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직책은 없지만 아모데이의 핵심 조언자 역할...초기 투자자 연결·정치권 접촉에도 관여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이 초대형 기업공개(IPO)를 앞둔 가운데,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최고경영자의 부인 캐미 클라크(Cami Clark)의 역할과 영향력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클라크는 앤트로픽에서 공식 직책을 맡고 있지는 않지만, 아모데이 CEO의 핵심 조언자이자 전략적 대화 상대 역할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다보스포럼이나 선밸리 콘퍼런스 같은 주요 행사에서 아모데이 곁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고, 투자자 및 정치권 인사들과도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클라크는 앤트로픽 초기에 중요한 투자자였던 에릭 슈밋(Eric Schmidt) 전 구글 최고경영자를 아모데이와 연결한 인물로 지목됐다. 클라크는 과거 슈밋과 교제한 적이 있으며, 앤트로픽 설립 초기 슈밋을 투자자로 끌어들이는 데 역할을 했다고 WSJ는 전했다.
"직원은 아니지만 핵심 조언자"
클라크는 앤트로픽 임직원이 아니다. 그러나 회사와 가까운 인사들은 그가 아모데이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의견을 내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 인도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가 AI 기업 지도자들을 초청했을 때도, 각 기업 대표는 동반자 한 명을 데려갈 수 있었다. 대부분은 회사 동료를 데려갔지만, 아모데이는 부인 클라크를 동행시켰다.
WSJ는 앤트로픽이 이르면 올가을 2조달러를 넘는 가치로 상장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클라크가 AI 산업의 핵심 기업 CEO에게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인물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온라인 정보는 드물어
클라크의 영향력에 비해 공개된 정보는 많지 않다.
WSJ는 온라인상에서 클라크에 관한 세부 정보가 매우 적고, 일부 언급을 삭제하려는 시도도 있었다고 전했다. 아모데이와 클라크는 2022년 결혼했지만, 아모데이의 위키피디아 페이지에는 올해 여름까지 그가 결혼했다는 사실도 적혀 있지 않았다. 현재도 배우자가 누구인지는 명시돼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에서 "다리오 아모데이의 아내"를 검색하면, 앤트로픽을 함께 운영하는 그의 여동생 다니엘라 아모데이(Daniela Amodei)의 사진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앤트로픽의 AI 챗봇 클로드(Claude)도 아모데이의 결혼 여부를 묻는 질문에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식으로 답한다고 WSJ는 전했다.
아모데이와 2014년부터 관계
클라크는 1979년 네바다주 리노에서 태어났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고, 20세 때 40세 이상 연상의 남성과 짧은 결혼 생활을 한 뒤 이혼했다. 과거에는 파산 신청을 한 기록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여러 사업을 시도하며 실리콘밸리와 부유층, 기술업계 인사들과 관계를 넓혔다. 2014년부터 아모데이와 교제하기 시작했다. 그 직전에는 2011년부터 약 3년 동안 당시 구글 회장이던 에릭 슈밋과 관계를 맺었던 것으로 WSJ는 전했다.
클라크는 샌프란시스코의 그룹하우스에서 아모데이와 그의 친구 홀든 카노프스키(Holden Karnofsky), 여동생 다니엘라 등 AI 안전성과 효과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 운동에 관련된 인물들과 교류했다.
당시 아모데이는 스탠퍼드대 의대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이후 바이두(Baidu)와 구글을 거쳐 2016년 오픈AI(OpenAI)에 합류했다.
오픈AI 시절에도 인맥 연결
아모데이는 오픈AI에서 빠르게 핵심 연구자로 부상했다. 그는 컴퓨팅 파워와 데이터가 증가할수록 AI 지능도 비례해 향상된다는 이른바 "스케일링 법칙" 연구를 이끄는 역할을 했다.
클라크는 아모데이가 오픈AI에서 성장하는 동안 회사 행사에도 함께 참석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클라크가 아모데이의 아이디어가 마땅한 인정을 받도록 챙기는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클라크는 오픈AI의 전 최고기술책임자 미라 무라티(Mira Murati)를 오픈AI 공동창업자 그렉 브록먼(Greg Brockman)에게 소개한 인물로도 거론됐다. 클라크와 무라티는 가상현실 손동작 추적 장치를 만들던 립모션(Leap Motion)에서 함께 일한 적이 있다. 무라티는 2018년 오픈AI에 합류해 이후 최고기술책임자가 됐다.
또 클라크는 아모데이를 에릭 슈밋에게 소개했다. 슈밋은 2018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아모데이와 클라크의 아파트를 방문했고, 두 사람의 아이디어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블룸버그에 밝힌 바 있다.
앤트로픽 초기 투자와 'Mother of AGI Fund'
아모데이는 오픈AI 내부에서 샘 올트먼(Sam Altman), 그렉 브록먼 등과 권한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겪은 뒤 2020년 12월 여동생 다니엘라와 다른 직원 5명과 함께 오픈AI를 떠나 앤트로픽을 설립했다.
앤트로픽은 2021년 5월 1억2,4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발표했다. 투자자에는 스카이프 개발자 얀 탈린(Jaan Tallinn),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더스틴 모스코비츠(Dustin Moskovitz), 제인스트리트 창업자 제임스 매클레이브(James McClave), 신흥위험연구센터, 그리고 에릭 슈밋이 포함됐다.
