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갱신·메디케어·학자금대출·국립공원 예약까지 한곳에서...29일 1.0 버전 공개
구글 Gemini·SpaceXAI Grok 두 AI 에이전트 탑재...자연어로 정부 서비스 검색
초기엔 연방정부 정보 통합검색 중심...실제 신청·처리까지 한곳에서 끝내는 기능은 단계적 확대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조 게비아 주도..."시민이 정부 조직도를 이해할 필요 없게 만들겠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수천 개로 흩어진 연방정부 온라인 서비스를 하나의 창구로 통합하는 America.gov를 29일 공식 출범시킨다.

새 플랫폼은 단순히 여러 정부 웹사이트의 링크를 모아놓은 포털을 넘어, 이용자가 "여권을 갱신하고 싶다", "메디케어 가입을 시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연방 학자금대출 상태를 확인하고 싶다"와 같이 일상적인 언어로 질문하면 AI가 필요한 정부기관과 절차를 찾아주는 '연방정부 디지털 컨시어지'를 지향한다.

AI 행정부
(AI 행정부 출범. AI)

향후에는 국립공원 캠핑장 예약부터 각종 복지 신청까지 America.gov에서 검색을 시작해 실제 업무 처리까지 마치는 것이 목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의 앤드루 W. 멜런 오디토리엄에서 America.gov를 공개한 뒤 주요 AI 기업 경영진들과 별도의 회동도 가질 예정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엔비디아의 젠슨 황(Jensen Huang),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오픈AI의 그레그 브록먼(Greg Brockman) 등이 이날 워싱턴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연방정부의 새로운 디지털 현관"

America.gov 구축을 주도한 인물은 에어비앤비(Airbnb) 공동창업자이자 미국의 초대 최고디자인책임자(U.S. Chief Design Officer)인 **조 게비아(Joe Gebbia)**다.

게비아는 America.gov를 연방정부의 새로운 "digital front door", 즉 디지털 현관으로 규정했다.

현재 미국인들은 어떤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지에 따라 국무부, 사회보장국, 국세청, 메디케어, 교육부, 국립공원관리청 등 서로 다른 기관의 웹사이트를 찾아가야 한다.

문제는 시민 입장에서 자신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어느 정부기관 소관인지부터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America.gov는 이 구조를 거꾸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시민이 먼저 정부 조직을 공부해 올바른 웹사이트를 찾아가는 대신, 필요한 것을 평범한 언어로 말하면 정부 시스템이 해당 기관과 서비스를 찾아주는 방식이다.

Grok과 Gemini 두 AI가 들어간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두 개의 AI 에이전트다.

America.gov에는 SpaceXAI의 Grok과 구글의 Gemini가 사용된다.

이용자는 기존 정부 웹사이트에서 메뉴를 여러 단계 클릭하거나 정확한 정부 프로그램 명칭을 검색할 필요 없이 자연어로 필요한 서비스를 질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여권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떻게 갱신하나"

"65세가 됐는데 메디케어 신청을 어디서 시작하나"

"내 연방 학자금대출 현재 잔액을 알고 싶다"

"옐로스톤 국립공원 캠핑장을 예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와 같은 질문을 하면 AI가 관련 정부정보와 서비스를 찾아주는 형태다.

개발진은 연방정부 웹사이트에 공개된 정보를 즉시 검색할 수 있도록 하고, 이후 실제 정부 서비스와의 직접 연결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검색'에서 '업무 처리'로

America.gov가 성공할지를 가르는 핵심은 단순한 정부정보 검색을 넘어 실제 업무까지 한 사이트에서 끝낼 수 있느냐에 있다.

29일 공개되는 것은 Version 1.0이다.

초기 단계에서는 흩어져 있는 연방정부 정보를 AI를 통해 쉽게 검색하고 해당 서비스로 안내하는 기능이 중심이며, 개별 정부기관의 전산시스템과 직접 연결해 America.gov 안에서 신청과 결제, 상태조회까지 완료하는 기능은 앞으로 수개월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가될 예정이다.

즉 현재 America.gov를 모든 연방서비스가 이미 완전히 통합된 '슈퍼앱'으로 보는 것은 아직 이르다. 장기적인 목표가 그 방향이라는 것이다.

여권부터 메디케어까지 한곳에서

행정부가 그리고 있는 최종 모습은 상당히 야심차다.

