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군사작전 중단과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을 담은 양해각서에 서명한 가운데, 이란 측이 공개한 것으로 알려진 문건에 3,000억 달러 규모의 재건·경제개발 계획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에 자금을 제공하거나 투자기금을 조성한다는 보도를 "거짓"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란 측이 공개한 것으로 알려진 양해각서 문안에는 미국이 역내 파트너들과 함께 최소 3,000억 달러 규모의 이란 재건·경제개발 계획을 마련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양측의 설명이 엇갈리면서 해당 문건이 최종 합의문인지, 3,000억 달러가 미국 정부의 직접 투자금인지, 걸프 국가와 민간 투자까지 포함한 포괄적 계획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란 대통령 "역사적 문서"... 서명본 추정 이미지 공개
마수드 페제시키안(Masoud Pezeshkian) 이란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의 양해각서를 "역사적 문서"라고 평가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X에 "상호 존중 속에서 평화가 실현될 것이라는 강력한 이란의 메시지"라며 "이란은 존엄과 독립을 지키면서 세계 평화와 지역 협력에 전념해왔다"고 밝혔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게시물에는 프랑스 베르사유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문서로 보이는 스캔 이미지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이번 합의를 미국에 대한 굴복이 아니라, 주권과 독립을 유지하면서 이뤄낸 외교적 성과로 설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이 주최한 만찬에 앞서 문서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은 서명 순간을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미국은 10센트도 투자하지 않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양해각서에 3,000억 달러 규모의 대이란 투자·재건기금이 포함됐다는 보도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폭스뉴스의 질문에 "거짓이다. 거짓"이라며 "미국은 투자하지 않는다. 우리는 10센트도 내지 않으며 그런 기금도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국가나 민간 투자자가 이란에 투자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누군가 투자하고 싶다면 할 수 있다"며 "내가 어떤 나라에도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걸프 국가들에 투자기금 참여를 요청했느냐는 질문에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투자한다면 괜찮지만, 이란의 행동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당분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의 행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개 문건 6항엔 "최소 3,000억 달러 계획" 명시
반면 이란 측이 공개한 것으로 알려진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 문안 6항에는 미국이 역내 파트너들과 함께 최소 3,000억 달러 규모의 이란 재건 및 경제개발 계획을 수립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건은 미국이 "지역 파트너들과 함께 이란의 재건과 경제발전을 위한 최소 3,000억 달러 규모의 확정적이고 상호 합의된 계획을 개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구체적인 집행 방식은 60일 이내 마련할 최종 합의에 포함하며, 관련 금융거래에 필요한 미국의 허가와 면제 조치도 제공한다고 적혀 있다.
다만 문건의 표현은 미국이 3,000억 달러를 직접 부담한다는 의미로 명확히 규정돼 있지는 않다. 미국이 걸프 국가와 역내 파트너, 민간 투자자들의 자금을 포함한 경제개발 계획을 조정하거나 필요한 제재 면제와 금융허가를 제공하는 구조일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정부가 직접 재정을 투입하거나 미국이 운영하는 기금을 만들지 않는다는 의미일 수 있다. 그러나 공개된 문건이 사실이라면, 미국이 최소한 대규모 투자계획 마련에 일정한 역할을 맡는다는 점에서 설명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양해각서 진위와 최종 문안 아직 불확실
공개된 문건은 '이란과 미국 간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라는 제목으로 14개 조항을 담고 있다.
그러나 게시된 문안에는 서명 날짜와 장소, 서명란 일부가 비어 있으며, 미국 정부는 해당 문건 전체가 진본인지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이 문서가 실제 서명본인지, 협상 과정의 초안인지, 일부 수정되기 전 문안인지 단정하기 어렵다.
JD 밴스(JD Vance) 부통령은 합의문 전문을 늦어도 금요일까지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카타르와 파키스탄이 외교적 절차를 이유로 공개를 잠시 미뤄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가 공식 문서를 공개하면 3,000억 달러 조항이 실제 최종 양해각서에 포함됐는지, 미국의 역할이 직접 투자자인지 단순한 조정자인지가 보다 분명해질 전망이다.
