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가 대학원생의 학자금 대출에 강력한 상한선을 적용하는 새 규정을 시행하면서, 학생들이 등록금 마련에 허둥대고 대학들도 프로그램 접근성 문제를 우려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 Times)가 보도했다.


기존 규정 아래에서 대학원생들은 등록금과 생활비를 포함해 석·박사 학위 취득에 필요한 만큼 연방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오랜 기간 갚아야 할 막대한 부채를 떠안았고, 이는 전국적인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이어졌다.

7월 1일부터 시행된 새 규정에 따르면 일반 대학원생의 연간 대출 한도는 2만 500달러(약 2,800만 원), 총 한도는 10만 달러(약 1억 3,700만 원)로 제한된다. 법학·의학·치의학 등 지정 전문직 학위 과정을 밟는 학생은 연간 5만 달러, 총 20만 달러까지 빌릴 수 있다.

교육 형평성을 지지하는 비영리단체 에드트러스트(EdTrust)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석사 학위 취득에 드는 중위 총비용은 2만 4,250달러였고, 전문직 학위는 5만 9,076달러였다. 다만 이는 물가가 급등하기 전 수치이며, 특히 사립대의 경우 이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요구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 학자금 대출 프로그램 전면 개편의 일환으로 대출 제한 조치를 단행했다. 대학원 무제한 대출이 등록금 인상을 부추겼으며, 한도 설정이 대학들의 비용 절감을 유도할 것이라는 게 행정부의 논리다.

이미 캘리포니아주에서는 UC어바인(UC Irvine) 대학원 경영대학원을 포함해 최소 두 곳의 대학원 프로그램이 비용을 낮췄다. 그러나 일부 교육 전문가들은 이번 변화가 학습 접근성을 제한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한다. 특히 민간 대출 심사를 통과하기 어렵거나 상환 능력이 부족한 저소득층 학생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UC버클리(UC Berkeley) 교육재정 전문가 제니퍼 들레이니(Jennifer Delaney)는 "모든 사람이 배제되지는 않겠지만, 저소득층 출신들이 불공평하게 배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드트러스트 수석 부사장 윌 델 필라르(Wil Del Pilar)도 "대학원 학위를 가진 사람들은 더 높은 소득을 얻는다"며, 저소득 가정 출신이 진학을 포기하게 된다면 "사람들의 가능성 자체에 제한을 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 학생의 딜레마

디에고 볼로(Diego Bollo)는 대학원 진학을 경제정책 분석가로의 빠른 커리어 도약과 취업 경쟁력 강화의 발판으로 여기고 있다. 그는 이미 UCLA 러스킨 공공정책대학원(Luskin School of Public Affairs)에 올가을 입학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실제로 진학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생활비를 포함하면 연간 최소 5만 1,000달러(약 7,0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등록 비용을 연방 대출로는 더 이상 충당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가사도우미 어머니와 주방 조리원 아버지를 둔 볼로는 학비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교 및 대학원 연구원 자리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자리를 얻지 못하면 이자 부담이 큰 민간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투자 대비 수익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프로그램을 포기하겠다"고 그는 말했다. 올해 UCLA 학부 학생회(Undergraduate Students Assn. Council) 회장을 지낸 볼로는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 교육이 정말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라고 덧붙였다. 그 혜택 중 하나는 LA 피코-유니온(Pico-Union) 지역에서 자라면서 갖지 못했던 인맥을 쌓을 기회다. "교육은 나에게 있어 사회경제적 이동의 기둥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 비용 낮추는 대학들

일부 대학들은 이미 비용 절감에 나섰다. 미 교육부는 수요일(현지시간) "과도한 대출의 악순환은 끝났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면서 여러 대학 사례를 소개했다.

그중 UC어바인 폴 머리지 경영대학원(Paul Merage School of Business)은 MBA 프로그램 두 개의 등록금을 수만 달러 인하했다. 직장인을 위한 유연한 일정의 학위 과정 하나는 이제 새 대출 한도 이내로 비용이 줄었다. 이언 윌리엄슨(Ian Williamson) 경영대학원장은 새 연방 정책과 학생들의 수강 일정 선호도가 결정에 함께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비용 절감은 수강 과목 수를 줄이고 "학생들이 직장에서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그는 밝혔다.

