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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이사회는 지난 4월 은행 주 전산기를 기존 IBM에서 유닉스로 교체하기로 결정했으나, 이 행장의 문제 제기 등으로 관련 보고서의 허위 조작 등이 드러나 금감원이 KB 임직원들에 대해 대규모 징계를 내렸다.
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이 행장 측은 유닉스(UNIX) 시스템으로 전환하기로 한 기존 이사회 결정 과정에 하자가 있었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KB지주 측은 특혜 시비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사안을 두고 무리하게 문제제기하면서 갈등을 안팎으로 확산시켰다고 비판하며 서로 공방을 벌여왔다.
이건호 행장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은행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 내 행동에 대한 판단은 감독당국에서 적절하게 판단하신 것으로 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행장은 국민은행 조직을 위해 과감히 용퇴함으로써,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 문제를 제기한 자신의 행동이 옳은 결정이었으며 자리에 연연할 뜻은 결코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이 행장은 “정식 통보를 받지 못해 아직 마음을 추스릴 시간을 갖지 못했다”며 “조직에 부담이 가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하겠다는 제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며 국민은행의 앞날을 위해 과감히 용퇴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징계는 주의, 주의적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로 구분되며,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는 향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된다. 하지만 이제껏 관례를 봤을 때 최고경영자가 금감원의 중징계를 받으면 물러나는 게 일반적이다.
이 행장의 사퇴로 이 행장과 함께 중징계를 받은 임영록 KB금융회장의 자진 사퇴 여부가 주목된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임 회장의 징계는 이달말쯤 금융위원회에서 확정된다.
KB금융 관계자는 "금융위 결정이라는 절차상의 문제가 있는 만큼 임 회장의 사퇴 여부는 아직 논하기에 이른 시기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KB 내분 사태의 한 당사자였던 이 행장이 사퇴함에 따라 나머지 당사장인 임 회장에 대한 사퇴 압력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