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800억 달러 규모의 주식 기반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인공지능(AI) 경쟁에서 공개기업이 갖는 자본 접근성의 가치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AI 산업에서 막대한 자금력이 핵심 경쟁 요소로 떠오른 가운데, 알파벳은 주식시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업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이번 자금 조달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과 맞먹는 규모다.
금융정보업체 LSEG 자료에 따르면 두 거래는 정부 관련 발행을 제외한 사상 최대 규모의 주식 발행과 역대 최대 IPO 조달액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AI 경쟁, 결국 돈이 말한다
AI 산업에서는 자금력이 곧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형 기술기업들은 최고 연구 인력을 영입하기 위해 수억 달러를 지급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수백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동시에 AI 사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도 감당해야 한다.
AI로 흘러 들어가는 자금은 이미 다른 스타트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벤처캐피털 자금의 61%가 AI 분야로 향했다. AI가 투자자금의 블랙홀이 되면서 비AI 스타트업들이 자본을 유치하기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채권시장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AI 투자를 위해 수천억 달러 규모의 부채를 조달하면서, 다른 차입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금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등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지출을 확대하면서 주요 채권 발행자로 부상했다. 알파벳만 해도 지난 1년 동안 전 세계에서 기록적인 채권 발행을 통해 850억 달러를 조달했다.
불확실한 AI 투자에는 주식시장이 더 적합
AI처럼 수익성이 아직 불확실하고,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며, 사업 모델이 계속 변하는 분야에서는 주식시장이 가장 자연스러운 자금 조달 창구가 될 수 있다. 부채와 달리 주식은 회사가 상환해야 할 의무가 없다.
AI 사업이 예상보다 늦게 수익을 내거나, 최악의 경우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주식으로 조달한 자금이라면 기업은 시간을 벌 수 있다. 물론 투자자들은 큰 불만을 가질 수 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부채 상환 압박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점에서 알파벳은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 온라인 검색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갖고 있고, 월가에서도 신규 사업에 대한 신뢰를 확보해왔다. 800억 달러는 절대 규모로는 막대하지만, 시가총액 4조5천억 달러에 달하는 알파벳에는 전체 가치의 2%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대규모 주식 발행에도 주가는 장전 거래에서 2.6% 하락하는 데 그쳤다.
스페이스X·앤스로픽·오픈AI IPO에 대한 경고
이번 알파벳의 자금 조달은 스페이스X, 앤스로픽, 오픈AI 등 대형 IPO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AI 시대에는 단순히 상장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장 이후에도 얼마나 큰 규모의 자금을 반복적으로 조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비상장 기업들은 막대한 민간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지만,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자금 규모는 사모시장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 반면 알파벳 같은 초대형 공개기업은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을 동시에 활용해 대규모 자본을 비교적 낮은 충격으로 조달할 수 있다.
이는 지난 25년 동안 다소 약해졌던 주식시장의 본래 기능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주식시장은 원래 수많은 저축자들의 자금을 모아 철도와 같은 거대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 동안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이 성장하면서 기업들은 훨씬 오랫동안 비상장 상태로 머물 수 있었다.
주식시장의 역할, 다시 중요해졌다
AI는 이 흐름을 바꾸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력 인프라, 연구 인력 확보에 필요한 자금은 민간시장만으로 충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고 있다. 그 결과 주식시장은 단순히 초기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는 출구가 아니라, 대규모 자본을 조달하는 핵심 수단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알파벳의 이번 주식 발행 중 300억 달러는 직원 주식 보상에 따른 세금 납부 재원으로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기업으로서 직원 보상과 세금 문제까지 주식시장을 활용해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공개기업의 장점으로 꼽힌다.
기록적 주가 속 증자, 고점 신호일 수도
다만 대규모 주식 발행이 항상 긍정적인 신호만은 아니다. 기업들이 사상 최고 수준의 주가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면, 이는 시장이 고점에 가까워졌다는 경고로도 해석될 수 있다.
AI에 대한 투자 열기가 여전히 강하고, 알파벳처럼 시장의 신뢰를 받는 기업에는 자금을 대려는 투자자들이 넘쳐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수요에도 한계가 있다면, 먼저 움직인 알파벳은 오히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결국 알파벳의 800억 달러 자금 조달은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이 기술력만이 아니라 자본 접근성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막대한 현금을 필요로 하는 AI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공개기업의 지위와 주식시장 활용 능력은 다시 중요한 전략적 무기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