 격차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