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 2개월간 대이란 원유 제재 면제...이란이 원유 수출대금을 본국으로 송금하기 쉬워져

미국이 이란이 미국 기업을 포함한 해외 구매자들에게 원유를 판매하고 달러로 대금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J.D. 밴스(JD Vance) 미국 부통령이 이란이 이르면 이번 주 국제 핵 사찰단의 복귀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힌 가운데 나온 조치다.

미 재무부는 월요일 이란산 원유 거래에 적용돼 온 장기간의 제재를 2개월 동안 면제했다. 미국과 이란은 현재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이란 핵 프로그램, 추가 제재 완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이란은 그동안 제재 대상 유조선으로 구성된 비공식 네트워크를 이용해 원유를 수출했으며, 대부분의 물량은 중국으로 향했다.

이란은 핵 사찰단의 자국 핵시설 접근 확대에 동의했다는 미국 측 발표를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이란이 실제로 이를 수용한다면 테헤란의 중대한 양보가 된다. 밴스 부통령도 사찰단의 구체적인 접근 조건은 아직 협상해야 한다고 인정했다.

JD 밴스 부통령
(밴스 부통령. 자료화면)

이번 조치들은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에서 진전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란이 핵 프로그램의 일부를 포기하기 전에 상당한 금융 혜택부터 받고 있다는 비판도 다시 제기될 전망이다.

불과 36시간 전만 해도 협상은 레바논에서 벌어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교전, 그리고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폐쇄 발표로 압박을 받고 있었다. 밴스 부통령은 월요일 두 사안에 관한 분쟁 해결 체계를 마련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월요일 백악관에서 이란이 합의 각서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다시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세계 경제 붕괴 위험을 다시 감수하는 결과를 낳더라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핵무기가 불황보다 우선한다"며 "불황도 매우 나쁘지만, 핵무기는 훨씬 더 빠르게 불황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대이란 외교 접근을 옹호하면서, 합의 이후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거래가 크게 회복됐으며 동결된 이란 자산은 미국 농산물 구매에 사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쟁 전까지 이란의 원유 수출은 이란 정부가 핵 프로그램에 엄격한 제한을 수용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국제 경제제재에서 핵심 목표였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도 이란의 핵 프로그램 제한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까지 폐쇄하자, 미국은 지난 5월 이란 항구를 봉쇄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이란 경제를 압박했다.

지난주 체결된 임시 휴전의 일환으로 미국은 봉쇄를 해제하고 이란이 원유를 판매해 대금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월요일 발표된 미 재무부의 공식 제재 면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이란이 달러로 대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외화가 절실한 이란 정권에는 상당한 혜택이다. 이란 은행들은 해외에서 직접 대금을 받을 수 있게 됐으며, 이란 정부는 원유 수출 수익을 본국으로 훨씬 쉽게 송금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조치는 미 재무부가 지난 3월 발표했던 일시적 면제보다도 범위가 넓다. 당시 미국은 이미 해상에 있던 이란산 원유의 판매는 허용했지만 달러 거래에 대한 제재는 유지했다.

이번 면제는 이란이 노후 유조선으로 구성된 비공식 선단에 의존하도록 만들었던 수십 년간의 강력한 제재를 일시적으로 중단한다.

미 재무부는 이란이 제재 대상 선박에서 원유를 합법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란의 이른바 '그림자 선단'을 한시적으로 합법화한 셈이다.

전직 미 재무부 고위 제재 담당자이며 현재 민주주의수호재단에서 활동하는 미아드 말레키(Miad Maleki)는 이번 면제가 핵 활동 관련 제재뿐 아니라 테러 활동을 이유로 제재를 받아온 이란 중앙은행 등 이란 기관에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말레키는 "이번 조치는 의회가 지난 20년간 구축한 대이란 제재 체계에서 근본적으로 이탈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란 원유수출업자연합의 하미드 호세이니(Hamid Hosseini) 대변인은 제재 면제 발표 이후 유럽 원유 거래업체들이 이란산 원유 구매를 문의해 왔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기업으로부터의 연락은 아직 없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밝혔다.

재무부 발표에 앞서 밴스 부통령은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 사찰단을 다시 초청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는 이를 중대한 이정표이자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영구적으로 종식하기 위한 첫 단계라고 평가했다.

밴스 부통령은 사찰단과의 일부 협의가 이르면 월요일 시작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찰단이 어느 정도까지 접근할 수 있는지, 특히 지난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격한 핵시설을 방문할 수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현재 스위스 협상에 참석 중인 라파엘 그로시(Rafael Grossi) IAEA 사무총장이나 IAEA 측은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협상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로시 사무총장이 이번 회담에 참석한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는 이란이 사찰단의 피격 핵시설 접근을 허용하도록 설득하는 것이었다.

