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종전 협상 위해 공식 채널 우회 시도...항모 교대·한미훈련 축소 지시까지 안보 현안 동시다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 전쟁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 문제 해결을 위해 이란의 정규 외교 채널을 우회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지도부와 막후 접촉을 시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은 이란 공식 협상단이 실제로 전쟁을 끝낼 권한을 갖고 있는지 의문을 품고, 이란 권력 핵심부와 직접 연결되는 별도 채널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폭스뉴스의 16일(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평화 협상 담당자들은 중동 지역 접촉선과 이란 측 공식 협상 상대를 우회해 IRGC 지도부와의 접촉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양해각서(MOU) 형태의 합의안까지 추진됐지만, 최종적으로 성사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이란 긴장 고조
( 이란에 공격과 협상을 사용하는 트럼프 정부. AI)

이번 보도는 미국이 이란 항구 봉쇄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대치 장기화 속에서 군사적 압박과 외교적 돌파구를 동시에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식 협상단에 권한 있나" 의구심

트럼프 행정부가 IRGC와의 막후 채널을 시도한 배경에는 이란의 권력 구조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당국자들은 테헤란의 공식 협상단이 전쟁 종식이나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서 최종 결정을 내릴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는지 의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에서 IRGC는 군사·안보·대외전략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조직으로, 특히 미국과의 군사 충돌 및 해상 봉쇄 문제에서 핵심 행위자로 평가된다.

따라서 미국이 공식 외교 채널만으로는 합의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실제 군사적 결정을 좌우할 수 있는 IRGC 쪽으로 접촉을 시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 막후 접촉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양측이 MOU 수준의 합의안을 논의했지만, 최종 합의로 이어지지는 못한 것으로 보도됐다.

조지 워싱턴함 중동 이동...태평양 공백 우려

이란 전쟁 장기화는 미 해군 운용에도 직접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

미국은 일본을 모항으로 하는 항공모함 USS 조지 워싱턴(USS George Washington)을 서태평양에서 중동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이는 9개월 이상 장기 배치된 USS 에이브러햄 링컨(USS Abraham Lincoln)을 교체하기 위한 조치다.

조지 워싱턴함은 최근 남중국해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 임무를 수행해왔다. 이 항모가 중동으로 이동하면서 서태평양에는 일시적으로 미국 항공모함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는 이란 전쟁이 단순히 중동 전역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글로벌 군사 배치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동 봉쇄와 전쟁 작전을 유지하기 위해 태평양 억제력 일부를 희생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링컨함, 200일 넘게 전투구역 체류

교체 대상인 링컨함은 250일 넘게 배치돼 있으며, 200일 넘게 전투구역에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항모는 미국의 대이란 폭격 작전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 중인 이란 항구 봉쇄 작전에 핵심적으로 참여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 사령관 브래드 쿠퍼(Brad Cooper) 해군 대장은 최근 링컨함을 방문했다. 링컨함은 귀환을 준비하고 있지만, 선내 생활 여건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보도와 의원들의 문제 제기에 따르면 링컨함에서는 신선식품과 개인용품 부족, 배관 문제, 우편 지연, 정신건강 악화 우려 등이 제기됐다. 미 당국자는 이달 초 링컨함에서 한 사람이 바다로 떨어졌지만 곧 구조됐다고 확인했다.

쿠퍼 사령관은 링컨 항모강습단의 임무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링컨함의 이번 배치가 "현대사에서 가장 작전 강도가 높고 중대한 배치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의회, 장병 생활여건 조사 요구

미 의회에서는 링컨함 장병들의 생활여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국방장관에게 답변을 요구하며, 선내 상황이 승조원의 안전과 복지를 위협할 수준까지 악화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부 의원들은 현장 점검 필요성도 주장하고 있다.

반면 헤그세스 장관은 링컨함 관련 보도가 "완전히 잘못 전달됐다"고 반박했다. 그는 미군이 모든 함정과 승조원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링컨함 장기 배치에 대한 우려를 축소하며, 중동 해군 배치가 충분히 길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해군은 링컨함에서 정신건강 문제가 증가했다는 징후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보급이 어려울 때 식단 조정은 있었지만 식사가 빠진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봉쇄 장기화, 해군 전력에 부담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대한 군사적 전면전 재개보다는 경제적 압박과 해상 봉쇄를 통한 장기 압박 전략을 택하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란 항구 봉쇄를 "필요한 만큼" 유지할 수 있으며, 함정을 교대 투입하면 무기한 지속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항공모함과 구축함, 지원함을 장기간 높은 작전 속도로 운용하는 것은 장비 정비와 장병 피로 측면에서 큰 부담을 남긴다.

링컨함의 사례는 그 부담을 보여준다. 항공모함은 일반적으로 정기 배치 중 항구에 기항해 보급을 받고 승조원들이 휴식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러나 이란 전쟁 이후 링컨함은 장기간 기항 없이 작전을 이어왔다.

조지 워싱턴함의 중동 이동도 같은 맥락이다. 한 전역의 전쟁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전역의 군사적 존재감이 줄어드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한미 연합훈련 축소 지시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연합 군사훈련도 대폭 줄이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매우 좋은 관계"를 언급하며, 미국이 오래전 한국과 합의한 연합훈련에 참여하는 것에 불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훈련이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북한에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낸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한미 연합훈련을 "상당히 줄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동에서 이란을 압박하는 동시에, 한반도에서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방향으로 군사 활동을 조정하려는 트럼프식 안보 접근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의 연합훈련 축소는 한미동맹의 준비태세와 대북 억제력 측면에서 논란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

"한국, 이란 비핵화 동참 요청 거절" 주장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국 대통령에게 미국과 함께 이란의 비핵화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으나, 한국 측이 "사양한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한국이 중동 안보 문제, 특히 이란 비핵화와 미국의 대이란 압박 전략에 어느 정도까지 관여할 것인지를 둘러싼 민감한 외교적 문제를 드러낸다.

다만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주장으로 보도된 내용이며,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나 구체적 대화 내용은 별도로 확인될 필요가 있다.

막후 협상·항모 교대·동맹 조정이 동시에 진행

최근 보도들을 종합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정책은 세 방향에서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첫째, 이란과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공식 협상 채널뿐 아니라 IRGC와의 막후 접촉까지 시도했다. 이는 미국이 이란 내부 권력 구조를 고려해 실질적 결정권자와 직접 접촉하려 했음을 시사한다.

둘째, 이란 항구 봉쇄와 전쟁 장기화로 미 해군 전력에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 링컨함의 장기 배치와 생활여건 논란, 조지 워싱턴함의 중동 이동은 그 압박을 보여준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하며 인도·태평양과 한반도에서도 군사 태세 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김정은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접근과 맞닿아 있지만, 동맹국과 미군 준비태세에 대한 논란을 낳을 수 있다.

이란 전쟁은 이제 중동 전장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 미국의 해군 배치, 태평양 전략, 한미동맹, 대북정책까지 동시에 흔드는 글로벌 안보 변수로 확대되고 있다.