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기업 본사 경쟁에서 텍사스가 캘리포니아를 다시 앞질렀다. 2026년 포천 500대 기업 명단에 따르면 텍사스에 본사를 둔 기업은 57곳으로, 캘리포니아의 56곳을 근소하게 제쳤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캘리포니아가 앞서 있었지만, 주요 기업과 고액 자산가들의 이동이 이어지면서 순위가 뒤집힌 것이다.

포천 500대 기업 기준으로 텍사스 기업들의 매출은 2조8,000억 달러, 캘리포니아 기업들의 매출은 2조7,000억 달러로 집계됐다. 다만 캘리포니아는 전체 이익과 시장가치 측면에서는 여전히 강점을 유지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그레그 애벗(Greg Abbott) 텍사스 주지사는 성명에서 "텍사스는 명실상부한 본사의 본거지"라며,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과 친기업적 분위기, 숙련되고 성장하는 노동력이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엑손모빌·셰브런·스페이스X·X 등 텍사스로 이동

최근 몇 년 사이 텍사스는 대형 기업 본사 이전의 최대 수혜지로 떠올랐다.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엑손모빌(ExxonMobil), 셰브런(Chevron), 삼성전자 아메리카(Samsung Electronics America), 스페이스X(SpaceX), X 등 주요 기업들이 본사나 법적 등록지를 텍사스로 옮겼다.

삼성 미주법인 뉴저지에서 텍사스로 이전
(삼성 미주법인 뉴저지에서 텍사스로 이전. FOX )

이 가운데 상당수는 캘리포니아에서 이동했고, 일부는 뉴저지에서 텍사스로 이전했다. 삼성전자 아메리카는 뉴저지에서 텍사스로 본사를 옮기며 장기 성장을 위한 사업 전환을 이유로 들었다.

기업뿐 아니라 억만장자와 유명 사업가들의 개인 거주지 이동도 이어지고 있다. 우버(Uber) 공동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Travis Kalanick)은 최근 오스틴으로 이주한 사실을 공개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마크 큐반(Mark Cuban), 팔란티어(Palantir) 공동창업자 조 론스데일(Joe Lonsdale), 데이비드 삭스(David Sacks) 등도 최근 몇 년 동안 텍사스에서 사업 또는 개인적 기반을 넓혀왔다.

텍사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 흐름을 일시적 이동이 아니라 장기적 변화로 보고 있다. 텍사스 REALTORS의 제니퍼 와우홉(Jennifer Wauhob) 회장은 과거 폭스뉴스 디지털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은 발로 투표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살기 쉽고, 일하기 좋고, 지속 가능하며 감당 가능한 지역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기업환경과 세금 논란 겹쳐

캘리포니아는 여전히 미국 최대 경제권 중 하나이며 기술, 엔터테인먼트, 벤처투자, 바이오, 인공지능 산업의 중심지다. 하지만 높은 생활비, 높은 주거비, 복잡한 규제, 높은 세금 부담은 기업과 고소득층의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돼왔다.

이번 포천 500대 기업 본사 수 역전은 이런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기업 본사는 단순한 주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고임금 일자리, 경영진 거주, 세수, 법률·회계·금융 서비스, 지역 부동산 수요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폭스비즈니스는 특히 캘리포니아에서 추진 중인 이른바 "억만장자세"가 기업가와 고액 자산가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 '억만장자세', 11월 투표 가능성

캘리포니아에서는 2026년 11월 투표를 목표로 억만장자에게 일회성 5% 부유세를 부과하는 주민발의안이 추진되고 있다. 서비스노조 산하 의료노동자 단체인 SEIU-UHW는 이 법안 상정을 위해 155만 명 이상 서명을 확보했다고 밝혔으며, 이는 필요한 서명 수 약 87만5,000명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이 발의안은 순자산 10억 달러를 초과하는 캘리포니아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다. 통과될 경우 해당 자산가들은 순자산의 5%를 일회성 세금으로 내야 하며, 세금은 2027년부터 5년에 걸쳐 이자와 함께 납부할 수 있다.

