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11일 밤 미국이 이란을 다시 강하게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시에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Kharg Island)을 장악하고 이란의 석유·가스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미국이 외교적 해법을 포기했다기보다, 협상에서 버티고 있는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군사·경제적 압박 수위를 높이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합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정권의 주요 수입원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올린 글에서 미국이 이란을 다시 "매우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멀지 않은 미래"에 미국이 이란 남부 해안 인근의 하르그섬을 장악하고, 이란의 석유·가스 시장을 "완전히 통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영상 메시지
(트럼프 대통령. 자료화면)

그는 이를 베네수엘라에서의 미국 정책에 비유하며, 해당 방식이 "베네수엘라와 미국 모두에 훌륭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거점 하르그섬

하르그섬은 이란 남부 페르시아만에 위치한 핵심 원유 수출 거점이다. 이 섬은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를 처리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하르그섬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군사시설 타격을 넘어, 이란 경제의 생명선을 압박하겠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란 경제가 이미 제재와 전쟁으로 큰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원유 수출 거점까지 위협받는다면, 테헤란의 협상 여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

다만 하르그섬 장악은 실제 실행될 경우 매우 부담이 큰 작전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섬을 장악하려면 지상군 투입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는 지금까지 주로 공습과 해상 봉쇄를 중심으로 진행돼온 미국의 대이란 압박 방식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군사 행동이 될 수 있다.

협상 교착 속 압박 수위 높이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수주째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나왔다. 미국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 제한과 농축우라늄 처리 문제에서 실질적인 양보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란은 경제 제재 완화와 동결자금 접근을 요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이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앞서 이란이 자신들에게 유리했을 합의를 너무 오래 끌었다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르그섬 언급은 이 같은 압박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미국은 이란이 계속 합의를 미룰 경우, 단순히 군사시설만이 아니라 정권의 핵심 재정 기반까지 겨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인근 공습 뒤 나온 경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인근 이란 목표물에 대한 새로운 공습을 단행한 뒤 나왔다. 최근 미국은 이란 드론이 미군 아파치(Apache) 헬리콥터를 타격한 사건 이후 이란의 방공망, 레이더, 지상통제소 등을 겨냥해 여러 차례 공습을 실시했다.

미국은 이 같은 공격이 이란의 군사 능력을 제한하고, 호르무즈해협 주변에서 미군과 민간 선박을 위협하는 능력을 약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보고 있다. 다만 최근 공격에서 미국은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 자체를 직접 타격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점에서 하르그섬 장악 발언은 이란에 대한 경고 수위를 한 단계 높인 것이다. 실제 작전 여부와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목표물이 에너지 수출 기반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란, 걸프 지역 미군 시설 겨냥 보복 주장

이란은 미국의 공습에 대응해 바레인, 쿠웨이트, 요르단에 있는 미군 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걸프 지역에서 미군 기지를 제공하는 국가들까지 이란의 보복 대상이 된 것이다.

쿠웨이트와 요르단은 밤사이 이란이 발사한 수십 발의 미사일에 대해 방공망이 대응했다고 밝혔다. 바레인 국영매체는 건물과 차량이 손상된 사진을 공개했다.

이란은 자국 공격에 영토를 제공한 국가는 공격자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걸프 동맹국들을 압박하기 위한 메시지로 보인다.

다만 이란의 대응은 아직 미국과의 전면전을 감수하겠다는 수준이라기보다, 제한적 보복을 통해 체면과 억지력을 유지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이란은 전쟁 초기부터 군사적·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고, 현재는 호르무즈해협과 걸프 지역 미군 시설 위협을 지렛대로 활용해 협상력을 유지하려는 모습이다.

이란 "미국 공습은 국제법 위반"

압바스 아라그치(Abbas Araghchi) 이란 외무장관은 카야 칼라스(Kaja Kallas)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와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의 공습을 비판했다.

이란 외무부에 따르면 아라그치 장관은 미국의 공격이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며, 현재의 휴전을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미국이 군사적 압박을 통해 핵합의를 강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란이 협상을 지연시키면서 핵 프로그램과 호르무즈해협 통항 문제에서 실질적인 양보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군사력으로 협상 지렛대 높이는 트럼프

이번 상황의 핵심은 미국이 군사력을 외교의 대체재가 아니라 협상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합의를 수용하도록 만들기 위해 방공망과 레이더, 군사시설을 타격하고 있으며, 이제는 원유 수출 거점까지 압박 대상으로 거론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 항구와 원유 수출을 겨냥한 해상 봉쇄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이란 정부의 핵심 수입원을 차단하려는 조치다. 동시에 미국은 상업용 선박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할 수 있도록 전투기와 헬기를 동원해 이란 미사일과 드론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

하르그섬 장악 발언은 이 압박 전략을 더 강한 단계로 끌어올리는 카드다. 이란이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경제 핵심 기반을 직접 겨냥할 수 있다는 경고이기 때문이다.

목표는 이란의 핵합의 수용 압박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전략은 몇 차례 변화를 거쳤다. 전쟁 초기에는 이스라엘 주도, 미국 지원의 공습을 통해 이란 지도부와 군사시설을 타격했다. 이후 4월 휴전 뒤에는 제재와 해상 봉쇄를 통해 이란 경제를 압박하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더 직접적인 군사 압박을 통해 이란이 핵합의 조건을 받아들이도록 만들려 하고 있다. 이는 외교의 포기라기보다, 외교적 결론을 얻기 위한 강압적 협상 전략에 가깝다.

다만 이란이 즉각 물러설지는 불확실하다. 이란은 이미 군사적·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호르무즈해협과 걸프 지역 미군 시설 위협을 통해 협상 지렛대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

하르그섬 카드는 협상 압박의 강한 신호

미국이 실제로 하르그섬 장악에 나설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이 섬을 거론한 것만으로도 이란에는 상당한 압박이 된다. 하르그섬은 이란 정권의 주요 외화 수입원이자 에너지 수출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이란 충돌은 전면전 확대보다는 협상 조건을 둘러싼 압박전의 성격이 강하다. 미국은 이란의 군사 인프라를 타격하며 협상 지렛대를 높이고 있고, 이란은 걸프 지역 미군 시설을 겨냥했다고 주장하며 제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하르그섬 언급은 이란의 핵심 수입원까지 압박할 수 있다는 경고다. 향후 협상에서 이란을 더 강하게 압박하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결국 관건은 이란이 미국의 군사·경제 압박을 버티며 기존 입장을 유지할지, 아니면 핵 프로그램과 호르무즈해협 문제에서 양보하며 합의에 나설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르그섬이라는 가장 민감한 카드를 꺼내 들며, 이란에 협상 지연의 비용이 더 커질 수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