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고위급 협상단이 미국과의 후속 협상을 위해 20일 스위스로 출발했다. 미국 측 협상단도 현지에 도착했거나 출국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해협을 다시 폐쇄했다고 선언하고 레바논에서 교전이 계속되면서 협상 전망은 불투명한 상태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 협상단은 수석 협상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Mohammad Bagher Qalibaf)가 이끌고 있다.

협상단에는 압바스 아락치(Abbas Araqchi) 외무장관과 고위 국가안보 관계자, 중앙은행 및 석유산업 담당자들이 포함됐다.

파키스탄 정부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21일 스위스에서 시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JD 밴스(JD Vance) 미국 부통령도 조만간 스위스로 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쿠슈너·위트코프 먼저 스위스 도착

밴스 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측 협상대표인 재러드 쿠슈너(Jared Kushner)와 스티브 위트코프(Steve Witkoff)가 이미 스위스에 도착해 협상의 기술적 사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재러드와 스티브가 몇 시간 전부터 스위스에서 협상의 기술적 요소를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 사람과 이날 아침 통화했다며 "상황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JD 밴스 부통령
(JD 밴스 부통령. 자료화면)

밴스 부통령은 외교적 의전과 일정 조율이 필요하지만 자신도 며칠 안에 출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17일 양국 대통령이 서명한 14개 조항의 잠정 양해각서를 바탕으로 앞으로 60일 동안 핵 프로그램과 제재 해제, 경제지원, 역내 안보 문제 등을 협상할 예정이다.

이란 혁명수비대 "호르무즈해협 다시 폐쇄"

협상을 앞두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해협이 다시 폐쇄됐다고 선언했다.

혁명수비대는 선박들에게 해협에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접근할 경우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군사작전을 계속하고 있으며, 미국도 휴전을 성립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혁명수비대는 레바논에서 벌어진 이스라엘의 행동을 "범죄"라고 규정하고, 이를 해협 재봉쇄의 이유로 제시했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수송의 핵심 통로다. 이란은 그동안 해협의 통행 제한을 미국과 서방에 대한 협상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미 중부사령부 "선박 55척 정상 통과"

그러나 미 중부사령부는 호르무즈해협이 실제로 폐쇄됐다는 이란 측 주장과 다른 발표를 내놨다.

중부사령부는 20일 상선 55척이 해협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들 선박은 대량의 화물과 1,700만 배럴이 넘는 원유를 세계시장으로 운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밴스 부통령도 해협이 폐쇄됐다는 증거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란의 발표가 실제 전면 봉쇄를 의미하는지, 선박들에 대한 정치적·군사적 경고 수준인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해협을 통과한 선박 규모를 고려하면 상업 운항은 최소한 부분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 "상대방이 과거 합의 지키지 않아"

에스마일 바가이(Esmaeil Baghaei)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스위스 협상에서 미국 측의 합의 이행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상대방이 과거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례가 있다며, 이번에는 합의된 의무가 실제로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잠정 합의와 휴전 조건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계속되는 것은 미·이란 양해각서에 명시된 전투 중단과 레바논의 영토 보전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휴전에 합의했으며, 합의가 유지될 것으로 자신한다고 밝혔다.

레바논 휴전 이후에도 20명 사망

미·이란 간 60일 협상을 시작하기 위한 주요 조건 가운데 하나는 레바논에서의 전투 중단이다.

그러나 레바논 민방위 당국은 휴전 발효 이후인 20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2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공격에 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서 자유롭게 군사작전을 수행하도록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영토 안에서 점령지를 유지하고 공격을 계속하는 한 대응을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 "합의 당사자 아니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의 협상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양국 간 합의에도 구속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자국군이 점령한 레바논 영토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며, 헤즈볼라의 위협이 계속되는 한 군사작전을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당국자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이 19일 오후 4시부터 발효됐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관계자들도 휴전 합의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로이터에 확인했다.

이스라엘 채널12는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총리와 국방장관이 군에 레바논에서 공격을 중단하라고 지시했지만, 점령 지역에서는 철수하지 않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공습·헤즈볼라 발사 이어져

레바논 국영 NNA통신은 이스라엘 전투기와 무인기가 20일 레바논 남부와 베카밸리의 여러 지역을 공습했다고 보도했다.

두 지역은 모두 헤즈볼라의 주요 근거지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헤즈볼라가 밤사이 레바논 남부의 이스라엘군을 향해 50발 이상의 발사체를 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에 대응해 헤즈볼라 관련 목표물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공식 성명에서 휴전 합의를 준수하고 있다면서도, 이스라엘이나 자국군에 대한 모든 위협에는 계속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양측 모두 상대방이 먼저 휴전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사실상 제한적인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

호르무즈와 레바논이 협상 핵심 쟁점

스위스 협상의 핵심은 양국 정상이 서명한 잠정 합의가 실제로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선박 운항이 늘고 이란의 선박 공격도 줄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란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합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미·이란 양해각서는 호르무즈해협을 재개방하고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을 중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해협이 실제로 열려 있는지와 레바논 휴전이 유지되는지가 60일간의 최종 협상 진행 여부를 결정할 핵심 조건이 될 전망이다.

협상 재개됐지만 합의 이행은 불안정

이란 협상단의 스위스 출발은 전날 연기됐던 미·이란 후속 회담이 다시 추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란 혁명수비대의 해협 폐쇄 선언과 레바논에서 계속되는 공습·로켓 공격은 잠정 합의가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점을 드러낸다.

미국은 실제 선박 운항 자료를 근거로 호르무즈해협이 열려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란은 해협 통제를 협상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레바논에서도 공식적인 휴전은 발효됐지만 이스라엘군이 점령지를 유지하고 양측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스위스 협상에서는 호르무즈해협 운항 보장과 이란산 원유 수출, 레바논 전투 중단, 이스라엘군 철수 여부, 이란 핵 프로그램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