지지자들은 이 세금이 트럼프 행정부의 메디케이드와 연방 보건 프로그램 삭감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재원이라고 주장한다. SEIU-UHW는 연방 보건 재정 삭감이 캘리포니아 의료 시스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억만장자세가 병원과 응급실, 의료 접근성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뉴섬 주지사도 반대

흥미로운 점은 이 세금안이 민주당 강세 주인 캘리포니아에서도 내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ABC뉴스는 캘리포니아가 억만장자에게 일회성 5%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개빈 뉴섬(Gavin Newsom) 주지사는 이 세금에 반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칼매터스(CalMatters)도 억만장자세가 진보 진영에서 당연히 지지를 받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민주당 의원들과 노동단체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세금의 명분은 의료재정 확보이지만, 고액 자산가 이탈과 세수 기반 약화, 법적 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입법분석관실 분석에 따르면 이 세금은 단기적으로 수백억 달러 규모의 추가 세수를 가져올 수 있지만, 일부 억만장자가 캘리포니아를 떠날 경우 장기적으로 소득세 수입이 매년 수억 달러 이상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반대 측 "고임금 일자리와 투자 위축 우려"

반대 측은 억만장자세가 캘리포니아의 기업가와 투자자들에게 추가 이탈 압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폭스비즈니스 보도는 이 세금안이 통과될 경우 향후 20년 동안 약 10만8,000개의 고임금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반대 측 추산을 전했다.

조세정책 연구기관 택스파운데이션(Tax Foundation)은 캘리포니아 억만장자세가 일회성 5% 부유세를 부과하는 주민발의안이라고 설명하며, 고액 자산가의 거주지 이전, 자산평가 문제, 법적 쟁점이 주요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누빈(Nuveen)은 이 발의안이 절차적·법률적·헌법적 장벽을 안고 있어 실제 시행 가능성이 불확실하며, 시행되더라도 캘리포니아 지방채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텍사스, 낮은 세금·친기업 환경 앞세워 확장

텍사스가 기업 본사 이전의 주요 목적지가 된 배경에는 주 소득세가 없고, 상대적으로 낮은 규제 부담과 넓은 토지, 낮은 주거비, 에너지 인프라, 성장하는 노동시장이 있다. 특히 오스틴, 댈러스-포트워스, 휴스턴은 기술, 에너지, 금융, 물류, 반도체, 우주항공 산업을 흡수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6년 포천 500대 기업 기준으로 텍사스 내에서는 휴스턴 지역이 27개 기업으로 가장 많고, 댈러스-포트워스가 24개 기업을 보유했다. 오스틴에는 델(Dell), 테슬라(Tesla), 오라클(Oracle) 등 주요 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여전히 실리콘밸리와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를 중심으로 막대한 경제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본사 수 경쟁에서는 텍사스가 상징적 우위를 확보했다.

기업 이탈 논쟁, 2026년 선거 쟁점으로 부상

캘리포니아의 기업 이탈과 억만장자세 논란은 2026년 선거 국면에서 중요한 경제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지자들은 극소수 초고액 자산가에게 일회성 세금을 부과해 의료와 공공서비스를 지키자는 입장이다. 반대자들은 이미 높은 세금과 규제로 기업과 자본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추가 세금은 캘리포니아의 경쟁력을 더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포천 500대 기업 본사 수 역전은 그 논쟁에 상징성을 더했다. 텍사스는 친기업 정책의 성과라고 강조하고 있고, 캘리포니아 비판론자들은 고세금·고규제 모델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고 있다.

반대로 캘리포니아 측에서는 기업 본사 수만으로 경제 경쟁력을 평가할 수 없으며, 기술 혁신, 벤처투자, 인재 밀도, 시장 규모, 기업 이익과 시가총액 등에서는 여전히 강점이 크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결국 이번 논쟁의 핵심은 단순히 포천 500대 기업 본사 수가 한 곳 차이로 바뀌었다는 데 있지 않다.

미국 내 경제 중심축이 낮은 세금과 친기업 환경을 앞세운 텍사스로 이동하고 있는지, 아니면 캘리포니아가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혁신경제의 중심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억만장자세 추진은 이 경쟁 구도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