즉각적·영구적 군사작전 중단 명시
공개된 문안의 첫 번째 조항은 미국과 이란, 그리고 양측 동맹국들이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을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중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레바논 전선도 포함돼 있다. 양측은 앞으로 서로를 상대로 전쟁이나 군사작전을 시작하지 않고, 무력 사용이나 위협을 자제하기로 한 것으로 적혀 있다.
또 레바논의 영토 보전과 주권을 보장하고, 최종 합의에서도 모든 전선의 영구적인 전쟁 종식을 재확인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이번 문서는 최종 평화협정이 아니라 양해각서다. 양측은 최대 60일 이내에 최종 합의를 체결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상호 합의하면 협상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트럼프 "이란이 행동하지 않으면 다시 폭격"
트럼프 대통령은 양해각서가 아직 최종 합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은 최종 합의가 아니라 양해각서"라며 "내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거나 이란이 제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다시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잘못 행동하면 다시 그들의 머리 한가운데 폭탄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문건의 '영구적 군사작전 중단' 표현과 긴장 관계를 보인다. 문건은 상호 무력 사용 중단을 규정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이행 여부에 따라 군사행동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양해각서는 무조건적 종전선언이라기보다, 이란이 핵과 역내 무장단체, 해협 통항 등 핵심 조건을 지키는 동안 유지되는 조건부 군사작전 중단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미국, 해상봉쇄 30일 내 완전 해제
문건 4항은 미국이 서명 즉시 이란에 대한 해상봉쇄와 항행 방해를 해제하기 시작하고, 30일 이내 완전히 종료한다고 규정했다.
이 기간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의 선박 통행량을 전쟁 이전 수준에 비례해 단계적으로 복구하기로 했다.
최종 합의가 체결된 뒤 30일 이내에는 미국 병력이 이란 인근 지역에서 철수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해협이 이미 부분적으로 열렸으며 하루나 이틀 안에 완전히 개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협 재개방 기대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대에서 70달러대로 하락하고, 주식시장도 크게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상선 통행 60일간 무료 보장
문건 5항에 따르면 이란은 양해각서 서명 이후 60일 동안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사이를 오가는 상선의 안전한 통과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
이 기간에는 별도의 통행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상선 운항은 즉시 재개하되, 기뢰 제거와 군사적·기술적 장애물 해소를 거쳐 30일 이내 정상적인 통행 체계를 갖추도록 했다.
이란은 오만 및 다른 걸프 연안 국가들과 호르무즈해협의 향후 관리와 해상서비스 제공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카타르는 성명을 통해 양해각서가 군사작전 중단과 호르무즈해협 항행의 자유를 포함한 양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기반이라고 평가했다.
카타르 외교부는 미국과 이란이 협상과 평화적 수단으로 이견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파키스탄과 다른 중재국들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미국, 이란 원유 수출 제재 즉시 면제
공개 문건에는 이란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제재 완화 조항도 포함돼 있다.
10항은 미국 재무부가 양해각서 서명 즉시 이란산 원유와 석유제품, 파생상품 수출에 필요한 제재 면제를 제공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에는 은행거래와 보험, 운송 등 관련 서비스도 포함된다.
이는 최종 제재 해제를 기다리지 않고도 이란이 원유를 국제시장에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치다.
밴스 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과 테러조직 자금 지원을 중단하면 세계 경제에 다시 참여할 수 있으며, 그 혜택은 미국의 현금 지원이 아니라 제재 완화라고 설명했다.
동결자산도 사용 가능하게 전환
문건 11항은 이란의 동결되거나 사용이 제한된 자금과 자산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향후 협상에서 자금 해제 절차를 합의하기로 했다.
