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명 중 16명 "연내 최소 한 차례 더 인상"...이란전·고유가·끈질긴 인플레가 정책 전환 배경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3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케빈 워시(Kevin Warsh) 연준 의장이 향후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시장의 관심이 다음 금리 인상 시점으로 옮겨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준은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워시 의장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일회성 조정이 아니라, 경제에 남아 있던 일부 완화적 정책을 제거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캐빈 워시
(캐빈 워시 연준의장. 자료화면)

특히 연준 위원 18명 가운데 16명이 올해 안에 최소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전망하면서,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새로운 긴축 사이클의 시작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워시 "완화적 정책 일부 제거"

워시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0.25%포인트 인상이 "일정 부분의 완화적 정책을 제거했다"고 말했다.

중앙은행 용어에서 '완화적(accommodative)'이라는 표현은 경제를 부양하는 수준의 금리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인상 이후에도 연준이 현재 금리를 경제를 강하게 억제하는 수준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게이펀(Michael Gapen)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현재 정책이 아직 긴축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고 유가도 내려가지 않는다면 해야 할 일이 더 남아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회의 이후 금리 전망을 수정해, 올해 총 세 차례 인상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금리 전망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회의 이후 2년여 만의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18명 중 16명 "올해 한 번 이상 더 올려야"

이번 회의에서 가장 눈에 띈 변화는 연준 내부 의견이 크게 통일됐다는 점이다.

7월 회의에서는 금리 동결 결정에 세 명이 반대하며 인상을 주장했다. 6월에는 올해 추가 인상 필요성을 놓고 위원들 사이의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그러나 이번 9월 회의에서는 금리 인상이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또 경제전망을 제출한 18명의 연준 관계자 가운데 16명이 올해 안에 최소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예상했다.

BNP파리바의 제임스 에겔호프(James Egelhof)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올해 제시한 두 차례 인상 전망이 "보다 장기간 이어질 수 있는 긴축 사이클의 계약금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즉 시장에서는 이번 금리 인상이 끝이 아니라 시작일 가능성을 점점 크게 보고 있다.

이란전과 에너지 충격에 판단 변화

연준의 정책 전환에는 이란 전쟁과 에너지 가격 상승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워시 의장은 7월 이후 상황을 바꾼 세 가지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정학'을 꼽았다. 이는 사실상 이란 전쟁과 그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충격을 의미한다.

그는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으로부터 숨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올해 초만 해도 일부 연준 관계자들은 고유가가 일시적 충격에 그칠 것으로 보고 기다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에도 비슷한 접근을 취했다.

그러나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원유 가격이 다시 배럴당 100달러 안팎으로 상승하면서 이런 판단이 바뀌기 시작했다.

디젤 등 정제유 가격도 더 크게 오르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이 경제 전반의 물가로 번질 위험이 커졌다.

"일시적 인플레" 기대 약해져

민간 경제전문가들도 비슷한 방향으로 전망을 수정하고 있다.

매크로폴리시 퍼스펙티브의 줄리아 코로나도(Julia Coronado)는 당초 관세와 에너지 가격 상승 효과가 사라지면서 내년 물가상승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그 효과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란 전쟁이 8월 이전에 끝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이 빗나가면서, 에너지 가격 충격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기관은 2027년 근원 인플레이션 전망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에겔호프는 연준 관계자들이 "완만하지만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워시 "중립금리는 학술적 개념일 뿐"

연준은 이번 경제전망에서 인플레이션뿐 아니라 '중립금리' 전망도 상향했다.

중립금리는 경제를 부양하지도 억제하지도 않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중립금리가 높아졌다는 것은 같은 기준금리라도 과거보다 긴축 효과가 약하다는 뜻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워시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중립금리의 중요성을 낮게 평가했다.

그는 중립금리가 학문적으로는 유용하지만 "오늘 우리가 내리는 결정에 실질적인 운영 효과는 없다"고 말했다.

이는 연준이 이론적인 중립금리 추정보다 실제 물가와 경제 데이터를 더 중시해 금리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음 인상은 10월?

워시 의장은 다음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따라서 시장의 관심은 10월 말 열리는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로 이동하고 있다.

PGIM 크레딧의 그레고리 피터스(Gregory Peters) 공동 최고투자책임자는 이번 인상을 일회성 조정이라기보다 새로운 금리 경로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뚜렷하게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면 "다음 달에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워시 지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금리 인상 이후에도 워시 의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제롬 파월 의장에게 금리를 더 빨리 내리지 않는다며 수개월 동안 비판해왔고, 이후 워시를 새 연준 의장으로 지명했다.

트럼프는 16일 저녁 워시에 대해 "매우 강한 이사회를 상대하고 있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또 회의 전에 워시와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워시에게 "위원회와 같이 투표해도 된다. 어차피 결과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원하는 대로 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워시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 결정이 지난 5월 연준에 취임한 이후 계속 준비하고 고민해온 것이라며 "냉정하고, 진지하고, 책임 있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연준 내부 단결도 강조

이번 만장일치 결정은 연준의 독립성과 내부 결속이라는 측면에서도 주목받았다.

KPMG의 다이앤 스웡크(Diane Swonk)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표결을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매우 필요한 확인"이라고 평가했다.

워시 의장은 지난 7월만 해도 금리 인상을 촉발할 구체적인 조건을 거의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경제지표를 하나씩 설명하고, 7월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스웡크는 워시의 이번 기자회견 방식이 이전 연준 의장들의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에 더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금리가 유가를 낮출 수 없다는 점

연준이 직면한 가장 어려운 문제는 이번 인플레이션의 상당 부분이 에너지 가격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리를 올리더라도 국제유가 자체를 낮출 수는 없다.

또 미국 경제의 또 다른 성장축인 AI 투자도 금리에 상대적으로 둔감하다. 빅테크와 AI 기업들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거나 대규모 자금조달 능력을 갖고 있어 금리가 조금 올라간다고 투자 계획을 크게 줄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금리 인상의 부담은 주택, 자동차, 소비, 중소기업 등 상대적으로 금리에 민감한 부문에 집중될 수 있다.

모건스탠리의 게이펀은 인플레이션이 계속 높고 연준이 금리 인상을 유일한 해결책으로 판단할 경우,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은 자산가격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첫 번째로 흔들릴 것은 금융자산 가격이고, 그 다음은 소비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