여권 갱신을 원하면 America.gov에 접속한다. 메디케어 가입을 시작하려 해도 같은 사이트를 이용한다.

연방 학자금대출 상태를 확인하거나 연방 캠핑장을 예약하는 것도 결국 같은 인터페이스에서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게비아는 궁극적으로 America.gov가 모든 연방정부 대민서비스의 최종 목적지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가 제시한 원칙은 시민이 정부기관의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 지금까지 이런 사이트가 없었나

아이디어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이후 거의 모든 미국 행정부가 정부 온라인서비스를 하나의 창구로 통합하려 시도했다.

현재도 USA.gov가 존재한다. USA.gov에서는 여권과 주택지원, 각종 정부혜택, 연방기관 연락처 등 다양한 정부 프로그램을 찾아볼 수 있으며 29일 현재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America.gov가 USA.gov를 즉시 폐지하거나 공식적으로 완전히 대체했다고 볼 근거는 없다.

그럼에도 정부 웹사이트는 계속 늘어났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1년 당시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웹 도메인이 2만4천 개를 넘는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정부기관마다 별도의 법률과 규정, 데이터베이스, 인증체계와 프로그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웹사이트를 하나로 합친다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

오바마 행정부 당시 미국 디지털서비스(USDS) 초대 책임자를 지낸 전 구글 엔지니어 마이키 디커슨(Mikey Dickerson)은 이런 문제 때문에 진정한 '원스톱 정부'를 만드는 것이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미국 국세청(IRS)이 세법상 계산하는 '소득'과 농무부(USDA)가 푸드스탬프 등의 자격을 판단하기 위해 사용하는 '소득'은 반드시 같은 개념이 아니다.

한 시민의 신원과 소득정보를 하나의 시스템에 입력한다고 해서 모든 정부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같은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결국 진정한 통합서비스를 만들려면 컴퓨터 코드를 고치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일부 분야에서는 의회가 법률 자체를 수정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 디커슨의 지적이다.

트럼프 행정부 "AI가 과거와 다른 조건 만들었다"

게비아는 이번에는 과거와 다르다고 주장한다. 가장 큰 이유가 AI다.

과거 정부 포털은 시민이 정확한 메뉴와 프로그램을 찾아야 했지만 생성형 AI는 복잡한 질문의 의미를 파악하고 서로 다른 정부자료를 검색한 뒤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비아는 정부가 민간 기술기업의 전문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에어비앤비 경험뿐 아니라 Google과 SpaceXAI 같은 대규모 서비스를 운영해온 기업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때문에 대규모 이용자를 처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GSA가 장기 운영 맡는다

America.gov가 일회성 백악관 프로젝트에 머무르지 않도록 실제 시스템 운영의 중심에는 미 연방총무청(GSA)이 들어간다.

GSA의 에드워드 포스트(Edward C. Forst) 청장은 GSA가 America.gov 기술의 "ongoing backbone", 즉 지속적인 기술적 기반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GSA는 이미 연방정부의 디지털서비스와 정부 공통 기술인프라를 담당하고 있다. 포스트 청장은 올해 의회에서도 GSA의 핵심 업무 가운데 하나로 정부 공통서비스 확대와 안전하고 책임 있는 신기술 활용을 제시했다.

따라서 백악관의 National Design Studio가 사용자 경험과 초기 설계를 주도하고, 장기적인 서비스 확대와 운영은 GSA가 맡는 형태다.

출발점은 지난해 'America by Design'

America.gov 프로젝트는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8월 'Improving Our Nation Through Better Design' 행정명령을 통해 'America by Design' 프로그램과 National Design Studio를 만들었다.

당시 백악관은 연방정부의 디지털·물리적 서비스를 더 사용하기 쉽게 만들고, 여러 기관이 각각 중복해서 디자인 비용을 쓰는 문제를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 행정명령으로 연방정부에 최고디자인책임자 직책도 신설됐고 게비아가 이를 맡았다.

National Design Studio는 이후 TrumpRx와 Trump Gold Card 웹사이트 등의 제작에도 참여했다.

America.gov는 이를 개별 프로젝트가 아닌 연방정부 전체로 확대하는 작업에 해당한다.

정부 온라인 서비스의 악몽 'Healthcare.gov'

백악관이 특히 의식하는 사례는 오바마 행정부의 Healthcare.gov다.

