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물 국채금리 장중 5.34%까지 급등...2002년 이후 최고
제조업 투입가격 급등·건설지출 예상 밖 증가..."경제는 강하고 물가는 끈질기다"
장중 저가매수 유입되며 금리 5.3% 아래로 후퇴...다우는 약 0.5% 하락
브렌트유 다시 배럴당 100달러 돌파...인플레이션·재정적자 우려가 채권시장 압박
미국 국채시장이 1일 또다시 크게 흔들렸다.
글로벌 채권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장중 5.34%를 넘어 2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채권 가격이 지나치게 떨어졌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의 저가매수가 들어오면서 금리는 다시 5.3% 아래로 내려왔지만, 금융시장의 불안은 계속됐다.
뉴욕증시도 하락했다. 장 초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약 0.5%, S&P500은 0.2% 안팎 하락했고 나스닥 역시 약보합권에서 움직였다. 로이터 집계에서는 다우가 0.46%, S&P500이 0.22%, 나스닥이 0.07% 하락한 시점도 나타났다.
이번 시장 움직임의 핵심은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이어가는 가운데 기업들의 비용상승 압력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10년물 금리 5.34%...2007년 고점도 넘어섰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5.342~5.3445%까지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의 고점을 넘어선 것으로, 2002년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10년물 금리는 모기지와 기업대출, 회사채, 자동차대출 등 미국 경제 전반의 장기 자금조달 비용을 결정하는 기준 역할을 한다.
따라서 10년물이 5.3%를 넘었다는 것은 단순히 국채 투자자들의 손실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기업이 돈을 빌리는 비용이 올라가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하며, 정부 역시 막대한 국가부채에 대해 더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지난 3분기 미국 10년물 금리 상승폭은 1994년 이후 가장 컸다. 로이터는 최근 채권시장의 움직임을 미국 국채 역사에서 보기 드문 수준의 급격한 가격 재조정으로 평가했다.
왜 채권이 계속 팔리나
국채금리가 오르는 것은 국채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투자자들이 기존 국채를 팔면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이 동시에 채권을 압박하고 있다.
첫 번째는 인플레이션이다.
이란 전쟁과 중동의 에너지 공급불안으로 원유와 디젤을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물가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두 번째는 예상보다 강한 경제성장이다.
AI와 데이터센터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미국 경제와 제조업을 지탱하면서 고금리에도 경기가 예상만큼 둔화되지 않고 있다.
세 번째는 각국 정부의 재정적자와 대규모 국채 발행이다.
재정지출이 큰 상황에서 정부가 계속 채권을 발행하면 시장에 공급되는 국채가 늘어나고, 투자자들은 이를 사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된다.
로이터는 높은 에너지 가격과 AI·데이터센터 투자에 따른 자금수요, 확장적 재정정책이 최근 글로벌 채권금리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조업은 예상보다 조금 약했지만 문제는 '가격'
이날 발표된 미국 제조업지표는 표면적으로는 시장 예상보다 조금 약했다.
공급관리협회(ISM)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4.5로 8월의 54.6에서 소폭 하락했다.
시장 예상치는 55.0이었다.
그러나 50을 넘으면 제조업 확장을 의미하기 때문에 미국 제조업은 여전히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가격이었다.
제조업체들이 원자재와 부품 등에 지불하는 가격을 나타내는 ISM 투입가격지수는 8월 71.1에서 9월 77.9로 급등했다.
이는 기업 단계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강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경기는 식지 않고 가격은 오른다"
채권시장 입장에서 가장 불편한 조합은 경기둔화 없이 물가압력이 유지되는 상황이다.
경제가 빠르게 둔화한다면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커지고 장기국채 가격에는 긍정적이다.
반대로 경제는 강한데 기업들의 비용까지 빠르게 오른다면 연준이 높은 금리를 장기간 유지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9월 제조업 신규주문지수도 53.7에서 55.3으로 상승했고 기업들의 주문잔고도 증가했다.
제조업 고용지수도 51.2에서 52.7로 올랐다.
즉 가격상승이 수요붕괴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비교적 강한 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채권시장에는 부담이다.
건설지출도 예상과 반대로 0.9% 증가
같은 날 나온 건설지표도 미국 경제가 쉽게 식지 않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8월 건설지출은 전월보다 0.9%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변화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증가가 나타났다.
7월 수치 역시 기존 0.5% 감소에서 0.1% 감소로 상향 수정됐다.
민간 건설지출은 1.1% 증가했고 비주거용 건설은 1.0% 늘었다.
특히 사무실 건설지출은 4.6%, 발전시설은 0.9% 증가했다.
AI 데이터센터와 전력시설을 포함한 기업의 대규모 설비투자가 높은 금리에도 경제활동을 지탱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주택시장은 오히려 고금리 충격
그러나 경제 전체가 고금리를 견디고 있다고 해서 모든 분야가 강한 것은 아니다.
특히 주택시장은 장기금리 상승의 직접적인 충격을 받고 있다.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금리는 최근 7.03%까지 올라 2025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8월 단독주택 건설지출은 전달보다 0.2% 늘었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3.5% 감소했다.
