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빠르게 늘고 경제지표도 견조한 가운데, 미국과 이란의 잠정 평화합의 이후 국제유가까지 하락하면서 뉴욕증시가 다시 사상 최고치에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거래일에 주가가 급격하게 흔들리면서 투자자들의 불안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최근 3년 연속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9.6% 상승했다. 스페이스X 주가가 기업공개 이후 급등하고 대형 기술기업들이 인공지능 인프라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증시 낙관론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상당수 투자자는 높은 주식 평가가치와 금리 상승 가능성, AI 투자 둔화, 신규 주식 공급 증가를 증시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보고 있다.
3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 주가 부담 커져
S&P500지수는 지난 3년 동안 매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상승률도 9.6%에 달하면서 현재와 같은 상승 속도가 계속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주가가 올랐음에도 S&P500의 예상 주가수익비율이 올해 오히려 낮아졌다는 점을 강조한다.
주가 상승 속도보다 기업이익 전망치가 더 빠르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채 수익률과 비교하면 미국 주식의 평가가치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는 미국 국채를 만기까지 보유하면 사실상 무위험에 가까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주식의 기대수익이 국채 수익률보다 충분히 높지 않다면 주식을 보유할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
주식 이익수익률과 국채금리 격차 좁아져
주식의 상대적인 매력은 S&P500의 이익수익률과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의 차이로 확인할 수 있다.
이익수익률은 주가수익비율을 거꾸로 계산해 백분율로 표시한 수치다. 주가가 기업이익에 비해 높을수록 이익수익률은 낮아진다.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주식 이익수익률과 국채금리의 차이를 측정하는 '초과 CAPE 수익률'은 현재 약 1.3%다.
이는 최근 10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에 가깝다.
국채금리가 큰 폭으로 내려가지 않는다면 주식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떨어져 증시 상승을 제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가 하락에도 국채금리 하락은 제한적
올봄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한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이었다.
유가 상승이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에 베팅했다.
미국과 이란의 잠정 평화합의 이후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자 일부 투자자는 국채금리도 내려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합의 발표 이후 국채금리는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인 2%를 여전히 웃돌고 최근 다시 상승하고 있어, 유가 하락만으로 금리 부담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워시 연준 의장, 물가 안정 의지 강조
케빈 워시(Kevin Warsh) 신임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이후 예상보다 강하게 물가 우려를 표시한 것도 금리 인상 전망을 키웠다.
워시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임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에 지속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워시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연준 위원들이 물가 안정에 대해 "만장일치이고 명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워시 의장의 발언을 연준이 경기부양보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우선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물가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거나 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4개 빅테크 AI 투자 6,700억 달러 전망
일부 투자자들은 연준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AI 투자 확대가 증시와 경제 성장을 계속 지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대형 기술기업 4곳이 데이터센터와 전력시설 등 AI 인프라에 투자할 금액은 총 6,7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기준으로 1850년대 철도 건설 투자보다 큰 규모다.
AI 인프라 투자는 반도체와 서버, 전력설비, 건설, 냉각장비 등 광범위한 산업의 매출과 이익을 끌어올리고 있다.
AI 투자 확대는 대형 기술주뿐 아니라 미국 전체 경제성장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AI 이용료 부담으로 가격 인하 경쟁 가능성
그러나 AI 투자 확대가 지속될 수 있는지를 둘러싼 의문도 커지고 있다.
최근 AI 기업 앤스로픽(Anthropic)이 예상보다 일찍 분기 흑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아졌다.
