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고점 대비 43% 급락에도 로빈후드 인기 4위...월가 일각 "가치평가 어렵다" 우려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우주·인터넷·인공지능(AI) 기업 스페이스X(SpaceX) 주가가 대규모 보호예수 해제라는 부담에도 반등했다. 월가 전문가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은 머스크의 장기 비전에 계속 베팅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페이스X 주가는 6일 6.1% 상승했다. 이날은 최대 9억1,200만 주의 보호예수 물량이 시장에 풀릴 수 있는 날이었다. 해당 물량의 가치는 1,000억달러를 넘는 규모로, 기존 유통 가능 주식 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스페이스 X
(스페이스X. 자료화면)

보통 보호예수 해제는 초기 투자자와 내부자들의 매도 가능성을 키워 주가에 부담을 준다. 그러나 스페이스X는 이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0.9% 하락하고, S&P500과 나스닥도 약세를 보인 상황에서도 상승했다.

IPO 이후 고점 대비 43% 급락

스페이스X 주가는 지난 6월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 이후 한때 급등했지만, 이후 고점 대비 43% 하락했다. 최근 몇 주 사이에는 시가총액이 약 1조달러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첫 분기 실적 발표 직후인 5일에는 주가가 14% 급락했다. 투자자들이 막대한 AI 투자와 자본지출, 향후 수익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이를 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 머스크의 오랜 지지자인 개인투자자 갈리 러셀(Gali Russell)은 최근 X에 스페이스X의 장기 하락을 "미친 기회"라고 표현했다. 머스크 본인도 해당 글에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러셀은 자신의 포트폴리오 약 75%가 스페이스X 주식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가 화성에 갈 수 있다는 생각, 내 손주들이 우주에서 살 수 있다는 생각이 얼마나 흥분되는가"라며 "그 비전은 값을 매길 수 없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 매수세 지속

스페이스X는 로빈후드(Robinhood)에서 네 번째로 인기 있는 투자 종목이다. 엔비디아(Nvidia), 테슬라(Tesla), 애플(Apple) 다음이다.

반다리서치(Vanda Research)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상장 이후 개인투자자 기준 순매도가 나온 날이 아직 없다. 첫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한 5일에도 개인투자자들은 장 개시 후 첫 1시간 동안 약 2,300만달러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스페이스X가 6월 상장했을 때도 개인투자자들은 약 1,000억달러 규모의 매수 주문을 넣었고, 거래 첫 몇 분 동안에도 수백만달러가 추가로 유입됐다.

이는 스페이스X가 단순한 상장기업을 넘어, 머스크 개인의 비전과 브랜드를 믿는 투자자 집단의 상징적 종목이 됐음을 보여준다.

공매도도 급증

반면 전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신중론이 커지고 있다.

분석업체 S3파트너스에 따르면 투기세력의 스페이스X 공매도 포지션은 6월 말부터 첫 분기 실적 발표 전까지 약 두 배로 늘었다. 공매도 규모는 전체 발행 주식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전해졌다.

이는 상당수 투자자들이 스페이스X 주가가 더 하락할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는 뜻이다.

스페이스X를 둘러싼 투자 논리는 크게 세 갈래로 충돌하고 있다. 하나는 화성 이주, 우주 기반 데이터센터, 우주 제조업 같은 초대형 비전이다. 다른 하나는 AI와 데이터센터 투자에 들어가는 막대한 자본의 수익성 문제다. 마지막은 머스크를 믿고 장기 보유하겠다는 개인투자자들의 강한 신념이다.

"스페이스X는 정확히 무엇인가"

스페이스X는 재사용 로켓, 위성 인터넷, AI, 소셜미디어 플랫폼 X까지 포함한 복합 기업으로 평가된다. 일부 투자자들은 향후 테슬라와의 합병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사업 범위가 넓어지면서 월가에서는 회사의 정체성과 가치평가가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펫네이선슨(MoffettNathanson) 애널리스트들은 스페이스X의 첫 실적을 분석한 뒤 "스페이스X는 정확히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지구 기반 AI 사업, 재사용 로켓, 인터넷 사업, 장기 우주 산업 비전을 하나의 기업가치로 계산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소행성 채굴이나 화성 기반 제조업 같은 장기 구상은 기존 투자 분석 틀로 평가하기 어렵다. 단기적으로는 스페이스X의 성장 전망이 아마존(Amazon),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같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주도하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확장 경쟁에서 얼마나 역할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막대한 투자비와 자금조달 부담

스페이스X의 가장 큰 부담은 자금이다.

