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제재 극복해야"...미국의 경제 고립 전략을 '경제·인지전'으로 규정

이란이 트럼프 행정부의 새 경제 압박 방침에 강하게 반발했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국 재무장관이 이란에 대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예고하고, 각국을 향해 사실상 "미국과 함께할 것인가, 맞설 것인가"를 선택하라고 압박한 데 대해 이란은 군사적·정치적·경제적 대응을 동시에 경고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군 참모총장 알리 압돌라히(Ali Abdollahi) 소장은 미국의 새 위협에 대해 이란이 "압도적이고 징벌적이며 파괴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군이 지상, 해상, 공중, 방공, 사이버 영역 전반에서 준비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 "제재는 독립·주권 의지 꺾지 못한다"

이란 외무부는 미국의 제재 확대가 이란의 독립과 주권 수호 의지를 흔들 수 없다고 반박했다. 외무부는 미국 제재가 "이란의 독립, 존엄, 국가주권을 지키려는 이란인들의 결의에 조금의 망설임도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외무장관
(이란 외무장 아바스 아라그치(Abbas Araghchi). 자료화면)

이는 베센트 장관의 "전 세계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압박에 대한 정면 대응이다. 베센트는 미국의 해상 봉쇄와 추가 제재를 "원투펀치"로 표현하며, 이란 정권을 경제적으로 무너뜨리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이란과 계속 거래하는 국가와 기업에 대해 미국 재무부와 미 정부의 "전면적 힘"을 행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칼리바프 "미국·이스라엘, 경제·인지전으로 전환"

이란 의회 의장이자 미국과의 중재 협상에서 이란 측 핵심 인물로 꼽히는 모하마드 바게르 칼리바프(Mohammad Baqer Qalibaf)는 미국의 제재를 "부당한 제재"라고 규정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칼리바프는 바그다드에서 이란과 이라크 기업인들을 만나 "경제 발전과 안보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및 이라크와의 직접 군사 대결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뒤 경제전과 "인지전"에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라크와 이란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양국 무역에서 자국 통화를 사용해 미국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는 미국의 금융 제재를 우회하거나 약화시키기 위한 지역 차원의 대응으로 해석된다.

페제시키안 "공격받으면 강력 대응...전쟁은 끝나야"

마수드 페제시키안(Masoud Pezeshkian) 이란 대통령은 공격을 받을 경우 이란의 대응은 "압도적"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미국이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다며, 전쟁은 이제 끝나야 한다는 기존 입장도 다시 밝혔다.

이 발언은 이란 내부의 이중적 흐름을 보여준다. 군과 강경파는 미국의 제재와 봉쇄를 체제 생존을 위협하는 공격으로 보고 강경 대응을 경고하고 있다. 반면 비교적 실용주의적 인사들은 경제 악화와 장기전 부담을 의식하며 전쟁 종식을 언급하고 있다.

"제재로는 이란을 질식시킬 수 없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이(Esmail Baghaei)는 미국이 외교를 원하지 않을 때마다 제재로 되돌아가는 방식은 이미 효과가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란이 수십 년 동안 그런 압박에 "질식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오히려 미국 정치인들이 이런 "나쁜 습관"에 매달릴 경우 자신들이 만든 위기에서 덜 굴욕적으로 빠져나올 기회마저 스스로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베센트 장관의 "미국과 함께할 것인가, 맞설 것인가"식 압박을 이란이 협상 신호가 아니라 항복 요구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AP는 이란 관리들과 전문가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압박 전환을 두고, 압박 끝에 열려 있는 외교적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도 "제재와 압박은 해결책 아니다"

미국의 새 제재 방침은 이란만이 아니라 중국도 겨냥할 가능성이 있다. 베센트 장관은 중국이 걸프 지역에서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얻고 있는 만큼 미국의 압박 기조에 맞춰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로이터는 2025년 자료 기준 중국이 이란의 해상 원유 수출분 80% 이상을 사들였다고 전했다.

중국은 이에 대해 제재와 압박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외교적 수단을 촉구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경제를 고립시키기 위해 중국 기업과 금융기관을 압박할 경우, 미중 갈등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란, 경제 압박을 '전쟁의 연장'으로 받아들여

이란의 반응은 트럼프 행정부의 새 경제 압박이 단순한 협상용 카드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제재와 해상 봉쇄를 통해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려 하지만, 이란은 이를 경제전·심리전·체제 압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란군은 "파괴적 대응"을 경고했고, 외무부는 제재가 주권 수호 의지를 꺾지 못한다고 밝혔다. 칼리바프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직접 군사 대결에서 뜻을 이루지 못하자 경제·인지전으로 전환했다고 주장하며, 이라크와의 경제 협력 및 탈달러 거래 확대를 제안했다.

결국 베센트 장관의 "미국과 함께할 것인가, 맞설 것인가"라는 압박은 이란에 양보를 끌어내기보다, 현재로서는 강경파의 저항 논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전쟁 장기화와 제재 심화가 이란 경제에 주는 부담도 커지고 있어, 이란 지도부 내부에서 강경 대응과 협상 필요성 사이의 긴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