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정보국장실(ODNI)이 정보 공유 방식과 업무 권한을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2일 단독 보도했다.
이로 인해 이란전 관련 평가를 포함한 일부 국가정보 분석 작업에서 CIA의 참여가 줄어드는 등, 미국 정보기관 간 협력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는 2일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CIA가 국가정보국장실 산하 분석 조직이 작성하는 일부 정보 평가에 대한 기여를 중단하거나 대폭 축소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평가에는 지난 2월 이후 미국이 개입하고 있는 이란전 관련 분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갈등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전, 중국의 군사력 확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등 복합적인 안보 현안에 직면한 가운데 벌어지고 있어 파장이 작지 않다. 대통령과 고위 정책 결정자들이 의존해온 국가안보 분석 체계가 기관 간 불신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갈등의 핵심은 '국장 이니셔티브 그룹'
갈등의 중심에는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이 2025년 4월 설치한 '국장 이니셔티브 그룹'이 있다. CIA는 이 조직이 기존의 정보 공유 및 기밀 해제 절차를 우회하며 무리하게 활동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ODNI 측은 CIA가 이 그룹의 정보 접근을 지속적으로 막아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그룹은 정보기관 내 정치화 문제를 조사하고,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관련 문서의 기밀 해제, 선거 투표기 보안, 코로나19 기원 문제 등을 다뤄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부 전직 정보당국자들은 이 조직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반대자들을 겨냥한 보복성 도구로 활용됐다고 비판해왔다.
ODNI 대변인은 해당 그룹이 국가정보국장실의 감독 권한 안에서 대통령 행정명령을 지원하기 위해 활동했다고 밝혔다. 반면 CIA 측은 존 랫클리프 국장 체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우선순위에 맞춰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전 분석에도 영향...CIA 참여 축소
가장 민감한 대목은 CIA가 국가정보위원회(NIC)가 생산하는 일부 분석 보고서에 대한 기여를 크게 줄였다는 점이다. 국가정보위원회는 미국 정보당국의 핵심 분석 조직으로, 전쟁과 외교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과 정책 결정자들에게 중요한 판단 근거를 제공해왔다.
관계자들은 CIA와 ODNI가 사실상 별개의 분석 조직처럼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이 이란과 군사적 충돌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 관련 평가에 CIA가 정기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것은 정보 판단의 일관성과 신뢰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해에는 양측의 마찰 속에서 CIA가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내부 정보망에 국가정보위원회 보고서를 게시하지 않아, 해당 분석 자료 접근이 일시적으로 제한된 일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미국 관리는 이를 "처리상의 문제"로 설명하며 제한 시간은 몇 시간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9·11 이후 정보개혁 한계 드러나
이번 갈등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도입된 미국 정보기관 개혁의 한계도 드러내고 있다. 당시 미국은 18개 정보기관을 조율하기 위해 국가정보국장직을 신설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기관 간 정보 장벽과 권한 다툼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정보부국장을 지낸 베스 새너는 ODNI의 역할을 정보기관 체계의 "기름"에 비유하며, 정보 흐름의 막힘을 제거해야 하는 조직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각 기관이 다시 폐쇄적인 조직으로 돌아가 정보 실패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버드 사임 발표...후임 체제도 변수
개버드 국장은 지난주 남편의 질병을 이유로 오는 6월 30일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주택금융청장 빌 풀트를 국가정보국장 대행으로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정보기관 내부 분열을 부각하려는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팀 전체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ODNI도 대통령과 정책 결정자들이 여전히 최상의 정보와 분석을 제공받고 있으며, CIA와 매일 다양한 정보 활동에서 소통하고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도에 따르면 양측의 갈등은 이미 공개적인 차원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국장 이니셔티브 그룹에 파견됐던 CIA 요원이 상원 패널에서 CIA가 코로나19 기원 관련 정보 접근을 차단했다고 증언했다. 이 사안은 현재 정보공동체 감찰관실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기관 신뢰 균열, 안보 정책 리스크로 부상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관 간 권한 다툼을 넘어 미국의 국가안보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신뢰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 이란전이 장기화되고, 중국과 러시아 관련 안보 현안이 동시에 커지는 상황에서 정보기관 간 협력 약화는 정책 판단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CIA와 ODNI가 서로를 불신한 채 별도의 분석 라인처럼 움직인다면,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정보의 완전성과 균형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9·11 이후 정보기관을 통합적으로 조율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가정보국장 체제가 다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