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Kevin Warsh)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복귀할 경우, 통화정책뿐 아니라 연준의 운영 방식 전반에 걸친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이터 통신이 13일 보도했다.
다만 그의 구상이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에 따르면, 워시는 15년 전 연준을 떠날 당시 대규모 채권 매입 프로그램에 반대했다. 그 프로그램은 이후 연준에 6조7,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남겼다.
그는 이달 중 미국 중앙은행의 수장으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규모 개혁 의제를 단기간에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 분석부터 시장 소통 방식까지 손질 가능성
워시의 비판은 연준의 인플레이션 감시 방식, 시장 구제에 대한 태도, 대중 및 금융시장과의 소통 전략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개편을 넘어, 연준이 금융시장과 대중에게 어떻게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와 관련된 민감한 문화적 변화까지 포함한다.
워시는 의장 권한으로 기자회견 축소 등 소통 방식의 변화를 비교적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 이는 2007~2009년 금융위기 이전의 보다 절제되고 불투명한 중앙은행 운영 방식으로 돌아가는 방향일 수 있다.
그는 금융시장에 향후 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이른바 '포워드 가이던스'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다만 그가 시장을 급격히 흔들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워시와 함께 연준 이사로 근무했던 랜들 크로즈너(Randall Kroszner) 시카고대 교수는 "그가 하고 싶은 일이 많지만, 이를 처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갑자기 내일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4조 달러로 줄이겠다는 식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와 파월의 갈등 이후 연준 독립성 논란 속 취임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 의장의 후임으로 워시를 지명한 것은 이번 주 미 상원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과 반복적으로 충돌해왔다. 처음에는 금리 인하를 요구했지만, 이후 리사 쿡(Lisa Cook)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는 시도와 파월 의장에 대한 법무부 형사 수사 등으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 같은 움직임은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광범위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쿡 이사 관련 사건은 현재 미 연방대법원에 계류 중이며, 법무부는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를 종결했다.
파월 의장의 8년 임기는 금요일 종료되지만, 그는 조사가 완전히 마무리되는 동안 행정부의 추가 법적 공격으로부터 연준을 보호하기 위해 연준 이사회 이사직은 유지하기로 했다.
금리 인하 요구와 물가 현실 사이의 딜레마
워시가 직면할 첫 번째 과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와 이를 뒷받침하기 어려운 경제 지표 사이의 충돌을 관리하는 일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4.3%로 여전히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반면 연준이 관리해야 하는 또 다른 핵심 지표인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고 있으며,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워시가 6월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주재할 때, 오히려 동료 정책위원들이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문구를 넣자고 주장하지 않도록 막는 것만으로도 성과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월 28~29일 회의에서는 세 명의 연준 정책 담당자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새로운 문구를 선호하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인플레이션이 관세나 높은 유가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확산될 경우, 이러한 흐름은 더 강해질 수 있다.
현재 투자자들은 2028년 이전에는 금리 인하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AI 생산성·대차대조표 축소·대체 물가지표가 핵심 논리
워시는 지난 1년간 연설과 인터뷰, 청문회에서 현재 경제 지표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낮아질 수 있는 여러 논리를 제시해왔다.
그는 인공지능(AI)에서 비롯되는 생산성 향상이 전반적인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연준이 보유한 장기채를 줄이면 단기금리를 낮출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봤다.
이와 함께 현재 연준이 중시하는 물가지표보다 더 정확한 대체 인플레이션 지표를 보면 물가 상승 속도가 더 느리게 나타난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전직 연준 관계자들은 이러한 논리를 설득력 있는 연구로 뒷받침하고 다른 정책위원들을 설득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첫 단계는 내부 검토를 지시하고, 이후 FOMC 내 토론을 거쳐 은행 지급준비금 규칙이나 대체 물가지표 반영 방식 등을 조정하는 과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점도표'와 기자회견 개편도 검토 대상
워시는 연준의 오랜 커뮤니케이션 도구인 분기별 경제전망요약(SEP)과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이른바 '점도표(dot plot)'도 손질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SEP의 일부 측면에 대해서는 기존에도 불만이 많았기 때문에, 이 분야는 비교적 빠른 개혁이 가능한 영역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SEP와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은 대중과 시장의 기대를 형성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브루킹스연구소가 최근 학계 및 민간 부문의 연준 전문가 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거의 모든 응답자는 회의 후 기자회견이 "유용하거나 매우 유용하다"고 답했다. SEP와 점도표에 대해서도 절반이 조금 넘는 응답자가 같은 평가를 내렸다.
제임스 불러드(James Bullard) 전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기자회견이 정책 결정과 경제 전망을 설명하는 "국제적 표준"이라며 "이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론도 이미 형성..."AI가 오히려 물가 자극할 수도"
워시의 구상에 대한 반론도 이미 나오고 있다.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줄이는 방안에 대한 논의는 진행 중이지만, 채권 보유를 축소하면 금리 인하가 가능해진다는 워시의 주장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AI 생산성 향상이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다는 주장도 이론적으로는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시점과 금리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다.
오스탄 굴스비(Austan Goolsbee) 시카고 연은 총재는 최근 다른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AI 혁명이 광범위하게 기대되면서 사람들이 미래의 주식 및 자산 가치 상승을 예상하고 현재 소비를 늘릴 경우,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연준이 금리를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AI가 경제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가 아니라, 그 효과가 언제 나타나고 어떤 위험을 동반하느냐에 있다. 생산성 향상이 물가를 낮추는 데 걸리는 시간과, 기대감이 현재의 소비를 자극해 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 사이에서 연준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관건이다.
굴스비 총재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회의 후 기자들에게 "수요에 미치는 영향과 공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워시가 맞을 수도 있다"며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논쟁이 진지한 경제 연구에 뿌리를 두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