이란 국영언론은 협상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회담에서 핵 문제를 협상하지 않았으며 새로운 의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란 강경파들은 핵 사찰단의 추가 방문 가능성에 반발했다.

이란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타스님통신은 이러한 조치가 "양해각서에 위배되며 매우 해롭다"고 주장했다. 이란 외무부는 논평을 거부했다.

이란은 자국 핵 프로그램이 평화적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활동이 핵폭탄 제조에 필요한 작업과 일치한다고 보고 있다.

이란 핵 프로그램의 미래는 협상단이 해결하려는 핵심 사안이다.

미국은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하기를 원한다. 반면 이란은 경제난 완화를 위한 제재 해제를 요구하면서 우라늄을 농축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카타르와 파키스탄의 중재로 진행된 주말 협상이 월요일까지 이어진 뒤 스위스 알프스 휴양지 뷔르겐슈토크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자신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Mohammad Bagher Ghalibaf) 이란 국회의장이 이끄는 이란 대표단이 레바논과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서도 의견 차이를 좁혔다고 말했다.

레바논에서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무장세력 간 교전이 이어지면서 이란과 미국 간 영구적 평화협정 논의가 방해받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우리는 성공적인 최종 합의를 위한 매우 좋은 기반을 마련했다"며 "얼마나 많은 일이 이뤄졌는지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솔직히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측 기술진이 현지에 남아 추가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협상단이 레바논에서 새로운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체계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최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교전이 격화되면서 초기 단계의 이란·미국 휴전이 무산될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임시 휴전 합의문 첫 조항은 레바논에서의 전투 중단을 휴전의 전제조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파키스탄과 카타르가 중재한 이른바 '충돌방지 체계'가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을 중단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인해 이스라엘이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면서, 모든 관련 당사자가 서로 소통하도록 하는 것이 이 체계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이란에 대리 무장세력의 활동을 억제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와 아랍에미리트 및 사우디아라비아 지도부와도 지속적으로 연락했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은 또한 호르무즈 해협에서 추가적인 교란이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국과 이란 간 통신 체계를 마련하는 데 합의했다고 확인했다.

주말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속도와 운항량은 다소 회복됐다. 이는 이란군이 해협을 다시 폐쇄했다고 주장한 것과 배치된다.

그러나 하루 동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는 여전히 전쟁 이전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해 6월 이란의 주요 핵시설 3곳을 공격한 뒤, IAEA 사찰단은 안전 문제로 이란에서 철수했다.

그 전까지 IAEA는 이란에 상주하는 순환 근무 사찰팀을 유지해 왔지만, 공격 이후 사찰단은 상시 복귀를 허가받지 못했다.

이란은 이후 일부 시설 방문을 위해 사찰단의 입국을 허용했다. 여기에는 부셰르 원자로도 포함됐다.

그러나 사찰단은 지금까지 나탄즈, 포르도, 이스파한의 피격 핵시설에는 접근하지 못했다.

사찰단의 피격 시설 복귀는 여러 면에서 중요하다.

우선 IAEA는 공습으로 인한 피해 규모와 이란이 향후 해당 시설에서 우라늄 농축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미국 당국자들은 현재 이란이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지 않다고 보고 있다. 우라늄 농축은 민간 핵 프로그램과 핵무기 프로그램 모두에서 핵심적인 과정이다.

무엇보다 사찰단의 복귀는 IAEA가 이란의 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기에는 무기급에 가까운 고농축 우라늄도 포함된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해당 물질의 절반가량이 이스파한 시설 지하 터널망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왔다.

IAEA가 직접 농축 우라늄이 담긴 용기를 발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환경 시료를 채취하면 용기가 파괴돼 농축 우라늄이 주변 지역에 퍼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IAEA는 또한 이란이 지난해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직전 가동을 선언한 또 다른 농축시설도 방문하기를 원하고 있다.

IAEA는 이란이 해당 시설의 위치나 실제 운영 여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카타르에 보관돼 있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이란 자금이 해제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진전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비판론자들은 이 자금이 헤즈볼라를 포함한 이란의 중동 지역 동맹 무장세력을 지원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밴스 부통령은 해당 자금이 해제될 경우 미국산 식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돈은 미국 농민들을 더 부유하게 만들고 이란 국민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며 "이는 매우 훌륭하고 전형적인 트럼프식 거래"라고 말했다.

협상은 일요일 오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공격 재개를 위협하면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이란 국영언론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이란 대표단이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일시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중재국을 통한 접촉은 계속됐다.

밴스 부통령은 "이란 측이 회담장을 떠나겠다고 위협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떠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측 발언에 대응해 소셜미디어에 개입할 권리가 있다고 옹호했다.

밴스 부통령은 "우리가 어제 이란 측에 말한 것은, 여러분이 우리 밀레니얼 세대가 '트래시 토크'라고 부를 만한 언행을 한다면 대통령이 대응하고 사실관계를 바로잡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