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인 스페인을 향해 무역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고 폭스뉴스(Fox News)가 8일 보도했다. 스페인이 나토의 새로운 방위비 지출 목표에 합의하기를 거부했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연설에서 스페인을 반복적으로 지목하며 "시간 낭비인 나라(wasted cause)"라고 부르고, 유럽 동맹국과의 무역을 끊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페인은 시간 낭비인 나라"라며 "우리는 더 이상 스페인과 어떤 무역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방문을 포함해 스페인과의 모든 무역을 끊어달라"고 덧붙였다.

나토 정상회의
(나토 정상회의. NATO)

이 같은 발언은 나토 정상들이 동맹국에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 및 국방 관련 지출에 투자할 것을 촉구하는 새로운 방위비 지출 기준을 승인한 직후에 나왔다. 스페인은 동맹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이 목표치 전체를 공개적으로 수용하지 않았으며, 대신 나토 역량 목표를 충족하는 방식에 유연성을 두는 방향으로 협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페인이 동맹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정당한 몫을 기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은 참여하지도 않고, 돈도 내지 않는다. 나는 스페인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더 이상 그들과 무역을 하고 싶지 않다. 알겠나? 당장 끊어라. 그들과 이야기조차 하지 마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페인이 결국 미국과의 무역 관계 회복을 원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그는 "그들은 지금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제발, 제발 당신과 무역을 하고 싶습니다'라고 전화해 올 때도 그렇게 적대적인지 두고 보자"며 "그들은 우리와 거래하면서 엄청난 돈을 벌고 있는데, 앞으로는 훨씬 덜 벌게 될 것이다. 나는 그들과 어떠한 거래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방위비를 적게 지출하는 나토 동맹국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비판이 한층 고조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와 2기 행정부 내내 동맹 지출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 국가들이 미국에 안보를 불공정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다만 스페인과의 무역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려는 시도는 법적·외교적 장벽에 부딪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페인은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EU는 개별 회원국과의 별도 양자 무역협정이 아닌 관세동맹(customs union)으로서 무역 정책을 공동으로 협상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정책을 발표한 것인지, 아니면 스페인의 나토 방위비 입장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인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백악관 역시 스페인을 겨냥한 무역 제한 조치를 검토 중인지에 대해 즉시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스페인은 상당한 규모의 교역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U.S. Census Bureau)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양국은 약 470억 달러(한화 약 65조 원) 규모의 상품을 거래했다. 미국은 스페인에 약 260억 달러어치 상품을 수출하고, 스페인에서 약 210억 달러어치 상품을 수입했다. 스페인은 의약품, 기계류, 화학제품, 식품, 차량 등을 미국에 수출하며, 미국은 에너지 제품, 기계류, 항공우주 장비, 화학제품 등을 스페인에 수출한다.

폭스뉴스 디지털은 백악관과 미국 무역대표부(USTR), 주미 스페인 대사관에 논평을 요청한 상태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스페인 비판은 워싱턴과 스페인 총리 페드로 산체스(Pedro Sánchez) 사이에 안보·외교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수개월째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2026년 초 산체스 총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 작전을 "엄청난 실수(extraordinary mistake)"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또한 스페인은 '작전명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 명칭으로 진행된 이란에 대한 공세 작전에 미국이 공동 운영하는 로타(Rota) 해군기지와 모론(Morón) 공군기지를 사용하는 것을 거부했다.

스페인 당국은 해당 공습이 국제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기지는 일방적인 군사 작전에 사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