2013년 오바마케어 보험가입 사이트로 출범했지만 초기 접속장애와 소프트웨어 오류가 반복되면서 대규모 정치적 논란으로 번졌다.

결국 구글 출신 기술자들을 포함한 외부 전문가들이 투입돼 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했다.

America.gov 역시 수많은 정부 서비스를 한곳에 연결한다는 점에서 훨씬 복잡한 기술적 과제를 안고 있다.

더구나 이번에는 AI가 사용자의 질문을 해석하고 서비스를 연결하기 때문에 단순한 서버용량뿐 아니라 AI가 잘못된 정부정보를 제공할 위험까지 관리해야 한다.

'AI가 잘못 알려주면 누가 책임지나'도 과제

America.gov가 단순 검색을 넘어 실제 복지·의료·세금·여권 업무까지 처리하기 시작하면 정확성과 책임 문제는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인 AI 챗봇이 틀린 답을 내놓는 것과 정부 공식 서비스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결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메디케어 자격이나 세금, 학자금대출, 이민 및 정부혜택과 관련된 AI의 잘못된 안내는 개인에게 직접적인 법적·경제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실제 서비스 통합이 확대되면 AI가 개인의 신원정보와 각 정부기관 데이터에 어느 범위까지 접근할지, AI 업체들이 어떤 방식으로 데이터를 처리할지도 중요한 문제가 된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America.gov의 개인데이터 보관 방식이나 Grok·Gemini에 전달되는 정보의 정확한 범위, 각 정부기관의 인증시스템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될지에 대한 전체 기술설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향후 실제 서비스 통합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와 보안정책이 중요한 검증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AI 안전 논란이 커진 바로 그 시점에 정부가 AI를 전면 도입

America.gov 출범 시점도 주목된다.

최근 오픈AI와 앤스로픽의 자율형 AI 에이전트가 사람의 예상범위를 넘어 외부 시스템에 접근한 사례들이 잇따르면서 AI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로이터는 최근 오픈AI 모델들이 미 인구조사국과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정부 웹사이트에 접근했던 사실이 알려진 뒤 회사가 잠재적인 오작동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조사된 활동의 대부분은 공개정보를 이용한 정상적인 연구활동이었다고 오픈AI는 설명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AI 에이전트를 직접 국민 상대 정부서비스의 관문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트럼프, 같은 날 AI 기업 CEO들과 회동

America.gov 발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더 큰 AI 정책행사의 일부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이트 공개 이후 마이크 존슨(Mike Johnson) 하원의장과 주요 AI 기업 경영진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AI 산업의 발전과 규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메타의 저커버그, 구글의 피차이, 엔비디아의 황, 앤스로픽의 아모데이, 오픈AI의 브록먼 등이 참석한다.

최근 AI 에이전트의 통제 문제를 놓고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기술경쟁에서 미국의 AI 개발속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America.gov는 이 같은 정책방향을 국민들이 가장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첫 대형 서비스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성공하면 '정부 서비스를 찾는 방식' 자체가 바뀐다

America.gov의 성공 여부는 결국 한 가지 질문에 달려 있다.

시민이 더 이상 정부기관의 구조를 이해하지 않아도 실제 필요한 일을 처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의 정부 웹서비스는 시민이 먼저 자신의 문제를 어느 기관에서 처리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America.gov가 계획대로 작동한다면 순서는 반대가 된다.

시민은 단순히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고, AI가 정부조직과 데이터베이스를 찾아 필요한 절차를 연결한다.

이는 기존의 '정부 웹사이트 검색'에서 'AI에게 정부업무를 맡기는 방식'으로의 변화다.

다만 29일 공개되는 것은 그 장기계획의 첫 단계인 Version 1.0이다. 여권·메디케어·학자금대출 등의 업무를 검색부터 신청·완료까지 실제로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처리하는 완전한 통합은 아직 구축 과정에 있다.

따라서 America.gov의 진짜 시험은 화려한 출시행사보다 앞으로 수개월 동안 진행될 정부기관 전산시스템 통합에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여러 행정부가 이루지 못했던 '연방정부 원스톱 서비스'를 AI가 현실로 만들 수 있는지, 아니면 또 하나의 정부 포털에 머물지는 이제 실제 사용과 시스템 통합 과정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