AI와 데이터센터, 우주 인프라, 로켓 개발에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금리와 차입 비용이 높은 상황에서 이런 투자비를 어떻게 조달할지가 핵심 쟁점이다.

모펫네이선슨의 줄리 주(Julie Zhu) 애널리스트는 "이들이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큰 질문이 있다"며 "이런 펀더멘털을 배경으로 보면 주식에 흥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첫 상반기 자본지출이 1년 전보다 4배로 늘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AI와 우주 인프라 투자 경쟁은 장기적으로 큰 보상을 줄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현금흐름과 부채 부담을 압박할 수 있다.

일부 월가는 여전히 낙관

그럼에도 월가의 모든 기관이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도이체방크(Deutsche Bank) 애널리스트들은 실적 발표 전 보고서에서 스페이스X를 "할로스케일러"라고 부르며, 이 회사가 "문명적 야망의 정점"을 대표한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와 JP모건(JPMorgan)도 이번 주 스페이스X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회사의 자본지출이 급증했지만, 머스크의 엔지니어링 능력과 마케팅 파워, 장기 확장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다.

캔터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의 콜린 캔필드(Colin Canfield) 애널리스트는 "더 나은 스페이스X 결과를 가능하게 하는 자본이라면, 우리에게는 쉬운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페이스X가 최고의 엔지니어들을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호예수 해제 이후 변동성 우려

이번 보호예수 해제는 스페이스X 주가에 또 다른 시험대다.

9억1,200만 주라는 해제 물량은 기존 유통 주식보다 훨씬 크다. 내부자나 초기 투자자들이 현금화에 나설 경우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개인투자자 타마르 준(Tamar June)은 스페이스X가 비상장일 때 두 차례 투자했고, IPO 당일에도 600주를 추가로 매수했다. 그는 보호예수 해제 이후 변동성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준은 과거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닷컴버블 당시 고점을 회복하는 데 16년이 걸렸을 때도 주식을 보유했고, 애플(Apple)이 파산 위기에 몰렸을 때도 버텼다고 말했다. 그는 스페이스X 역시 장기적으로 애플 주식처럼 상상 이상의 가치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기술주에 일찍 들어가면 장기적으로 매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머스크에 대해서는 "그 사람을 상대로 베팅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10년·20년·30년 뒤를 보는 투자자들

스페이스X가 다른 기술 대기업들의 장기 수익률을 재현하려면 앞으로도 수조 달러의 기업가치를 더 쌓아야 한다.

하지만 많은 개인투자자들은 단기 실적보다 10년, 20년, 30년 뒤 회사가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를 보고 있다. 이들에게 스페이스X는 단순한 로켓 회사나 인터넷 회사가 아니라, 우주 경제와 AI 인프라, 머스크의 장기 비전 전체에 투자하는 수단이다.

기술주 투자 콘텐츠 제작자인 태너 맨슨(Tannor Manson)은 현재 가격에서는 스페이스X를 사지 않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많은 투자자들이 최근 하락보다 머스크의 장기 비전을 보는 이유를 이해한다고 했다.

그는 "그의 말에 마차를 연결할 수 있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는 누가 신경 쓰겠느냐"고 말했다.

결론: 스페이스X 주가, 신념과 현실의 충돌

스페이스X 주가는 거대한 보호예수 해제에도 반등했지만, 회사의 미래를 둘러싼 논쟁은 더 커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머스크의 우주·AI 비전에 계속 베팅하고 있다. 반면 일부 월가 전문가들은 막대한 자본지출, 높아지는 자금조달 비용, 불분명한 사업 정체성, 과도한 장기 기대를 우려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이제 로켓 회사도, 위성 인터넷 회사도, AI 회사도, 소셜미디어 회사를 포함한 복합 기업도 모두 포괄하는 존재가 됐다. 바로 그 점이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이고, 애널리스트들에게는 가치평가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번 보호예수 해제는 스페이스X의 시장 신뢰를 시험하는 첫 대형 관문이다. 주가는 하루 동안 반등했지만, 내부자 매도와 공매도, AI 투자 수익성 논란이 계속될 경우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다.

스페이스X 투자자들은 결국 한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지금의 주가는 현실보다 앞서간 과열인가, 아니면 머스크의 다음 거대한 성공에 일찍 올라탄 기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