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단순한 장기전 단계를 넘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영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가 27일 보도했다. 

특히 러시아가 최근 발트3국과 북유럽 국가들을 향해 노골적인 위협 수위를 높이면서, 유럽 안보 당국 내부에서는 "푸틴이 교착 상태를 깨기 위해 전쟁 지리 자체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WSJ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는 라트비아가 우크라이나 드론 운용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의사결정 센터(decision-making centers)" 폭격 가능성을 경고했다. 라트비아는 해당 의혹을 부인했지만, 유럽 각국은 러시아의 발언 수위가 이전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리투아니아에서는 벨라루스 방향에서 러시아 드론으로 추정되는 비행체가 영공에 접근하면서 공습경보가 울렸고, 정부 관계자들이 실제로 벙커로 대피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또한 우크라이나와 드론 생산 협력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유럽 8개국 기업들의 주소를 공개하며 "군사 지원이 중단되지 않으면 예측 불가능한 결과와 급격한 확전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러시아 푸틴 대통령. 자료화면)

유럽 안보 당국자들은 현재 러시아가 즉각 NATO 국가를 침공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향후 1년 안에 제한적 형태의 군사 도발이나 NATO 결속력 시험에 나설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히 우려가 집중되는 지역은 발트3국과 발트해의 스웨덴·덴마크 섬 지역, 그리고 북극권 NATO 영토다. 일부 유럽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직접적인 전면전 대신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operations)"과 제한적 군사행동을 결합해 NATO의 대응 의지를 시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스웨덴 국방장관 폴 욘손(Pål Jonson)은 "유럽의 안보 환경은 지난 24개월 동안 급격히 악화됐다"며 "러시아는 하이브리드 작전에서 실제 물리적 공격(kinetic elements) 수준까지 위험 감수 성향을 높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를 억제하고 방어할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내부에서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의 NATO 회의론과 주유럽 미군 감축 움직임이 러시아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 고위 관리들은 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충격과 정치 불안이 유럽 극우세력의 부상을 촉진하고 있으며, 러시아가 이를 NATO 내부 분열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일부 극우 정당들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재개와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을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 유럽담당 장관 벤자민 하다드(Benjamin Haddad)는 "러시아의 목표는 유럽 전체 안보 구조를 위협하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지원과 유럽 재무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카야 칼라스(Kaja Kallas)는 러시아가 병력 부족과 전쟁 피로 누적으로 인해 결국 추가 확전을 선택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서방 정보당국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현재 월 약 3만5천 명 수준의 병력 손실을 입고 있으며, 신규 모집만으로 이를 메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칼라스는 "러시아가 강제 동원을 정당화하려면 전쟁을 더 확대해야 하는 시점이 올 수 있다"며 "이는 매우 위험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실제 러시아는 최근 벨라루스에 핵탄두를 배치하는 형태의 기습 핵훈련을 실시했으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Kyiv)에 대한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격도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현재의 교착 상태를 깨기 위해 "수직적 확전"과 "수평적 확전"을 동시에 검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는 핵 위협 강화뿐 아니라 NATO 인접 지역으로의 전쟁 확대 가능성도 포함된다.

우크라이나 외무차관 마리아나 베차(Mariana Betsa)는 "러시아는 전술을 바꾸고 있을 뿐 전략 목표 자체를 바꾸지 않았다"며 "유럽 세력 균형 재편과 우크라이나 지배라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유럽연합 내부에서는 러시아가 단순히 우크라이나만이 아니라 EU 자체를 장기적 위협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U 민주주의·법치 담당 집행위원 마이클 맥그래스(Michael McGrath)는 "러시아의 궁극적 목표는 유럽연합 자체를 약화시키거나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NATO 직접 공격이 러시아에도 엄청난 위험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독일 정치인 노르베르트 뢰트겐(Norbert Röttgen)은 "우크라이나에서도 충분한 성공을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더 강력한 적인 NATO를 추가로 상대하는 것은 푸틴에게 거대한 도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푸틴은 과거에도 매우 위험한 도박을 해온 인물"이라며 "비합리적이고 확전적인 행동 가능성까지 계산에 넣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