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제이 클레이턴(Jay Clayton) 국가정보국장 지명자의 인준 절차를 연기하고, 빌 풀티(Bill Pulte)를 국가정보국장 대행으로 계속 두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의회가 추진 중인 해외정보감시법(FISA) 702조 재승인 협상이 다시 복잡해질 전망이다.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국가안보 경력이 부족한 풀티가 대행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법안 재승인의 조건으로 제시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클레이턴의 상원 정보위원회 인준 청문회는 17일 열릴 예정이었다. 의원들은 미국 정보기관 전체를 감독하는 국가정보국장 자리에 그를 신속하게 인준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를 통해 청문회 연기를 요구했다.
"맨해튼 연방검사 후임부터 인준해야"
트럼프 대통령은 클레이턴의 국가정보국장 인준보다 뉴욕 맨해튼 연방검사 후임자 인준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레이턴은 현재 뉴욕 남부연방검찰청을 이끄는 맨해튼 연방검사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자신의 개인 변호사 중 한 명인 제임스 '제이미' 맥도널드(James "Jamie" McDonald)를 클레이턴의 후임 연방검사로 지명하겠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은 맥도널드 지명에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위대한 애국자 제이 클레이턴의 인준과 관련해 오늘 예정된 국가정보국장 상원 청문회를 취소한다"며 "제이미 맥도널드가 연방검사로 인준될 때까지 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빌 풀티가 국가정보국장 대행으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풀티 자격 논란 다시 부상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연방주택금융청장인 풀티를 국가정보국장 대행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풀티에게 국가안보나 정보기관 관련 경험이 없다며 적격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논란은 FISA 702조 재승인 협상에도 영향을 줬다. 양당 일부 상원의원들은 풀티가 대행직에서 물러나고 정식 국가정보국장이 지명되면 해당 감시 프로그램의 재승인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클레이턴을 국가정보국장 후보로 지명하면서 인사 문제와 FISA 협상이 풀릴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 지명 절차 연기로 풀티가 대행직을 계속 맡게 되면서 의회 내 논쟁이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FISA 재승인에 선거법안 연계
트럼프 대통령은 클레이턴 인준 연기와 함께 FISA 재승인 법안에 선거 유권자 자격 법안을 연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의회가 자신이 오랫동안 우선 과제로 추진해온 '세이브 아메리카법(SAVE America Act)'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FISA 재승인 법안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약간의 긴장감을 더하겠다"며 "세이브 아메리카법이 함께 포함되지 않는 한 FISA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선거법안은 연방선거에서 투표하려는 미국인에게 시민권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 "상원 통과 표 부족"
그러나 이 법안은 상원 통과에 필요한 60표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존 튠(John Thune)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번 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선거법안을 통과시킬 표가 없다고 밝혔다.
튠 원내대표는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없애는 것"이라며 "그러나 그렇게 하는 데 필요한 표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필리버스터가 유지되는 한 공화당 의석만으로는 민주당의 반대를 넘어 해당 법안을 처리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해외 외국인 감시에 사용하는 FISA 702조
FISA 702조는 미국 정보기관이 국가안보 목적으로 해외에 있는 외국인의 통신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미국 정부는 미국 통신서비스를 사용하는 해외 외국인의 정보를 미국 기업으로부터 영장 없이 수집할 수 있다.
다만 외국인과 통신하는 미국인의 정보도 함께 수집될 수 있어, 개인정보 보호와 영장 없는 미국인 정보 검색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져 왔다.
정부와 정보기관은 테러, 사이버공격, 간첩 활동 등 해외 위협을 파악하는 데 702조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시민자유단체와 일부 의원들은 미국인의 통신정보를 검색할 때 법원의 영장을 요구하는 등 보호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과거에는 702조 재승인이 미국인의 안전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정보기관 수장 인준과 감시법 협상 얽혀
클레이턴의 국가정보국장 인준 연기는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 정보감시법 재승인과 선거법안을 하나의 정치 협상으로 묶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풀티의 국가안보 경험 부족을 문제 삼아 FISA 재승인을 보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시민권 증명 의무를 담은 선거법안까지 연계했다.
반면 공화당 상원 지도부는 선거법안을 통과시킬 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맥도널드의 맨해튼 연방검사 인준도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인준 순서가 유지되면 맥도널드 연방검사 인준, 클레이턴 국가정보국장 인준, 풀티 대행 체제 종료, FISA 702조 재승인이 연쇄적으로 지연될 수 있다.
이번 결정은 국가정보국장 인사와 해외정보 감시권한, 선거 자격법안을 둘러싼 의회 협상을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들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