건설 전체는 예상보다 강했지만 높은 모기지 금리 때문에 주택시장은 이미 상당한 부담을 받고 있는 셈이다.
국채금리 5% 넘으면 주식에도 경쟁자 생긴다
국채금리가 5%를 넘어선 것은 주식시장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국 국채는 사실상 세계 금융시장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그런 자산에서 연 5% 이상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주식을 살 이유가 줄어든다.
앤넥스 웰스 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제이컵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안전한 정부채권이 5% 이상을 지급하면 주식은 그만큼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며 결국 기업이익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높은 주가수익비율을 적용받는 성장주와 AI 관련주에는 금리 상승이 부담이 될 수 있다.
금리 민감주부터 하락
실제로 이날 증시에서는 금리에 민감한 업종의 하락폭이 컸다.
주택 관련주는 약 1.4% 하락했고 은행주는 약 2.2% 밀렸다.
부동산과 유틸리티, 필수소비재 등 채권의 대체 투자처로 인식되는 고배당 업종들도 약세를 보였다.
반면 일부 소프트웨어주는 실적 호조 덕분에 상승했다.
액센츄어(Accenture)는 예상보다 강한 연간 매출 전망을 발표한 뒤 주가가 20% 이상 급등했고, IBM과 코그니전트 등 다른 소프트웨어주도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개별 기업의 호재가 전체 시장을 끌어올리기에는 채권금리 상승의 부담이 더 컸다.
유가 다시 100달러...채권시장에 또 다른 부담
에너지시장도 금리 불안을 키우고 있다.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이날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중동 원유수출이 일부 회복되고 있지만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 중단 움직임까지 공급불안을 자극했다.
특히 금융시장에서는 원유뿐 아니라 디젤 가격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IMF는 이란 전쟁 이전과 비교해 디젤과 휘발유, 항공유 가격이 60~97% 상승했다며 에너지 충격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가격이 높은 상태에서 제조업 투입가격까지 상승하면 연준이 물가가 안정됐다고 판단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연준 추가 인상 전망은 오히려 다소 후퇴
흥미로운 점은 장기금리가 급등하고 있지만 시장이 당장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금리인상을 확신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전날 발표된 8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10월 금리인상 전망은 오히려 낮아졌다.
골드만삭스도 당초 예상했던 10월 추가 금리인상 전망을 12월로 늦췄다.
즉 현재 10년물 금리 상승은 단순히 "연준이 곧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오히려 시장이 앞으로 수년간의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 경제성장, 대규모 국채공급을 반영해 장기금리에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Fed 금리'보다 '장기금리의 새로운 기준' 찾는 시장
HSBC의 프레드 노이먼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시장이 현재 장기금리의 새로운 기준점이 어디인지를 찾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년간 이어진 목표치를 웃도는 인플레이션과 확장적 재정정책 때문에 투자자들이 장기자금을 빌려주는 대가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점에서 보면 5.34%라는 금리는 일시적인 공포에 따른 급등일 수도 있지만 시장이 과거보다 구조적으로 높은 장기금리를 받아들이는 과정일 수도 있다.
이것이 현재 금융시장이 가장 긴장하는 부분이다.
장중 투매는 일단 진정
채권시장이 계속 한 방향으로 움직인 것은 아니다.
10년물 금리가 5.34%까지 올라가자 높은 수익률을 노린 투자자들의 매수가 들어왔다.
이에 따라 금리는 다시 5.27~5.30% 부근까지 내려왔다.
채권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는 국채 가격이 저점에서 반등했다는 뜻이다.
다만 금리 수준 자체가 여전히 매우 높고 하루에도 큰 폭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이 안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IMF도 최근 급격한 금리상승에도 글로벌 채권시장은 아직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충격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 시험대는 고용보고서
시장의 다음 핵심 변수는 2일 발표될 미국 9월 고용보고서다.
현재 채권시장은 경제가 얼마나 강한지와 그 강한 경제가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지를 동시에 보고 있다.
고용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 미국 경제가 높은 금리를 견딜 수 있다는 판단과 함께 장기금리가 다시 상승할 수 있다.
반대로 고용이 빠르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나면 연준의 추가 긴축 필요성이 낮아지면서 국채시장이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물가지표는 시장 예상보다 다소 낮았지만 제조업 가격과 건설투자, 에너지 가격은 반대 방향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채권시장이 지금 묻는 것은 "금리가 얼마나 오래 높을 것인가"
1일 금융시장의 움직임은 현재 투자자들의 관심이 단순히 다음 FOMC에서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느냐에만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더 큰 질문은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상태에서 높은 에너지 가격과 대규모 정부부채, AI 투자붐까지 이어질 경우 장기금리가 과거보다 얼마나 높은 수준에서 자리잡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10년물 국채금리가 24년 만에 처음으로 5.34%를 넘어섰다가 저가매수로 5.3% 아래로 후퇴한 것은 이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과정에서 시장의 변동성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보여준다.
현재로서는 채권 투매가 일단 진정됐지만 근본적인 원인인 강한 경제와 물가압력, 고유가, 정부의 재정 부담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국채시장이 안정되지 않는 한 뉴욕증시 역시 기업 실적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높은 금리라는 부담에서 쉽게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