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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전반을 들여다보는 전례 없는 규모의 대규모 조사인데다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 보신주의'를 질타한 후 나온 조사라는 점에서 은행권의 긴장은 더해만 가고 있다.
이에 따라 2012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조사 후 CD 금리가 급락한 것처럼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한 대출금리 인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은행들의 중소기업 기술금융도 더욱 적극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 조사 범위·규모 유례없는 수준…은행들 "억울"
이번 공정위 조사가 주목받는 것은 그 조사 범위와 강도가 유례없는 수준이라는 점에 있다.
지난 2012년 7월에도 공정위가 은행들의 금리 담합 여부를 조사했으나, 당시에는 CD 금리 하나에만 집중한 조사였다. 조사관 수도 각 은행당 3명에 불과할 정도로 크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는 국민, 하나, 우리, 신한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 각각 6명의 조사관을 보냈을 정도로 조사 강도가 세다. 조사 범위도 대출금리와 수신금리 전반에 걸쳐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나 수신금리와 관련된 공문, 메일, 메신저 내용 등을 모두 가져갔다고 보면 된다"며 "조사 강도나 범위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은행권의 '금융 보신주의'에 정부가 칼을 빼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박 대통령이 '금융 보신주의'를 질타했지만, 시중은행들은 임시방편식 대책만 내놓은 채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정책이다", "기술금융은 벤처캐피털이 하는 것 아니냐"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반응에 정부가 영 못마땅해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도 식품 가격 급등과 중소 납품업체 착취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자, 공정위가 적극 나서 대형 유통업체와 식품업체들을 대대적으로 조사한 적이 있다.
최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후 은행들이 예금금리는 대폭 내렸으면서도 대출금리 인하는 미미한 수준에 그친 것도 '미운털'이 박히게 한 요인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한은이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종전의 연 2.50%에서 연 2.25%로 0.25%포인트 인하한 후 은행들은 예ㆍ적금 금리는 최고 1.9%포인트 내렸지만, 대출금리는 고작 0.02~0.09%포인트 낮추는 행태를 보였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이번 조사는 아무래도 '다목적용'인 것 같다"며 "은행들의 담합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이렇게 대규모로 조사를 벌이니 억울하기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 대출금리 내려가고 기술금융 확대될까
공정위 조사가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끝나더라도 은행들이 받는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정부의 압박이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2년 7월 단행됐던 공정위의 CD금리 조사도 지금껏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당시 금융사들은 'CD금리 인하'라는 조치로 정부를 달래는 모습을 보였다.
공정위가 조사에 들어간 2012년 7월 17일 CD금리는 연 3.25%였지만, 석달 뒤인 10월 18일에는 그 금리가 연 2.87%로 석달 새 0.38%포인트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에 국고채 3년물 금리가 고작 0.08% 떨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공정위 조사 후 CD금리가 얼마나 가파르게 떨어졌는지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은행들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상응하는 대출금리 인하 조치를 취할 지 주목된다.
기술금융의 전면적인 확대에 들어갈 가능성도 높다.
은행들은 지난달부터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의 평가서가 반영된 대출을 시행하는 등 기술금융을 한다고 했지만, 기존 거래기업이 대출기업의 절반을 차지하는 등 사실상 '보여주기식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기술금융을 적극적으로 활성화 하고,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 지원을 확대하는 등 '금융 보신주의'를 타파할 여러 조치들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졌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여하튼 서민금융, 기술금융을 보다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 밖에 답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