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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중징계 결정을 강행한 것은 ‘책임지고 모두 물러나라’는 강한 메시지다. 이로써 최 원장은 역대 금감원장으로는 처음으로 제재심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거센 후폭풍에 직면하게 됐다.
KB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수차례 언급했던 최 원장으로서는 경징계를 결정한 제재심의 선택에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제재심 직후만해도 최 원장은 ‘아쉽지만 어쩔 수 있느냐’며 결정을 수용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행장과 임회장측의 갈등이 노골화되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두 사람이 존재하는 한 KB 내분사태가 해결되기는 커녕 사태가 악화해 국민기업인 KB의 정상적인 경영이 위협받을 수 있고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최 원장이 제재심 징계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근거는 감독규정이다. 금감원이 운영하는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18조 3항은 '금융기관의 건전한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 문책경고를 내릴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제재심은 논의과정에서 두 사람이 건전운영을 저해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전산 시스템 변경이 은행 이사회와 경영진의 마찰로 지주 회장으로서 개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등의 소명을 받아들여 징계를 낮췄다.
반면 최 원장은 제재심 결정 2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KB사태가 악화하면서 징계원안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임 회장의 징계사유는 국민은행 주전산기 전환사업과 그에 따른 리스크를 수차례 보고받았으면서 감독의무 이행을 태만히 했고, 사업을 강행 추진코자 자회사 임원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해 ‘건전한 운영을 저해’ 했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이 행장에 대해서는 본인이 금감원 검사를 요청하는 등 사태해결에 나선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내부 조언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지만 원칙상 두 사람의 동반퇴진이 KB 앞날에 도움이 된다고 봤다는 후문이다.
또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KB금융지주 이사회 이경재 의장과 국민은행 김중웅 의장을 만나 특단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 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브리핑에서 “오늘 오전 두 의장을 만나 이사회가 KB사태의 조기수습을 위해 고객과 시장이 납득할만한 방안을 마련해 시행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진간 갈등과 조직내 반목을 그냥 덮을 것이 아니라 그 근본원인을 발본하고 철저한 인적·조직 쇄신을 통해 경영의 독단과 공백을 동시에 해소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임 회장과 이 행장이 물러날 수 있게 이사회가 나서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이에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는 당분간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두 수장이 사퇴할 경우 후임 수장 인선을 서두른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려 경영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