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완화된 이후 한 달간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이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가계부채 증가가 가팔라져 경제에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진다.
대출 수요는 비은행권에서 은행권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1일 LTV와 DTI가 완화된 이후 31일까지 한 달간 전체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은 7월 말보다 4조7천억원 증가했다.
이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평균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1조5천억원인 것에 비해 3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반면에 4조7천억원 중 비은행권의 대출 증가액은 한 달간 400억원에 그쳤다. 이는 올해 비은행권의 월평균 대출 증가액(약 5천억원)에 비해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치다.
지난달 22일까지 3주간 비은행권의 대출은 1천억원이 증가했는데, 4주차에 대출액이 600억원이 줄어든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LTV·DTI 기준의 업권별 차이가 사라지면서 상대적으로 대출 금리가 높은 상호금융·보험사·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사 등 비은행권에서 은행권으로 대출을 갈아타거나 신규 대출이 은행권에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금융권의 전체 가계대출은 지난 8월 한 달간 5조4천억원이 늘어났다. 올해 월평균 2조7천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 중 은행권은 4조7천억원이 증가했고, 비은행권은 7천억원 늘어나는데 그쳐 은행권이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했다.
이는 최근 금리 인하와 함께 주택시장과 주식시장도 오르는 등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LTV와 DTI 완화에 따른 본격적인 대출이 증가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증가분 4조7천억원 가운데 5년 후부터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주택금융공사의 적격대출 판매가 3조8천억원에 달했다.
주택금융공사가 은행으로부터 적격대출을 매입하는 금리가 지난달 3.3%에서 이달부터 3.47%로 오르면서 은행들이 금리가 상승하기 전에 집중적으로 이를 취급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서도 추석 연휴 등의 영향이 있긴 하지만,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평균치와 비슷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대출이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맞지만, 본격적으로 늘어난다고 하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6월말 기준 1천40조원을 돌파하며 사상최대치를 넘어선 가계부채가 확대되는데 따른 부작용을 염려한다.
정부나 한은의 인식은 아직 가계부채 증가세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밝히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DTI, LTV 규제 완화로 3분기에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더 가팔라질 전망"이라며 "가계소득 증가 속도에 맞춰 가계부채 증가세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