이는 AI 모델을 운영해 얻는 수익이 막대한 개발·운영비용을 넘어설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후 오픈AI(OpenAI)가 대폭적인 가격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오픈AI는 앤스로픽도 비슷한 가격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 고객들이 AI 서비스 이용료가 지나치게 높다며 도입이나 사용 확대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기업 간 가격 경쟁이 심해지면 모델 운영기업의 매출과 수익성이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
AI 투자 둔화가 증시 최대 위험으로 지목
많은 투자자는 원인이 무엇이든 AI 인프라 투자가 감소하는 상황을 현재 증시의 가장 큰 위험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AI 투자는 대형 기술기업의 이익과 미국 경제성장을 동시에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어드의 마이클 안토넬리(Michael Antonelli) 매니징디렉터는 "국내총생산의 1~2%를 AI 같은 분야에 지출하는 상황에서 투자가 감소하면 그 충격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기업의 매출이 투자비용을 정당화할 만큼 빠르게 늘지 않거나, 기업 고객이 AI 이용료 부담 때문에 사용을 줄인다면 대형 기술기업들이 데이터센터 투자계획을 축소할 수 있다.
이 경우 반도체와 전력, 건설, 클라우드 등 AI 투자와 관련된 산업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AI 주가 상승 활용한 주식 발행 증가
AI를 중심으로 주가가 상승하면서 기업들의 주식 발행도 늘어나고 있다.
AI 투자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은 높은 주가를 이용해 신규 주식을 발행하고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 자료에 따르면 비금융기업의 주식 매각액에서 자사주 소각 규모를 뺀 순주식 발행액은 올해 1분기 플러스로 전환했다.
순주식 발행이 플러스를 기록한 것은 2021년 이후 처음이다.
이는 기업들이 자사주를 사들여 시장에서 주식을 줄이는 규모보다 새로 발행해 시장에 공급한 주식이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스페이스X·알파벳 대규모 자금조달
올해 1분기 통계에는 이후 이뤄진 대규모 주식 발행이 포함되지 않았다.
스페이스X는 이달 기업공개를 통해 860억 달러를 조달했다.
알파벳도 자체 주식 발행을 통해 850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두 기업의 발행 규모만 합쳐도 1,700억 달러를 넘는다.
AI 관련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면서 시장에 새로 공급되는 주식의 양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현재까지 투자자들은 신규 주식 공급을 큰 충격 없이 흡수하고 있다.
그러나 주식 공급이 계속 증가하면 투자자들의 매수 수요를 시험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00년·2022년 증시 하락 전에도 주식 공급 증가
기업들의 순주식 발행은 2000년과 2022년 증시 급락을 앞둔 시기에도 플러스로 전환한 바 있다.
순주식 발행 증가가 과거 주식시장의 하락을 직접 일으킨 주요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기업들이 높은 주가를 이용해 앞다퉈 주식을 발행하는 현상은 시장 상승세가 후반부에 진입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신규 주식 공급 자체도 수요보다 빠르게 늘어나면 주가에 하락 압력을 줄 수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조 마허(Joe Maher)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주식 발행 증가가 과거 거품 붕괴의 주요 원인은 아니었지만 "기여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강한 기업실적이 위험 완화
현재 미국 증시의 주요 지지요인은 기업들의 실적 증가다.
주가가 빠르게 상승했지만 기업이익 전망치도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높아지면서 예상 주가수익비율은 올해 하락했다.
경제지표도 경기침체보다는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잠정 평화합의 이후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기업과 소비자의 에너지 비용 부담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유가 하락이 물가를 낮추면 연준의 금리 인상 필요성도 약해질 수 있다.
이 같은 요인들은 미국 증시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뒷받침한다.
상승 동력과 위험요인 동시에 존재
미국 증시는 기업실적과 경제성장, 국제유가 하락, AI 인프라 투자라는 여러 상승 동력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최근 3년간의 큰 폭 상승으로 주식의 평가가치는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를 웃돌면서 금리와 국채 수익률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
AI 서비스의 높은 비용과 가격 인하 경쟁은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의 수익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대형 기업들의 신규 주식 발행이 이어지면서 주식 공급 증가도 새로운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이익이 계속 증가하고 AI 투자가 유지된다면 증시는 추가 상승할 수 있지만, 금리 상승이나 AI 투자 축소가 현실화하면 최근 상승 폭이 컸던 만큼 조정 규모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우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