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Fox Corp.)가 스트리밍 플랫폼 기업 로쿠(Roku)를 약 22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번 거래는 폭스가 광고 기반 스트리밍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규모로 베팅하는 것으로, 연결 TV와 무료 스트리밍 시장에서 경쟁력을 크게 키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폭스는 로쿠를 현금과 주식으로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는 폭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다.
로쿠는 연결 TV용 스트리밍 플랫폼 분야에서 가장 큰 사업자다. 전 세계 1억 가구 이상이 로쿠를 통해 스트리밍을 이용하고 있으며, 시장조사업체 파크스 어소시에이츠(Parks Associates)에 따르면 로쿠는 연결 TV 스트리밍 플랫폼 시장에서 25%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의 타이젠(Tizen)은 23%로 2위다.
뉴스·스포츠 강한 폭스와 플랫폼 강자 로쿠 결합
이번 인수는 실시간 뉴스와 스포츠 프로그램에 강한 폭스와, 연결 TV 플랫폼을 장악한 로쿠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폭스는 그동안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과 스포츠 중계권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스트리밍 경쟁 초기에는 넷플릭스(Netflix), 디즈니(Disney),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처럼 대규모 구독형 스트리밍 경쟁에 깊이 뛰어들기보다 상대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폭스는 스트리밍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2018년 보수 성향 구독형 서비스 폭스 네이션(Fox Nation)을 출시했고, 지난해에는 스포츠와 폭스뉴스를 포함한 직접 소비자 대상 서비스 폭스 원(Fox One)을 선보였다.
또 폭스는 2021년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 투비(Tubi)를 4억 달러에 인수했다. 투비는 현재 폭스 스트리밍 전략의 핵심 자산이다. 폭스는 지난달 투비의 월간 활성 이용자가 거의 1억 명에 이르며, 회계연도 3분기 매출이 23% 증가했다고 밝혔다.
로쿠 채널까지 더해 광고 시장 공략
로쿠는 단순히 스트리밍 기기나 운영체제만 제공하는 회사가 아니다. 로쿠는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를 TV와 기기를 통해 배포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동시에, 자체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인 로쿠 채널(Roku Channel)도 운영하고 있다.
폭스가 로쿠를 인수하면 투비와 로쿠 채널을 함께 보유하게 된다. 이는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이른바 FAST 시장에서 폭스의 규모를 크게 키울 수 있다.
합병 회사는 광고주를 두고 아마존(Amazon), 넷플릭스와 더 직접적으로 경쟁하게 된다. 넷플릭스와 아마존도 최근 광고 기반 요금제와 광고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스트리밍 광고 시장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소비자들, 광고 보는 대신 저렴한 서비스 선택
이번 거래의 배경에는 소비자들의 스트리밍 이용 방식 변화가 있다. 구독료가 계속 오르면서 소비자들은 무료 또는 저가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를 더 많이 선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안테나(Antenna)에 따르면 미국 내 프리미엄 구독형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 신규 가입 가운데 광고 기반 요금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50%에 달한다. 2년 전 39%에서 크게 오른 수치다.
이는 소비자들이 광고를 보는 대신 비용을 낮추는 선택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폭스가 로쿠를 인수하는 것도 이런 흐름에 맞춰 광고 기반 스트리밍 시장에서 더 큰 위치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월마트의 비지오 인수도 경쟁 압박
연결 TV 플랫폼 시장의 경쟁은 이미 재편되고 있다. 2024년 월마트(Walmart)는 로쿠와 경쟁하는 연결 TV 업체 비지오(Vizio)를 인수했다.
월마트는 과거 자사 자체 브랜드 TV에 로쿠 운영체제를 사용했지만, 비지오를 제품군에 통합하면서 지난해 로쿠와의 계약을 종료했다. 이는 로쿠 입장에서 중요한 파트너를 잃은 사건이었다.
로쿠는 최근 몇 달 동안 투자은행들과 함께 매각 가능성을 검토해왔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로쿠는 컴캐스트(Comcast)를 포함한 여러 회사에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의 이번 인수는 연결 TV 운영체제와 광고 기반 스트리밍 플랫폼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폭스 주주 73%, 로쿠 주주 27% 보유
폭스와 로쿠는 이번 현금·주식 거래가 2027년 상반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거래가 완료되면 폭스 주주들은 합병 회사의 약 73%를 보유하고, 로쿠 주주들은 나머지를 보유하게 된다. 폭스는 현금 지급 부분을 120억 달러 규모의 신규 부채와 보유 현금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로쿠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앤서니 우드(Anthony Wood)는 합병 회사에서 역할을 맡게 되며, 폭스 이사회에도 합류할 예정이다.
폭스, 스트리밍 광고 생태계 직접 장악
이번 거래는 폭스가 단순 콘텐츠 회사에서 스트리밍 배포 플랫폼과 광고 생태계를 함께 가진 회사로 이동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 폭스는 뉴스,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보유한 미디어 기업이었다. 로쿠 인수 이후에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동시에, 수천만 가구가 사용하는 연결 TV 플랫폼을 통해 시청자 데이터와 광고 재고를 직접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광고주 입장에서도 의미가 있다. 폭스는 스포츠와 뉴스의 실시간 시청층, 투비의 무료 스트리밍 이용자, 로쿠 플랫폼의 광범위한 TV 시청 데이터를 결합할 수 있다. 스트리밍 광고 시장에서 규모와 타기팅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스트리밍 경쟁의 중심, 구독에서 광고로 이동
한때 스트리밍 경쟁의 핵심은 유료 구독자 수였다. 그러나 구독료 인상과 소비자 피로감이 커지면서 광고 기반 모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넷플릭스, 아마존, 디즈니 등 대형 스트리밍 기업들도 광고 요금제를 확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로쿠와 투비는 무료 또는 저가 광고 기반 시청 경험을 제공해온 대표적 플랫폼이다.
폭스의 로쿠 인수는 스트리밍 시장의 중심이 단순 구독 경쟁에서 광고 수익과 플랫폼 장악력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거래가 마무리되면 폭스는 뉴스·스포츠 콘텐츠,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연결 TV 플랫폼을 모두 갖춘 대형 스트리밍 광고 사업자로 부상하게 된다. 다만 120억 달러 규모의 신규 부채를 동원하는 대형 거래인 만큼, 인수 이후 통합 과정과 수익성 개선이 중요한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