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이란과의 초기 평화합의를 발표한 직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합의의 구체적 내용과 이행 가능성이 회의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프랑스 에비앙레뱅(Evian-les-Bains)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프랑스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공식적으로 기술, 무역, 글로벌 경제 불균형을 다루는 자리지만, 실제 논의의 중심은 미국과 이란의 잠정 합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미국의 이란 해상 봉쇄 해제, 최소 60일간의 전쟁 중단을 포함한 초기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더 어려운 협상은 후속 기술협상으로 넘겨진 상태다.

동맹국들, 환영하면서도 합의문 확인 못 해

트럼프 대통령이 프랑스에 도착하면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은 이번 합의를 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들은 동시에 복잡한 합의가 향후 몇 달 동안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G7 2025
(G7 2025, ABC)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은 15일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해상 운송이 신속히 재개돼야 하며, 세부 협상이 빠르게 마무리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카야 칼라스(Kaja Kallas)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이번 합의가 잠재적 돌파구가 될 수 있다며, EU가 핵 문제와 관련한 전문성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G7 국가 당국자들은 아직 합의문을 직접 보지 못했다고 조용히 지적했다. 합의문은 금요일 스위스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서명식 전까지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동맹국들의 축하와 지원 의사는 미국, 이란, 그리고 핵심 중재국인 파키스탄이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힌 데 근거하고 있다. 실제 합의문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호르무즈해협 재개방과 기뢰 제거가 첫 과제

G7 정상회의에서 가장 먼저 논의될 실무 과제는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해협이 금요일 다시 열릴 것이라고 밝혔고, 그 전까지 시간이 필요한 이유로 기뢰 제거를 들었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다. 이란의 통항 제한과 미국의 해상 봉쇄는 전쟁 기간 국제 에너지 가격을 끌어올렸고, 세계 경제에 부담을 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G7 동맹국들에게 전략적 수로의 기뢰 제거 작업을 도와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협이 실제로 안전하게 다시 열릴 수 있는지, 상업용 선박들이 정상 운항을 재개할 수 있을지가 합의 이행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핵 문제는 60일 후속 협상으로

이번 잠정 합의는 이란 핵 프로그램 문제를 즉시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다. 양측은 전쟁 중단과 해상 봉쇄 해제,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을 우선 추진하고, 이란 핵 문제는 향후 기술협상에서 다루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이번 합의에 이란이 핵무기를 얻지 않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4일 밤 소셜미디어 게시글에는 이 같은 내용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그는 이란 내 핵물질 처리 문제에 대해서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 관련 잔여물은 나중에 우리가 준비됐을 때 처리할 것"이라며 "앞으로 한두 달 안에 하면 된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동맹국들 사이에서 추가 질문을 낳을 수 있다. G7 정상들은 이란의 농축 핵물질을 어떻게 검증하고, 어떤 방식으로 반출 또는 폐기할 것인지, 또 사찰 체계가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레바논 전선도 변수

이번 합의의 또 다른 변수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전선이다.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는 G7 정상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조속한 회동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은 워싱턴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뿐 아니라 중동 내 친이란 민병대 네트워크와 탄도미사일 생산까지 포함하지 않는 좁은 합의에 오래전부터 반대해왔다.

이스라엘 카츠(Israel Katz)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5일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에서 이란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Hezbollah)와 교전 중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합의 발표 직후에도 레바논 전선이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겨냥해 공습한 것을 두고 네타냐후 총리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트럼프, 네타냐후 설득해야 하는 과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합의를 유지하려면 이스라엘이 독자 군사행동을 자제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미사일 능력과 친이란 무장조직을 장기적 위협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가 합의를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합의 조건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특히 이란의 핵 프로그램 해체가 즉각적으로 보장되지 않고, 후속 협상으로 넘어간 점은 이스라엘 강경파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미국이 이란과 합의하는 동시에 이스라엘의 안보 우려를 달래야 하는 만큼, 이번 G7 회의는 단순한 경제·기술 회의가 아니라 중동 외교 조율의 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내 의회 검토도 쟁점

미국 내에서도 합의를 둘러싼 논쟁이 시작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전쟁에 반대해온 만큼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가능성에 신중한 지지를 보였다. 반면 공화당 내 일부 강경파는 이란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대표적 대이란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Lindsey Graham) 상원의원은 소셜미디어에 "미국 법에 따라 이란과의 어떤 핵합의도 의회 검토와 표결을 위해 제출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레이엄 의원은 최종 합의안을 검토하기를 기대한다며, 합의의 설계자인 JD 밴스(JD Vance) 부통령과 협상팀이 의회에 합의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번 합의가 외교적 발표만으로 끝나지 않고, 미국 의회에서 정치적 검증을 거쳐야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제재 완화와 자금 접근 문제도 불명확

합의의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제재 완화와 이란 자금 접근 문제도 주요 쟁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이란이 즉시 원유 수출을 재개할 수 있고, 합의 서명 이후 미국이 이란 항구 봉쇄를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행정부 당국자들이 밝혀온 입장과 다소 차이가 있다.

미국 당국자들은 그동안 이란이 핵 프로그램 해체를 이행하기 전까지는 재정적 숨통을 틔워주는 조치나 봉쇄 해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반면 이란은 새 핵협상이 시작되기 전에 해외 동결자산 중 최소 120억 달러에 접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이란 측의 이 같은 주장을 빠르게 부인했다.

따라서 G7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에 어떤 경제적 혜택이 제공되는지, 제재 해제는 어떤 조건과 순서로 이뤄지는지, 봉쇄 해제와 핵 협상 이행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물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성과 과시 속 복잡한 검증 과제 직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합의를 자신의 외교적 성과로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쟁 장기화와 유가 상승, 보수층 내부의 갈등 속에서 합의가 필요하다는 압박을 받아왔다.

미국과 이란의 잠정 합의가 실제로 서명되고 호르무즈해협이 다시 열리면, 세계 에너지 시장에는 안정 신호가 될 수 있다. 미국 소비자들에게도 휘발유 가격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합의의 유지에는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이란은 핵 프로그램과 농축 물질 문제에서 후속 협상에 응해야 하고, 미국은 봉쇄 해제와 제재 완화 문제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이란 관련 군사행동을 자제해야 하며, 상업용 선박들은 호르무즈해협 통항이 안전하다고 판단해야 한다.

G7, 합의 이후 첫 국제 검증 무대

이번 G7 정상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합의가 국제적으로 검증받는 첫 무대가 될 전망이다. 동맹국들은 공개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을 축하하고 협력 의사를 밝히겠지만, 비공개 회의에서는 합의문 내용, 사찰 방식, 제재 완화 조건, 기뢰 제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합의는 전쟁을 멈추기 위한 중요한 돌파구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합의문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고, 일부 세부사항은 조율 중이며, 이란 핵 프로그램은 후속 협상으로 남아 있다.

따라서 이번 G7의 핵심 질문은 단순히 "합의가 이뤄졌는가"가 아니라, "그 합의가 실제로 유지될 수 있는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동맹국들에게 이번 합의가 호르무즈해협을 다시 열고, 전쟁을 멈추며, 결국 이란 핵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경로라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