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개발사 오픈AI(OpenAI)가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를 비공개로 신청했다.

경쟁사 앤스로픽(Anthropic)이 먼저 IPO 절차에 들어간 데 이어 오픈AI도 공개시장 진입을 준비하면서, 인공지능(AI) 대형 기업들의 상장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오픈AI는 8일 미국 IPO를 비공개로 신청했다고 밝혔다. 다만 공모 규모나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고, 구체적 상장 일정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오픈AI는 성명에서 "민간기업으로 남아 있을 때 더 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어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상장을 추진하되, 구조 개편과 파트너십 조정 등 내부 과제가 아직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

최대 1조 달러 기업가치 목표

로이터는 오픈AI가 상장 시 최대 1조 달러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르면 9월 IPO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오픈AI가 1조 달러 가치로 상장할 경우, AI 산업은 공개시장에서 전례 없는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오픈AI뿐 아니라 앤스로픽과 스페이스X(SpaceX)도 대형 IPO를 추진하고 있어, 세 회사가 모두 조 단위 기업가치로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거론된다.

오픈AI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 오픈 AI 최고 경영자. 자료화면)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이미 IPO 절차에 나섰으며, 750억 달러 규모 공모와 1조7,500억 달러 기업가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성사될 경우 역사상 최대 규모 IPO가 될 수 있다.

앤스로픽은 지난 1일 미국 IPO를 비공개로 신청했다고 밝혔다. 앤스로픽은 최근 650억 달러 규모의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했으며,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는 9,650억 달러로 평가됐다.

투자자문사 세리티파트너스(Cerity Partners)의 마이클 애슐리 슐먼(Michael Ashley Schulman)은 "앤스로픽이 대규모 투자 유치 이후 먼저 IPO 신청을 하면서 오픈AI도 선택지를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AI 시대의 상징적 IPO

오픈AI와 앤스로픽의 IPO는 기술 산업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공개시장에 진입하는 상징적 사건이 될 전망이다.

오픈AI는 올해 초 소프트뱅크(SoftBank), 아마존(Amazon), 엔비디아(Nvidia) 등 대형 투자자들로부터 1,100억 달러를 조달하면서 기업가치 8,400억 달러를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오픈AI는 챗GPT의 주간 활성 이용자가 9억 명을 넘었고, 유료 소비자 구독자는 5,000만 명을 넘었다고 공개했다.

오픈AI는 2024년 말 분기 매출이 약 10억 달러였지만, 올해 3월에는 월 매출이 2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알파벳(Alphabet), 메타(Meta) 등 인터넷·모바일 시대를 대표했던 기업들보다 약 4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익성은 아직 먼 과제로 남아 있다. 오픈AI는 최근 투자 유치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2030년까지는 흑자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관계 재조정

이번 IPO 신청은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의 파트너십을 재협상한 뒤 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9년 이후 오픈AI에 총 130억 달러를 투자한 초기 핵심 파트너다. 이 투자는 오픈AI의 급성장을 가능하게 했고, 동시에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 성장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오픈AI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관계를 조정하면서 아마존과 구글(Google) 등 다른 대형 기술기업과도 새로운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혔다.

이는 상장을 앞둔 오픈AI가 특정 파트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더 넓은 자본·클라우드·인프라 네트워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앤스로픽, 개발자 시장에서 급부상

오픈AI가 개척한 생성형 AI 시장은 빠르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중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회사가 앤스로픽이다.

앤스로픽은 클로드(Claude) 모델과 코딩 보조도구 클로드 코드(Claude Code)를 앞세워 개발자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앤스로픽의 고급 모델인 미토스(Mythos)를 사용해 소프트웨어 코드의 취약점을 찾아내는 데 활용하고 있다.

오픈AI가 챗GPT로 일반 소비자와 기업 시장을 폭넓게 장악했다면, 앤스로픽은 안전성과 코딩 성능, 기업 고객 중심 전략을 앞세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형 IPO가 자본시장 흡수할 가능성도

오픈AI, 앤스로픽, 스페이스X의 IPO는 침체됐던 미국 IPO 시장에 강한 활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일부 투자은행 관계자들은 이들 초대형 공모가 시장의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중소형 IPO에 돌아갈 자본을 줄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DA 데이비슨(D.A. Davidson)의 길 루리아(Gil Luria) 전무는 "오픈AI가 원하지 않는 것은 공개시장 자본이 먼저 소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페이스X와 앤스로픽이 오픈AI보다 앞서 IPO 대기열에 있고, 구글처럼 이미 상장된 대형 경쟁사들도 추가 주식 발행을 통해 수백억 달러씩 조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글로벌 IPO 시장은 이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5월 26일까지 전 세계 IPO 조달액은 875억 달러로,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비영리 출신 구조도 논란

오픈AI는 2015년 인류에 이로운 인공지능 연구를 목표로 하는 비영리단체로 출발했다. 그러나 AI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2019년 영리 부문을 만들었다.

비영리 모회사가 영리 법인을 통제하는 독특한 구조는 2023년 말 샘 올트먼(Sam Altman) 최고경영자가 일시적으로 해임됐다가 직원들의 반발 속에 복귀하면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오픈AI는 2024년 12월 공익법인(public benefit corporation) 형태로 구조를 개편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회사는 이 개편이 비영리 모회사의 제한을 완화하고 더 많은 자본을 조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과정은 머스크의 강한 비판을 불러왔다. 오픈AI 초기 후원자였던 머스크는 올트먼과 경영진이 오픈AI를 인류를 위한 비영리 연구기관에서 사적 이익을 위한 기업으로 바꿨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배심원단은 지난 5월 머스크의 소송에서 오픈AI 측 손을 들어줬다. 배심원단은 오픈AI가 애초의 인류 이익 사명에서 벗어났다는 머스크의 주장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오픈AI IPO를 둘러싼 주요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한 것으로 평가된다. 분석가들은 이번 결정이 상장을 앞둔 오픈AI에 중요한 장애물을 제거했다고 보고 있다.

AI 거품 논쟁 속 공개시장 시험대

오픈AI의 IPO 신청은 AI 산업이 민간 투자 중심 단계에서 공개시장 검증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투자자들은 AI가 향후 10년의 핵심 투자 테마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AI 기업들이 막대한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언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경쟁 심화 속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오픈AI는 챗GPT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AI 기업이 됐지만, 앤스로픽과 구글, 메타, 아마존, xAI 등 경쟁자들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이번 상장 경쟁은 단순한 IPO 이벤트가 아니다. AI 산업의 미래 수익성, 기술 지배력, 자본 조달 능력, 그리고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를 한꺼번에 시험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오픈AI가 실제로 1조 달러 가치로 상장할 수 있을지, 그리고 앤스로픽과 스페이스X의 초대형 IPO와 함께 시장이 이를 얼마나 소화할 수 있을지가 향후 기술주 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