산타클라라대 법학대학원(Santa Clara University School of Law)의 경우 전일제 학생 연간 등록금이 약 6만 6,000달러, 파트타임은 약 5만 2,000달러에 달한다. 마이클 코프만(Michael Kaufman) 학장은 기부자들에게 지원을 요청했고, 이에 화답한 기부자들 덕분에 전일제 신입생 전원에게 1만 6,000달러의 장학금을, 파트타임 학생에게는 1만 2,500달러의 장학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

■ 미래에 대한 우려

UC버클리의 들레이니 교수는 이 같은 대규모 비용 절감 조치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학생 교육은 인력 집약적 과정이어서 비용 절감 여지가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중세 시대 교수·학습 방식보다 우리를 획기적으로 더 생산적으로 만들어준 기술적 해법은 아직 없다"며 "강의실에서 교수가 강단에 서는 방식 그대로"라고 말했다. 또 간호학 같은 일부 전문 프로그램은 교수 1인당 지도 가능한 학생 수에 상한이 있어 한 수업에 학생을 마냥 늘릴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University of California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UC Berkeley  웹사이트 )

UC버클리 고등교육연구센터(Center for Studies in Higher Education) 선임연구원 존 오브리 더글라스(John Aubrey Douglass)는 이번 대출 한도 조치를 트럼프 행정부의 고등교육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공세와 연결 지으며 "고등교육기관의 재정 모델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소폭의" 등록금 인하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이번 변화는 "의료 등 핵심 전문 분야의 인력 부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미국 의과대학협회(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에 따르면 4년제 의과대학 교육의 중위 총비용은 공립은 약 30만 달러, 사립은 약 41만 달러에 달한다.

미주리대(University of Missouri) 고등교육정책 부교수 브래들리 커스(Bradley Curs)는 충분한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 학생들이 등록을 꺼리면서 일부 프로그램, 특히 비싼 사립대 과정들이 폐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학생들이 집 근처의 저렴한 공립학교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어번 인스티튜트(Urban Institute) 교육재정 전문가 샌디 바움(Sandy Baum)은 새 대출 한도가 지나치게 낮게 설정됐다면서도, 무제한 대출 자체는 실제로 문제였으며 어느 정도의 제한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역사학 석사 과정에서 3년간 매년 10만 달러를 빌리고는 결코 갚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며 "한도 설정은 필요했지만, 통과된 법안은 치밀하게 설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저널리즘, 교사 양성, 사회복지 등 연봉이 높지 않은 분야 학위를 제공하면서 새 연방 한도를 초과하는 학비를 받는 학교들은 신입생 모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 캘리포니아 대학들의 대응

USC(남가주대) 대변인 메건 조던(Megan Jordan)은 성명에서 대학이 학생들에게 새 대출 한도를 안내하고 이용 가능한 민간 대출기관 목록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학과 및 대학 지도부와 협력해 새 규정의 영향을 검토했으며, 교수진과 행정직원들이 학생들을 적절히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USC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5~26학년도 저널리즘 석사 과정 예상 등록금은 7만 4,010달러다. USC 로시에 교육대학원(Rossier School of Education) 소속 에스테반 에르난데스(Estevan Hernandez)는 1년 과정의 교수법 석사(master of arts in teaching) 비용이 약 6만 6,500달러라고 밝혔다. 고연봉 분야인 치과대학 학위의 경우 이번 학년도 예상 비용이 12만 8,547달러로 추산된다.

UCLA 측 대변인은 질의를 캘리포니아대학교 총장실(University of California Office of the President)로 안내했다. 총장실 대변인 스텟 홀브룩(Stett Holbrook)은 이메일 답변에서 "UC(캘리포니아대학교)는 이번 변화가 학생들에게 미치는 재정적 영향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고등교육을 원하는 누구에게도 비용이 장벽이 되지 않도록 입법적 변화 추진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불확실성은 여전히

이번 변화는 의회가 통과시킨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빅 뷰티풀 빌(Big Beautiful Bill)'에서 비롯됐다. 대학원생 한도 외에도, 이번 학자금 대출 개편에는 부모가 자녀의 학비를 위해 연방 프로그램을 통해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에도 상한이 생겼다.

교육부에 따르면, 7월 1일 이전에 연방 대출을 받고 재학 중인 대학원생에게는 새 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어떤 전공이 더 높은 대출 한도가 적용되는 '전문직' 학위로 분류될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교육부는 처음에 11개 분야만을 전문직으로 분류해 간호학, 물리치료학, 교육학 등을 제외했다. 이후 연방 법원이 해당 제한적 정의를 차단해 간호학, 물리치료학 등도 현재로서는 포함됐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항소 가능성이 남아 있어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현장에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카리 루코니치-존스(Kari Ruconich-Jones)는 페퍼다인대학교(Pepperdine University)의 주로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사회적 기업가 정신 대학원 과정에 재학 중이고, 8월에는 남편 크레이그(Craig)가 거주 중인 오리건주에서 물리치료 박사 과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50대인 부부는 내년에 대학에 진학하는 두 자녀도 있다.

루코니치-Jones는 남편의 학위가 최종적으로 더 높은 대출 한도를 적용받는 전문직 학위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 개인 대출, 저축 활용 등 여러 대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집의 자산을 담보로 쓰고 싶지는 않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그 선택지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