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다시 위험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양측은 전면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으려 하면서도 군사적 압박과 보복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오판이나 우발적 충돌이 더 큰 확전으로 번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사흘간 이어진 교전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지난 4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폭격 작전 중단을 선언한 이후 가장 심각한 긴장 고조로 평가된다.

당시 휴전은 2월 28일부터 시작된 약 40일간의 공습을 끝내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후에도 호르무즈해협과 이란 항구 봉쇄를 둘러싼 충돌은 계속돼왔다.

이번 충돌은 이란이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이란 드론이 미군 아파치(Apache) 헬리콥터를 격추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은 수 시간 동안 보복 공습을 단행했다.

이란의 아파치 헬기 공격에 대한 보복공격
(이란의 아파치 헬기 공격에 대한 보복공격.CENTCOM )

이란 당국은 헬리콥터 격추가 의도적 공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지만, 이후 미국의 공격에 대응해 걸프 지역 미국 동맹국들과 요르단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가했다.

호르무즈해협 둘러싼 군사 대치

현재 충돌의 중심에는 호르무즈해협이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이자 걸프 아랍국가들의 생명선으로 꼽힌다. 미국은 이란 항구 봉쇄를 집행하고 있고, 이란은 드론과 고속정을 이용해 해협을 지나는 상업용 선박을 위협하며 사실상 통항 제한을 시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군 항공기와 이란 드론, 고속정이 근접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양측 모두 전면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현장에서는 언제든 충돌이 확대될 수 있는 군사적 접촉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이란 분석가 디나 에스판디아리(Dina Esfandiary)는 "양측은 전쟁을 관리하면서도 휴전의 조건을 설정하고, 제한적 군사공격을 통해 추가 지렛대를 확보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양측 모두 전쟁 지속을 원하지 않지만, 동시에 계속할 준비도 돼 있다"고 말했다.

아파치 헬기 격추, 확전 문턱까지 접근

가장 위험했던 사건은 오만 해안 인근에서 순찰 중이던 미군 아파치 헬리콥터가 추락한 일이었다. 미국 당국자들은 이 헬기가 이란 드론에 맞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헬기 승무원 2명은 수 시간 동안 바다에 있다가 해상 드론에 의해 구조됐다. 보도에 따르면 이는 처음으로 이뤄진 형태의 구조 작전이었다.

이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과의 비공개 대화에서 언급한 확전 기준에 매우 가까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미군 병력을 사망하게 할 경우 휴전을 끝내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에서는 미군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만약 승무원들이 사망했다면 상황은 훨씬 더 빠르게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었다.

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작전 방식이 가진 위험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혁명수비대는 이란 정권 보호와 호르무즈해협 압박을 담당하는 준군사조직으로, 현장 지휘관들에게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하는 이른바 "모자이크 방어전략(Mosaic defense strategy)"을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테헤란의 직접 명령 없이도 현장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군사행동이 이뤄질 수 있어 오판 위험이 커진다.

트럼프, 협상 지연에 강한 불만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한 협상은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몇 주 동안 이란과의 합의가 임박했다고 말해왔지만, 핵심 쟁점에서는 진전이 없는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그들은 자신들에게 훌륭했을 합의를 협상하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며 "이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폭스뉴스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이란이 협상을 질질 끌고 있다며, 이란의 교량과 발전소를 겨냥한 새로운 공습 명령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군사력 사용을 경고하면서도 현재는 경제적 압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란 항구 봉쇄를 유지하고, 이란의 해상 위협을 차단하며, 민간 선박의 통항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란, 전면전 피하면서도 강경 대응

이란 역시 전면전은 피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강경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은 초기 전쟁에서 군사적·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지만, 호르무즈해협을 압박할 수 있는 능력과 걸프 지역 에너지 시설을 위협할 수 있는 수단을 새로운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이란 내부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억지력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요구가 강하다. 강경파 지도자들은 미국의 압박에 약하게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는 이란이 위험을 감수하는 군사 태세로 이동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의 하미드레자 아지지(Hamidreza Azizi) 방문연구원은 "상황은 매우 취약하다"며 "오판과 원치 않는 확전의 위험 때문에 이 균형은 안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휴전 기간 동안 미국 군인과 요원을 죽이는 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긴장을 관리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이란도 확전 한계는 의식

최근 며칠간의 행동을 보면 이란도 확전의 한계를 의식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란은 이스라엘과의 교전 종료를 먼저 공개적으로 발표했고, 과거 미국 항공기를 격추했을 때와 달리 이번 아파치 헬기 추락 사건을 크게 선전하지 않았다.

또 이란은 이스라엘의 인구 밀집 지역이나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매우 민감한 목표물은 피했다. 미사일과 드론 공격도 제한된 규모로 진행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의 라즈 짐트(Raz Zimmt) 이란 프로그램 책임자는 이란의 대이스라엘 미사일 공격이 더 큰 확전을 피하도록 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란이 일정한 위험을 감수한 것은 맞지만, 이스라엘과 전면전에 들어가려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협상 핵심은 돈과 핵 제한

미국과 이란 사이의 외교 협상은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중재자들은 양측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최소한의 양해각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양해각서는 교전 중단, 호르무즈해협 개방, 더 어려운 쟁점을 논의하기 위한 후속 협상 개시를 담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쟁점은 여전히 크다. 이란은 얼마나 빨리 경제적 완화와 동결자금 접근을 받을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미국은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제한과 농축우라늄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란은 전쟁과 제재로 경제가 압박받는 상황에서 조기 금융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명확한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제재 완화나 자산 해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양측 모두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

협상이 지연되면서 미국과 이란은 저강도 충돌 상태에 갇혀 있다. 어느 쪽도 불리한 합의를 받아들이며 물러서는 모습으로 비치기를 원하지 않는다.

터키 앙카라의 이란연구센터(IRAM) 연구원 오랄 토아(Oral Toğa)는 이란 체제가 초기 타격을 흡수한 뒤 새로운 지도부를 중심으로 결속했고, 현재의 대결을 실존적 문제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양측 모두 항복한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긴장을 낮출 수 있는 서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흘간의 충돌은 미국과 이란이 전면전을 피하려 하면서도, 실제 현장에서는 전쟁의 문턱 가까이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란 드론과 미군 항공기, 해상 봉쇄와 호르무즈해협 통항 제한, 이스라엘과 걸프 동맹국을 겨냥한 미사일·드론 공격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충돌의 관리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합의를 지연시키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고, 이란은 군사적 압박을 통해 협상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 양측 모두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현재의 저강도 충돌은 작은 오판 하나로 더 큰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한 단계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