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보다 반도체·메모리·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에 관심 확대

개인투자자들이 한때 인공지능(AI) 랠리를 이끌었던 '매그니피센트 7' 대형 기술주에서 벗어나 새로운 AI 수혜주를 찾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9일 보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애플(Apple), 아마존(Amazon), 메타(Meta), 엔비디아(Nvidia), 알파벳(Alphabet), 테슬라(Tesla) 등 초대형 기술주 매수를 줄이고 있다.

뉴욕 증권 거래소
(뉴욕 증권거래소. 자료화면)

대신 AI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반도체, 메모리, 데이터센터, 전력, 냉각 장비, 클라우드 관련 기업으로 투자 대상을 넓히고 있다.

AI 붐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은 "AI를 사용하는 빅테크"에서 "AI가 돌아가는 기반을 만드는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AI가 돌아가는 인프라를 소유하고 싶다"

소프트웨어 회사 임원인 50세 투자자 알렉스 카도나(Alex Cardona)는 AI 투자 전략을 바꾼 개인투자자 중 한 명이다.

그는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에퀴닉스(Equinix), 반도체 기업 마벨 테크놀로지(Marvell Technology) 같은 AI 인프라 기업에 포트폴리오의 상당 부분을 배분했다. 반면 매그니피센트 7 주식 보유 비중은 크지 않다.

카도나는 "순수 AI 수혜주에 투자하고 싶다"며 "마벨처럼 아직 많은 사람이 잘 모를 수도 있는 더 작은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보유한 마벨 주식은 올해 120% 이상 오르며 포트폴리오 내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는 "AI가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를 소유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 빅테크보다 AI 인프라로 이동

개인투자자들의 이런 움직임은 자금 흐름에서도 확인된다.

자금 흐름 추적업체 반다 리서치(Vanda Research)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매그니피센트 7 주식을 이전보다 덜 사고 있다. 대신 SK하이닉스(SK Hynix) 같은 반도체·메모리 기업이나 라운드힐 메모리 ETF(Roundhill Memory ETF) 같은 새로운 AI 관련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이는 시장 전반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그동안 미국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일곱 개 초대형 기술기업은 적어도 일시적으로 주도권을 반도체 제조사, 메모리 공급업체, AI 인프라 관련 중소형주에 내주고 있다.

올해 매그니피센트 7 가운데 대부분은 전체 시장 수익률을 밑돌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들어 19% 하락하며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였고, 애플은 23% 상승해 그룹 내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개인투자자, 더 이상 매그니피센트 7만 사지 않는다"

반다 리서치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개인투자자들은 더 이상 매그니피센트 7을 사지 않는다"며 "이제는 자신들이 확신하는 스토리의 승자를 직접 고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7월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그 규모는 5,200만달러에 그쳤다. 매그니피센트 7 가운데서는 가장 인기가 높았지만, 같은 기간 인텔(Intel)에는 1억9,400만달러가 유입됐다. AI 클라우드 기업 IREN에도 5,600만달러가 들어갔다.

개인투자자들이 여전히 시장을 떠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거래 활동은 강하다. 시타델증권(Citadel Securities)에 따르면 5월과 6월 개인투자자 거래 활동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었고, 해당 기간 하루 평균 주식 거래량은 2024년 평균의 두 배를 넘었다.

문제는 이 자금이 더 이상 빅테크 중심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매그니피센트 7의 시대, 끝났나

매그니피센트 7은 수년간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한 종목군이었다.

이들은 AI 경쟁 초기, 2025년 초 딥시크(DeepSeek) 충격, 지난봄 관세 불안으로 시장이 흔들렸던 시기에도 매그니피센트 7을 꾸준히 매수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초대형 기술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와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집행하는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그 투자금을 실제로 받아가는 반도체, 전력, 냉각, 데이터센터 기업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토로(eToro)의 브렛 켄웰(Bret Kenwell) 미국 투자 애널리스트는 "매그니피센트 7은 오랫동안 시장의 인기주였다"며 "이제 개인투자자들은 말 그대로, 그리고 비유적으로 돈이 흘러가는 곳을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AI 투자, '승자 고르기' 단계로

AI 투자 열기는 여전히 강하지만, 투자자들의 관점은 더 세분화되고 있다.

