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워싱턴의 대표적 공연예술시설인 케네디센터(Kennedy Center)의 운영권을 의회로 넘기겠다고 밝혔다.

법원이 케네디센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제거하라고 명령하고, 대규모 보수공사를 위한 2년간의 폐쇄 계획에도 제동을 건 직후 나온 결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상무부에 "이 기관의 완전하고 전면적인 이관을 허용하기 위해 의회와 필요한 모든 절차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의회가 케네디센터의 운영, 유지, 관리를 맡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법원 "케네디센터 명칭은 의회만 바꿀 수 있다"

이번 발표는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의 크리스토퍼 쿠퍼(Christopher Cooper) 판사가 케네디센터의 명칭 변경은 의회의 입법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판결한 뒤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 시설을 '트럼프 케네디센터(Trump Kennedy Center)'로 개칭하려 했으나, 쿠퍼 판사는 케네디센터의 설립 근거 법률이 이 기관의 명칭을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 전 대통령을 기리는 이름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쿠퍼 판사는 "의회가 케네디센터에 그 이름을 부여했으며, 오직 의회만이 이를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에 14일 이내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들어간 물리적 간판을 철거하고, 공식 자료에서 '트럼프 케네디센터'라는 표현을 삭제하라고 명령했다.

2년 폐쇄 계획도 중단... 보수공사는 가능

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던 케네디센터의 2년간 폐쇄 계획도 중단시켰다. 다만 노후 건물에 필요한 보수공사 자체는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케네디 센터
(케네디 센터. 위키)

쿠퍼 판사는 자신의 결정이 케네디센터의 운영 방식이나 향후 공사 계획을 직접 지시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사회가 센터의 여러 의무를 신중하게 검토한 뒤 새롭게 판단한다면 폐쇄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대규모 보수공사는 센터를 폐쇄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올린 글에서 법원이 센터를 계속 개방하도록 한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하며 "공공의 안전에 위험이 명백히 존재하는 상황에 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 소송서 제동

이번 판결은 케네디센터 이사회 구성원인 조이스 비티(Joyce Beatty) 민주당 하원의원이 제기한 소송에서 나왔다. 비티 의원은 케네디센터 명칭 변경이 "법치주의에 대한 노골적 위반"이며 헌정 질서에 어긋난다고 주장해왔다.

비티 의원은 판결 직후 "케네디센터는 도널드 트럼프의 것이 아니라 미국 국민의 기관"이라고 밝혔다. 그의 변호인단도 이번 결정을 트럼프 행정부의 권한 남용에 대한 중대한 제동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 재편 구상의 일부

트럼프 대통령의 케네디센터 개보수 계획은 워싱턴의 상징적 공간을 재편하려는 더 넓은 구상의 일부다. 그는 250피트, 약 76미터 높이의 아치를 세우고, 철거된 백악관 이스트윙 부지에 9만 제곱피트 규모의 대형 연회장을 건설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계획들 역시 법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다만 연방 항소법원은 백악관 연회장 건설과 관련해, 이를 막아달라는 소송을 심리하는 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공사를 계속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 상태다.

의회 이관 실제 가능성은 불확실

트럼프 대통령이 케네디센터를 의회에 "이관"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지시가 실제로 어떻게 이행될 수 있을지는 명확하지 않다. 케네디센터는 1958년 의회가 설립한 기관이며, 현재는 이사회가 운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동안 이사회에 자신의 측근들을 대거 임명해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케네디센터는 1971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을 기리는 '살아 있는 기념관'으로 문을 열었다. 이번 논란은 명칭 변경과 보수공사 문제를 넘어, 대통령이 워싱턴의 공공 문화기관과 상징 공간을 어디까지 재편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권한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