해제된 자금은 기존 계좌에 남겨두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할 수 있으며, 이란 중앙은행이 지정한 최종 수취인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완전히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미국은 이를 위해 필요한 허가와 승인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이 조항도 미국이 새로운 자금을 이란에 지급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란이 이미 소유하고 있지만 제재로 묶여 있던 자산의 사용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모든 대이란 제재 종료 협상
문건 7항은 미국이 이란에 대한 모든 유형의 제재를 종료하기 위한 일정에 합의한다고 규정했다.
여기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조치, 미국의 독자 제재, 1차·2차 제재가 모두 포함된 것으로 적혀 있다.
구체적인 종료 일정은 60일 안에 체결할 최종 합의에서 확정하기로 했다.
다만 미국 대통령이 유엔 안보리나 IAEA 조치를 단독으로 종료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법적·외교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유엔 제재를 해제하려면 안보리 절차가 필요하며, 미국 국내 제재 일부도 의회의 협조가 필요할 수 있다.
문건은 최종 합의를 법적 구속력이 있는 유엔 안보리 결의로 승인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란 "핵무기 개발하지 않겠다" 재확인
핵 문제와 관련해 이란은 핵무기를 조달하거나 개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양측은 이란이 보유한 농축우라늄의 처리 방식을 협상하기로 했다. 최소한의 처리방식으로는 IAEA 감독 아래 이란 현지에서 농축도를 낮추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란의 우라늄 농축 권한과 향후 핵에너지 수요, 기타 핵 관련 문제는 최종 합의에서 별도로 다루기로 했다.
양해각서가 유지되는 동안 이란은 현재 핵 프로그램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미국은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거나 역내 병력을 추가 배치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최종 협상이 진행되는 60일 동안 양측이 현 상태를 변경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합의 이행 감시기구 설치
양측은 양해각서와 향후 최종 합의 이행을 감독하기 위한 집행·감시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군사작전 중단과 해상봉쇄 해제, 호르무즈해협 통항 재개, 원유 수출 면제, 동결자산 해제 등이 실제로 시작된 뒤 나머지 조항에 관한 최종 협상을 진행하도록 했다.
이는 미국과 이란이 모든 쟁점을 한 번에 해결한 것이 아니라, 군사적 긴장 완화와 경제조치를 먼저 시행하고 핵·제재·역내 안보 문제를 후속 협상에서 확정하는 단계적 구조다.
3,000억 달러 조항 해석이 최대 쟁점
현재 가장 큰 논란은 3,000억 달러 조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에 돈을 주거나 투자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부인했다. 반면 공개된 문건은 미국이 지역 파트너들과 함께 최소 3,000억 달러 규모의 재건·경제개발 계획을 마련한다고 규정한다.
두 설명은 미국이 직접 자금을 부담하는지 여부에서는 양립할 수 있다. 미국이 돈을 내지 않고도 걸프 국가와 국제 금융기관, 민간기업의 투자를 허용하고 제재 면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계획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걸프 국가들에 투자 요청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미국이 역내 파트너들과 계획을 개발한다는 문건의 표현과는 차이가 있다.
미국이 공식 양해각서 전문을 공개하기 전까지는 어느 설명이 최종 합의에 더 가까운지 확인하기 어렵다.
최종 종전협정 아닌 60일 협상 틀
이번 양해각서는 군사작전 중단과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원유 수출 허용, 제재 완화 협상, 핵무기 개발 금지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세부 조건의 상당 부분은 60일 안에 체결할 최종 합의로 넘겨졌다. 특히 3,000억 달러 경제개발 계획과 제재 종료 일정, 농축우라늄 처리, 이란의 농축 권한, 미군 철수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문서는 전쟁을 완전히 끝내는 최종 평화협정보다, 군사작전을 중단하고 경제·핵·안보 협상을 시작하기 위한 잠정적 합의에 가깝다.
카타르도 이번 양해각서를 "다음 단계 협상을 위한 견고한 토대"라고 표현했다.
미국과 이란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합의를 설명하고 있는 만큼, 공식 전문 공개와 실제 이행이 이번 합의의 진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가르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