초기 AI 랠리에서는 엔비디아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AI의 대표주로 인식된 대형주에 자금이 집중됐다. 그러나 이제는 AI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부품과 기반 시설이 투자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반도체는 AI 연산의 핵심이고, 메모리는 대규모 AI 모델을 구동하는 데 필수적이다. 데이터센터는 AI 서버가 실제로 운영되는 공간이며, 전력과 냉각 시스템은 AI 인프라 확장의 병목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AI 산업의 다음 수혜자가 반드시 기존 빅테크일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다.

중국 AI 모델 충격에 인프라주도 흔들려

그러나 새로운 AI 수혜주를 좇는 전략에는 위험도 크다.

지난 17일 중국 문샷AI(Moonshot AI)의 새로운 모델 소식이 전해지자 월가에서는 AI 관련주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기술주가 전반적으로 하락했고, 특히 AI 인프라 관련주가 더 큰 타격을 받았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PHLX Semiconductor Index)는 이날 1.6% 하락했다. 이로써 해당 지수는 최근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지며 약세장 영역에 들어갔다.

이는 AI 투자 열풍이 단순히 우상향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AI 기술이 더 저렴해지거나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면, 기존 AI 인프라 투자 논리가 흔들릴 수 있다.

AI 지출의 수익성 입증이 관건

월가에서는 AI 관련주 상승세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도체 랠리는 한때 뜨거웠지만 최근 열기가 식었다. 주요 미국 주가지수도 여름철 특유의 둔화 흐름 속에 횡보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제 2분기 실적 발표를 기다리며, 기업들의 AI 투자가 실제 매출 증가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확인하려 하고 있다.

재너스 헨더슨(Janus Henderson)의 글로벌 기술·혁신팀 포트폴리오 매니저 조너선 코프스키(Jonathan Cofsky)는 "시장은 AI가 매출 성장을 이끌거나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고 있다는 더 많은 신호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지금 같은 수준의 AI 지출을 계속 정당화하려면, AI 투자 수익이 경제 전반에서 폭넓게 나타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주·양자컴퓨팅으로도 확산

일부 젊은 투자자들은 AI 인프라를 넘어 우주와 양자컴퓨팅 같은 더 고위험·고성장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애틀랜타 인근에 거주하는 대학생 데이비스 캔트렐(Davis Cantrell)은 약 2년 전부터 투자해왔다. 그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보유 비중을 줄이고, 엔비디아 주식은 모두 팔았다.

그는 이 자금을 우주 산업과 양자컴퓨팅 관련주로 옮겼다. AI 혁명이 본격화되면서 이 두 산업이 급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캔트렐은 대형 기술주가 여전히 나쁘지 않은 투자 대상이라고 보지만, 가장 큰 상승 구간은 이미 지났다고 판단한다.

그는 "나는 더 공격적이고, 더 높은 위험을 가진 성장주를 찾고 있다"며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는 이제 그런 범주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AI 랠리의 중심축 이동

개인투자자들의 움직임은 AI 랠리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초기에는 AI를 선도하는 초대형 기술기업이 시장의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AI 모델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데 필요한 기업들이 새로운 관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AI 산업이 점점 구체적인 설비 투자와 공급망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반영한다.

다만 새로운 AI 수혜주는 변동성이 크다. 반도체, 메모리, 데이터센터, 전력, 양자컴퓨팅, 우주산업 등은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기술 변화와 경쟁, 자본 지출, 금리, 경기 둔화에 민감하게 흔들릴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제 매그니피센트 7이라는 익숙한 이름보다, AI 붐의 다음 수혜자가 될 수 있는 덜 알려진 기업을 찾고 있다. 그 선택이 새로운 기회가 될지, 또 다른 과열의 시작이 될지는 AI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는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