WSJ가 검토한 문서에 따르면, 당시 아직 아모데이와 결혼하기 전이었던 클라크도 새 회사의 지분을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021년 2월 슈밋에게 'Mother of AGI Fund'라는 새 벤처펀드 구상을 제안했다. 이 펀드는 클라크의 앤트로픽 관여를 공식화하고, 슈밋의 투자를 관리하며, 인공일반지능(AGI) 생태계에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다니엘라 아모데이 등 앤트로픽 공동창업자들은 이 계획을 지지하지 않았고, 결국 추진되지 않았다.
정치권 접촉에도 역할
클라크는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행사장에서 정치인과 잠재 투자자들에게 접근해 대화를 나누고, 이들을 비교적 학자형 성향의 아모데이에게 연결하는 역할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앤트로픽은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와 갈등을 겪었다. 아모데이는 클로드가 국방부에서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제한을 철회하지 않았고, 정부는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으로 분류했다. 이로 인해 국방부 협력업체들은 사실상 앤트로픽 기술을 국방부 업무에 사용할 수 없게 됐다. 회사는 이 조치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후 행정부는 앤트로픽의 추가 AI 모델 사용 제한도 걸었지만, 나중에 이를 철회했다. 이런 대립은 IPO를 앞둔 앤트로픽에 부담이 됐다.
WSJ에 따르면 클라크는 최근 정치권 인사들에게 앤트로픽의 사명은 미국을 보호하는 것이며, 비판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워크(woke)"한 회사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 선밸리 콘퍼런스에서는 이방카 트럼프(Ivanka Trump)와 점심을 함께했고, 재러드 쿠슈너(Jared Kushner)와도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사업 이력도 재조명
WSJ는 클라크의 과거 사업 이력도 상세히 조명했다.
그는 2010년 무렵 미셸 카포체팔로(Michelle Capocefalo)와 함께 에디스(Eddice)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스스로를 "혁명적 포르노 회사"라고 설명하며, 남성 중심의 포르노 산업에서 여성과 성 긍정성을 강조하는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했다. 회사의 슬로건은 "지적으로 난잡한(intellectually promiscuous)"이었다.
에디스는 "여성을 위한 무료 럭셔리 포르노"를 표방했고, 첫 영화 제작 등을 위해 35만달러 모금을 시도했다.
클라크와 카포체팔로는 2011년 독일 뮌헨에서 열린 디지털-라이프-디자인(Digital-Life-Design)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이곳에서 이들은 과학 서적 에이전트 존 브록먼(John Brockman)을 만났고, 브록먼은 이후 제프리 엡스타인(Jeffrey Epstein)에게 두 사람을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가 최근 공개한 엡스타인 관련 문서에 따르면, 브록먼은 엡스타인에게 클라크와 카포체팔로가 "여성 시장을 겨냥한 포르노 영화" 자금을 모으고 있다고 알리며 연결을 제안했다. 클라크는 이후 엡스타인에게 투자를 설득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앤트로픽 IPO 앞두고 민감한 조명
이런 보도는 앤트로픽이 대형 IPO를 앞둔 시점에 나왔다.
앤트로픽의 클로드는 오픈AI의 챗GPT(ChatGPT)에 맞서는 대표적 AI 챗봇으로 성장했다. 특히 클로드 코드(Claude Code)는 소프트웨어 작성과 데이터 분석 등에서 수백만 명의 엔지니어와 일반 사용자가 활용하는 도구가 됐다.
회사의 고성능 모델인 미소스(Mythos)는 보안 취약점을 찾고 악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 시장을 흔들었고, 백악관 일부 인사들은 새 AI 모델에 대한 연방 차원의 감독 강화를 요구했다. 아모데이 자신도 AI 안전 위험을 경고해온 대표적 인물이다.
이런 상황에서 CEO의 비공식 조언자이자 배우자인 클라크의 영향력, 과거 인맥, 초기 투자 연결, 정치권 접촉은 투자자와 규제당국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공식 직책 없는 영향력, IPO 변수 되나
캐미 클라크는 앤트로픽의 임원이 아니며 회사에서 공식 직위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WSJ 보도에 따르면 그는 아모데이 CEO의 중요한 조언자이자, 투자자와 정치권 인사를 연결하는 비공식 네트워크의 핵심 인물로 활동해왔다.
그의 존재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창업자와 CEO가 배우자나 가까운 조언자에게 의견을 구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앤트로픽처럼 2조달러 이상 가치의 IPO가 거론되는 AI 핵심 기업에서는 비공식 영향력도 시장의 관심 대상이 된다.
앤트로픽은 AI 안전성과 미국 기술 패권, 국방 활용, 규제 문제의 중심에 있는 회사다. 따라서 누가 CEO에게 조언하고, 어떤 네트워크가 회사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단순한 사생활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지배구조와 투자자 신뢰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앤트로픽이 공개시장에 진입할 경우, 클라크의 역할과 회사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질문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회사가 세계 최대급 AI 기업으로 평가받으려면 기술 성능뿐 아니라 투명한 지배구조와 외부 영향 관리 능력도 함께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